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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떨어지는 화살' KB금융그룹

이대호 기자

"조직은 한 자루의 화살로 묘사할 수 있다. 매순간 어디선가 와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다. 날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 이것이 조직이다."

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생전 어록 중 하나입니다.

신한은행 기흥 연수원에 마련된 이희건 명예회장 추모관 뒤뜰에는 그가 신한은행을 위해 남긴 고언(苦言)이 하나하나 기념비로 놓여 있습니다.

이 전 회장의 말이 담긴 비석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KB금융이 떠올랐습니다.

이 전 회장의 입을 빌려 얘기하자면 지금의 KB금융은 '떨어질 위기에 처한 화살'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때 '리딩뱅크'를 자랑했던 'KB금융이라는 화살'은 그 속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4대 금융지주회사의 자산 순위는 KB금융지주가 꼴찌입니다. (우리금융지주 325.7조원, 신한 300.8조원, 하나 283.7조원, KB 282조원)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간신히 꼴찌를 면한 수준입니다. (신한 2조 378억원, 하나 1조 3,842억원, KB 1조 3,826억원, 우리 1조 2,842억원)

지난해 국민은행 직원 1인당 순이익(7,168만원)은 신한은행(1억 1,320만원)의 63% 수준에 그쳤습니다.

직원 1만 4,638명인 신한은행이 1조 6,56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을 때, 직원이 2만 1,693명에 달하는 국민은행은 1조 5,549억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KB금융호는 숱한 잡음 속에 임영록 회장으로 선장이 바뀌었지만 아직 까지 항로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낙하산 관치금융 논란의 복판에 섰던 임 회장의 첫번째 인사 작품인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한달 전 임 회장처럼 노조로부터 출근을 저지당하고 있는 등 홍역 속에 있습니다. 

임 회장 때보다 노조의 감정은 더욱 격합니다.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바닥은 깨진 계란으로 뒤범벅 됐고, 로비에는 검은 래커로 쓰인 '이건호는 사퇴하라'는 글씨가 흉물스럽게 새겨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이건호 행장 선임 과정에 금융당국 고위 관료의 배후 지원이 있었다는 말부터 청와대 개입설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 당사자들도 물론 부인합니다.

직원들의 좌절감이 큽니다. 4대 금융지주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만 외부 출신입니다. KB 직원들은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조차도 내부 출신이 회장, 행장에 올랐는데, KB금융과 국민은행만 관료 출신, 외부 인사가 회장, 행장 자리에 내려왔다"고 토로합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 은행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한시 바삐 신발 끈을 조여야 할 조직이 내홍을 겪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다시 한 번 故 이희건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KB금융과 국민은행은 분명 날고 있는 화살은 아닐 것입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취임사(취임식이 노조의 반대로 무산돼 서면과 사내방송으로 대체)를 통해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지금 KB국민은행 또한 위대한 은행으로 비상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에서 뒤처진 은행으로 추락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입니다.

노사가 정면충돌하면서 서로 KB라는 화살을 부러뜨리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 우려는 비단 KB금융 임직원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KB와 거래하는 많은 고객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KB라는 화살을 다시 쏘기 위해서는 활 몸체를 잡고 활시위를 힘껏 당길 두 손이 필요합니다.

KB금융이 하루 빨리 전열을 정비해 내외부의 불안한 시선을 불식시키고 '날아가는 화살'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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