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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컬럼]나는 매일 죽노라

MTN헬스팀

아침에 눈을 떠보니 꽃비가 모두 내려왔다. 사랑은 가만가만 두루두루 소리 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리는 것, 말없이 일하시는 하느님의 손길 같다.

인간은 이 지구상에 태어나 두 가지 큰 죄를 지었다. 하나는 천지라는 자연에 죄를 지었고 또 하나는 몸이라는 자연에 죄를 지었다. 이 두 죄업의 주체는 문명이며 인간이다. 몸에 지은 죄는 질병으로, 자연에 지은 죄는 환경 파괴로 나타난다. 이 두 가지 죄를 고치지 않는 한 우리 사회, 곧 천지는 멸절 된다.

그러나 하느님은 멸절되는 천지를 치유하신다. 그 치유의 방법은 자연이다. 동양학에서의 '자연(自然)'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what is so of itself, 혹은 so itself, 또는 suchness)의 뜻이다. 따라서 자연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대로 놓아두는 것' 혹은 '실재 그대로를 그렇다 함'의 뜻인 'Reality', 산스크리트어의 'tathata'(정말로 그러함, 眞如, suchness), 독일어의 'Gelassenheit'(그대로 놓아둠, letting-be)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몸에서의 자연현상은 생리(生理, 생명의 이치, 원리)이다. 따라서 생리에는 선과 악의 윤리적 개념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 오늘의 의학은 감정과 윤리의식을 탈각한 채 실험실에서의 객관적 검증과 과학적 지표를 통해 치료에 임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질병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윤리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술과 제거, 방사선과 약물치료의 이면에는 현상적 사태인 질병을 제거해야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개입되어 있다.

그러나 몸에 나타난 질병, 즉 고통과 통증은 과연 제거해야할 부정적인 대상일까? 어쩌면 질병은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고 관심 있게 바라보지 못한데서 온 내 몸의 반응이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으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질병은 자신의 건강성을 다시 회복하고자하는 생명의 자정(自整)능력이 아닐까?

생명의 자정능력은 항상성(Homeostasis)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의 구체적인 현상은 세포예정사(Apoptosis), 즉 모든 세포는 전체 생명을 위해 스스로 자살할 수 있도록 P53이라는 유전자를 지니고 계획된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포예정사는 세포의 계획된 죽음을 말한다. 세포는 몸이라는 전체의 유기적인 조건하에서 그들이 원해서 죽는다. 그리고 몸은 세포의 계속된 죽음을 통해서 생명을 유지한다. 만약 세포의 계획된 죽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생명은 유지할 수 없다.

삶과 죽음의 패러독스가 매일 이 순간 우리 몸에서 나타난다. 우리는 죽음의 메커니즘을 통해 새로운 육체를 공급받는다. '나는 매일 죽노라'고 외친 바울의 말은 죽음의 여과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고자하는 삶의 적극적인 표현이다.

암은 계획된 죽음을 살지 않는 세포에서 나타난다. 암세포는 생명의 자정능력이 상실될 때 나타난다. 생명의 자정능력을 인정할 때 질병을 더 이상 부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심미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생리는 삶과 죽음 사이의 균형을 잡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이 분비물은 생명의 자정능력이면서 면역기전이기도 하다.

건강함의 온전한 비밀은 죽음과 삶을 동시에 인정할 줄 아는 혜안에 있다. 죽음과 질병은 어떤 의미에서 개체적 생명을 진화시키고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죽음학(싸나토로지 Thanatology, 삶의 지혜를 죽음에게 물어보는 학문)은 우리에게 생명의 비밀을 온전히 전해준다. 이를 묵묵히 실천하는 이 땅의 많은 싸나토로지스트(Thanatologist) 즉 죽음교육전문가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수북이 내린 꽃비의 행렬을 아무런 감정의 개입 없이 비질하는 경비원의 투덜대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내린 꽃비가 제거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한참 두었으면 싶다. 파괴되고 상처받은 문명을 치유하는 하느님의 손길이 오래도록 머물러, 이 땅의 우리 문명이 치유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글_임병식(한국싸나토로지협회 이사장)

-고려대 대학원 동양철학 전공(석사 및 박사)

-미국 Natural Medicine University 대학원 임종학 전공(자연의학 박사)

-현재 한국싸나토로지협회 이사장, SDL의료재단 한가족요양병원 이사

-저서 ''바울과 이제마의 만남'', ''임종영성 프로그램''



인터넷뉴스팀 healthq@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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