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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네이버는 왜 '마녀'가 됐을까?

이규창

남양유업 사태로 불기 시작한 '갑을논란'이 인터넷 업계로 번지면서 이른바 '수퍼 갑'으로 꼽히는 네이버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보와 콘텐츠의 유통경로인 검색시장을 80%나 점유하고있는 네이버는 인터넷 산업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그러다보니 경쟁과 거래 관계에 있는 많은 기업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불공정거래, 골목상권 침해, 검색순위 조작 등 네이버의 시장지배력에서 파생되는 여러 논란들은 급기야 정부와 여당으로 하여금 칼을 빼들게 만들었습니다.

'검색 독과점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며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될 게 없다'던 네이버는 결국 몸을 낮추고 '상생'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내심으론 "마녀사냥에 걸려들었다"는 불만이 가득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왜 마녀가 됐을까?

네이버에게 횡포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기업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네이버가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업체들이 주장하는 네이버가 중소기업을 대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일단 담당자가 "문제없다"고 이야기하고 그래도 불만을 이야기하면 법무팀으로 넘겨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답을 줍니다. 그래도 불만을 갖는 업체들에겐 "법대로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해당 부서의 책임자는 얼굴조차 보기 어렵고 법무팀에서 다 검토한 내용이라 법적으로는 문제없으니 더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식의 태도에 화가났다는 하소연을 입이라도 맞춘듯 털어놓습니다.

네이버의 수장인 김상헌 NHN 대표는 얼마전 여당과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간담회에서 피해를 하소연하는 업체 대표들의 발언을 들은 뒤 "처음 들었다. 이런 자리가 없었다면 생생한 목소리 들을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자리를 마련한 정부와 여당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의도였겠지만 옆에서 듣고있던 중소기업 대표들은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기가, 그 자리를 마련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냐는 겁니다. 법조항을 따지기 전에 단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성의있게 들어주기만 했다면 작금의 사태를 초래하진 않았을 거라는 말입니다.

네이버가 발표한 상생 대책에는 대화창구인 '상생협의체'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거창한 이름보다는 그저 만나서 대화해보겠다는 의지만 있었다면 언제라도 가능했을 일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네이버도 일단 몸을 낮추며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하려는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마녀사냥의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회사보다 막강하다는 네이버 법무팀에 불려가 "법대로 하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중소기업이 더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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