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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녹십자 '경영권 분쟁'…누가 웃을까?

MTN헬스팀

[정기수기자]녹십자와 경영권 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동제약의 정기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등기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대결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동제약은 오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본사 강당에서 주총을 연다. 이날 주총의 최대 쟁점은 녹십자가 요구한 사외이사 1명과 감사 1명의 선임 안건이다.

녹십자는 과거 녹십자 대표이사를 지낸 허재회씨를 사외이사로, 자회사 녹십자셀 사외이사인 김찬섭씨를 감사로 추천했다.

일동제약은 사외이사 후보로 서창록 교수, 감사 후보로 이상윤씨를 추천했다.

이날 주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녹십자가 요구한 인사들의 일동제약 이사진 진입 여부다. 현재 일동제약 이사회는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명이 녹십자 측 인원으로 채워지게 되면 녹십자의 일동제약 경영 개입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관측에 불과한 적대적 M&A(인수합병)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번 주총 결과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지는 아직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녹십자는 현재 일동제약 주식 29.36%(735만9천773주)를 보유해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 32.52%(815만1천126주)와 3.16%p 차이를 유지하고 있다.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 1.36%의 경우 상호출자로 인해 의결권이 제한되는 만큼, 양측간 지분율 격차는 1.8%p 차이로 줄어든다.

이사 선임안의 경우 참석주주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피델리티가 최근 보유 중인 일동제약 주식의 1.01%(25만2천838주)를 장내 매도했지만 여전히 지분 8.99%를 보유한 3대주주로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

단순히 과거 사례만 감안하면 피델리티가 녹십자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 피델리티는 지난해 주총에서 녹십자와 손잡고 일동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을 무산시킨 바 있다. 다만 이번에도 피델리티가 같은 선택을 할 지는 미지수다.

결국 피델리티와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다른 기관투자자들 및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이사진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 선임 건의 경우는 녹십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감사 선임의 경우 상법상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을 합쳐 1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동제약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32.52%를 보유했지만 감사 선임 건은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2대주주인 녹십자(27.49%) 역시 3%만 행사할 수 있지만 녹십자홀딩스(0.88%), 녹십자셀(0.99%) 등이 의결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 결국 녹십자 측이 일동제약보다 1.87%p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3대주주인 피델리티도 동일하게 3%의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며 나머지 개인투자가들 역시 3% 이내에서 보유한 지분율만큼 의결권을 갖는다.

감사 선임 건 역시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게 될 전망이다.

◆사활 건 일동제약, 여유로운 녹십자…결과는?

당초 일동제약과 녹십자가 경쟁적으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양사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일동제약이 사활을 걸고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선 반면, 녹십자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동제약은 지난 9일 "녹십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와 감사의 선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외의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위임장 확보에 나서며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녹십자에 대한 적대감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동제약 임직원들은 녹십자에 투자를 검토 중인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규탄시위를 벌였고, 노조도 허일섭 녹십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연일 시위를 진행 중이다.

상대적으로 녹십자 측은 여유있는 모양새다.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이렇다 할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이사 선임을 제안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을 뿐, 적대적 M&A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상태다.

녹십자는 주력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는 일동제약과의 사업적 제휴를 통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제제에 대한 강점을 갖고 있지만 원외처방 및 일반의약품(OTC) 파이프라인은 미흡하다. 일동제약은 아로나민골드 등 다양한 OTC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궈온 약국 영업망 역시 강점이다. 전문의약품(ETC) 파이프라인도 경쟁력을 지녔다.

하지만 일동제약은 녹십자가 주장하는 시너지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녹십자의 주된 영업과 일동제약의 주된 영업 사이에는 전략적 제휴 등 시너지 효과를 얻을 요소가 없다"면서 "오히려 녹십자의 추천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면 일동제약의 영업전략, 개발정보 등 경쟁사의 기밀사항에 마음대로 접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 표대결이 의외로 싱겁게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무리하게 우호지분 확보에 나설 경우 적대적 M&A 수순에 나선 것이라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전사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선 일동제약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녹십자의 경우 이사진 진입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명분은 물론, 적대적 M&A에 대한 의혹을 다소나마 불식시킨 상황에서 후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 적대적 M&A 사례 역시 녹십자의 적극적인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 9월 경남제약을 인수한 녹십자는 4년 뒤인 2007년 8월 HS바이오팜에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녹십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지만 경남제약의 경영은 크게 악화됐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정기수 healthq@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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