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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아무리 많아도 환율급변 못막아"

MTN감성인터뷰 '더리더' -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대담=최남수 보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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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진국' 한국, 선진국보다 성장률 높은 것 당연
- 2008년 5%성장...환율급등 달러계산땐 -11.5%

- 미국 위안화 절상 압력은 美국채 사라는 얘기
- '투기판' 자유환율제 대신 바스켓방식 도입해야

- 한보철강·대우등 산업자본 멀리보는 '혜안'
- 금융자본 위주로 가면 이런 투자 성공못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높은 실업률, 그리스와 포르투갈 같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불안 등 아직은 불안요인이 여전하다. 특히 시장이 무너지면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해나갈 지를 놓고 심도있는 논의가 국제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리 경제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머니투데이방송 MTN의 '더 리더'는 신장섭 싱가폴 국립대 경제학과교수를 만나 국내외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Q. 먼저 세계 금융위기 상황을 보면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보시는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회복국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아주 나빴을 때는 시티 은행이라든지, 제너럴 모터스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망하고 금융 시스템 자체가 마비가 되는 상태였었는데 그것은 이미 다 지났거든요. 다음에 남아있는 것은 그동안 어렵게 버텨왔지만 체력이 달려서 망하는 기업, 망하는 금융기관들인데요. 하지만 그 전에 아주 나빴던 상황보다 지금 굉장히 좋아진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렇지만 더블 딮 이야기라던가, 경제가 다시 한 번 꺾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돈을 풀어 왔는데 그것이 지금 먹히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들이 조금씩 돌아가고 있습니다. 혹시 경기가 꺾인다고 하더라도 제일 처음에 꺾어졌던 것보다 훨씬 나을 것입니다.

Q. 중국과 미국의 환율전쟁이 뜨거운데요.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반면 중국은 외압으로 위안화를 절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이 만약 무역적자가 커다란 문제라면 어느 정도의 환율절상 압력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적자입니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계속 발행을 하면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저금리 상태를 유지를 해야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달러화가 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미국 국채를 사는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얹어달라고 요구를 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미국의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달러가치의 절하, 일부 절하는 할 수 있겠지만 급격한 절하는 미국 경제의 이익에 반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미국이 왜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느냐? 미국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달러가치를 낮추는 것보다는 중국이 미국의 국채를 싼 값에 계속 사주는 겁니다. 그냥 사라고 압력을 못 넣고, 미국 국채 팔지 말고 계속 사라는 압력을 위안화 절상 압력이라는 형태로 멀리 돌아서 넣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고요.

Q.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기축통화를 바꾸자는 중국의 주장도 내면적인 카드를 가지고 있는 노림수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가요?

중국 국제 전략의 기본은 ‘화평불기’라고 하는 표현인데 국제 평화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중국이 위로 떠오른다는 건데. 중국입장에서는 지금 국제평화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경제 성장을 계속해서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커다란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구태여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할 의사는 없습니다. 중국입장에서는 달러표시 국채를 계속 사줘서 달러가치를 받쳐주면서, 중국은 고성장을 할 수 있는 기존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을 내부적으로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우리 경제 이야기로 돌려보겠습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자꾸 OECD에서 회복세가 빠르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이것을 전혀 자랑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OECD는 선진국 클럽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중진국이죠.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낮고 중진국의 경제성장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오히려 한국은 중진국으로서 우리한테 필요한 성장률을 과연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그것을 봐야 됩니다. 저는 성장률 지금보다 조금 더 높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Q.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한국이 졌다는 주장을 하고 계시지요?

성장률에서 한국이 조금 나았을지 모르지만 자산 가치 부분에서는 한국이 굉장히 많이 손해를 봤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를 ‘펀드 자본주의’라고 이야기하는데, 펀드 자본주의에서는 자산 가치를 갖고 경쟁하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이 보통 성장률이라고 하는 것은 국내통화 기준으로 계산을 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2008년에 경상성장률은 5% 였습니다. 그것은 한국 국내 통화로 계산을 한 거죠. 그러면 국부에서도 늘어난 걸로 나오는데, 달러로 계산하는 성장률은 환율이 900원대에서 1100원으로 갔기 때문에 -11.5%입니다. 단순 계산했을 때, 900조 정도 손해 봤는데 이것은 단순히 환율에서만 손해를 본 겁니다.

Q. 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으면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있거든요. 생각이 좀 다르시지요.

지금 전 세계 외환 거래량이 하루에만 4조 달러 됩니다. 한국이 2400억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못씁니다. 하루에 많이 개입해봤자 100억 달러정도 개입을 하는데, 4조 달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외환보유액을 아무리 쌓아봤자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은 굉장히 없고, 오히려 열심히 벌은 돈 갖다 바치기만 합니다.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은 돈으로 절대 못 막습니다. 왜냐면 게임이 안 되니까. 게임의 룰을 바꿔야 합니다. 그 투기 판이 정부가 원하는 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도록 바꿔야 합니다.

Q. 환율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완전 ‘자유변동 환율제’를 주장하시는 분들의 기본 논거는 시장에 맡겨놓으면 시장이 그 나라 경제에 맞는 적정 환율을 찾아간다는 건데 실제 보면 된 적이 없습니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를 보더라도 원화 환율이 900원대 있다가 1500원 갔는데 한국의 적정 환율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실물적인 부분의 필요를 보면 적정 환율을 어느 정도 유지를 시켜줘야 됩니다. 환율이 그렇게 널뛰듯이 변하는데 거기에 맞춰서 경제활동 제대로 할 기업들이 별로 없습니다.

Q. 어떤 형태로 바꿔야 될까요?

저는 ‘바스켓 방식’의 통화제도가 좋지 않겠나. 바스켓 방식은 주요교역상대국들의 무역가중치라든지 어떤 경우에는 투자가중치까지 같이 들어갑니다. 그것을 정부에서 봐서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에 맞춰서 이정도가 적정한 환율인 것 같다’ 하는 수준을 유지를 해서 거기서 이 결정되도록 합니다.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해 투기 판을 만들어주되, 투기는 이 정도에서만 하라고 정부가 선을 그어주면 되지요.

Q. 금융은 어떤 역할과 기능이 재조정돼야 된다고 보시는지...

IMF 프로그램이나 워싱턴컨센서스 이런 것은 금융자본 위주의 패러다임입니다. 국제투자자들이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린다는 전제를 가진 건데 이번에 많이 틀렸거든요. 한국의 경우잘못된 사례를 한 번 보죠. 예를 들면 한보철강, 지금은 현대로 들어갔습니다만 한보가 과잉투자를 해서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했거든요. 그 당시 한보 정태수 회장이 무슨 이야기를 했냐면 ‘우리는 포철하고 경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서해안에 만들어서 중국시장 커지는데 그 수요를 받쳐서 우리는 성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서 보십시오. 중국이 커지면서 전 세계 철강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습니다. 한보철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버렸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국 산업자본가의 미래를 내다본 혜안은 맞았습니다. 금융자본가가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장 수익이 안 나니까. 그리고 대우의 경우 ‘세계 경영’했을 때 그 중심은 신흥시장이었습니다. 지금 보십시오.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이 신흥시장이 돼있습니다. 산업자본가가 멀리 본 것은 맞았는데, 유동성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금융자본하고 산업자본하고 시각이 엇갈린 적이 많으니까 적당히 누군가가 조정을 해줘야만 합니다. 금융자본 위주로만 간다면 멀리 내다보는 투자가 성공을 못합니다.
Q. 중간에서 정부의 개입과 정부의 조정이 필요한 거죠.

굉장히 중요한 것이 은행의 기능입니다. IMF체제에 들어가서는 한국이 그동안 지나치게 은행대출을 받아서 과잉투자를 했다고 해서 은행대출을 죄악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을 육성을 했는데, 그 기본전제는 은행에서 기업으로 돈이 적게 가더라도 주식시장에서 돈이 공급이 될 거라는 그 전제가 깔려있었는데. 그것이 역사적으로 입증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2000년대 주식시장이 커졌을 때 오히려 산업 쪽에서 돈을 빨아 당겼습니다. 주식투자자들이 힘이 세지면 유상증자 싫어합니다. 오히려 배당 많이 받으려고 하고 심지어 유상감자까지 시켜가며 돈 빼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동안 은행의 기업대출을 억제해왔습니다. 저는 은행이 기업대출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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