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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기관경고까지? '소액채권 담합' 잇따른 제재에 증권가 '비명'

김주영 기자

올 가을 금융투자업계가 '국민주택채권 금리 담합' 에 따른 파장으로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을 한 데 이어 다음 달 금융감독원이 '기관 경고' 등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처벌을 내릴 방침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주택법 제 67조에 의거, 국토교통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행)으로 준조세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아파트 등을 살 때 의무적으로 이 채권을 사야 하는데, 보통은 매입비용이 부담이 되는 만큼 보유하지 않고 바로 은행에 되팝니다.

은행은 이른바 '매출전담'만을 수행해 이 채권은 증권사가 은행에서 다시 사들이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국민이 은행을 통해 넘기는 채권의 매도 가격을 사실상 증권사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채권가격을 좌우하는 금리를 담합한 행위가 드러났습니다.


<증권사 채권 금리 담합 행위 드러나 과징금 192억원 부과>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증권사 20곳에 시정명령과 법 위반 사실 공표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92억원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는 증권사들이 지난 2004년부터 6년 여동안 서로 짜고 거래소에 제출하는 금리(채권 수익률)를 의도적으로 올려 채권가격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주택채권의 금리는 각 증권사가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입력하면 거래소가 이를 평균 내서 고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제재와 함께 초기부터 담합에 가담한 혐의로 대우증권과 동양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증권사 6곳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검찰의 수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이들 증권사에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벌금형(100만원 이상) 이상이 확정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앞으로 3년동안 사실상 신규 사업이 금지되고 5년동안 자회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보다 검찰 고발에 좀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벌금형 확정'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공정위의 제재에 이어 다음 달 확정되는 금감원의 징계 수위도 애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주의'보다 한층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지난 달 초 증권사에 '조치 예정 사전 통지'를 통보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담합 행위자인 부서장과 감독자인 임원에게 각각 '감봉', '견책'이 부과되며 증권사에는 '기관경고' 조치가 취해질 예정입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는 크게 기관주의와 기관경고, 영업정지, 인가취소 등 4단계로 나뉘는데 기관경고는 회사 차원의 규정위반으로 큰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을 때 내리는 조치입니다.


<증권업계 "비밀성 없는 담합 의문…거래소ㆍ감독기관에도 책임 물어야">

증권업계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이어 검찰 고발, 금감원의 징계까지 잇따른 제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 관계자는 "채권시장이 제조업과 같은 잣대에서 판단되는 점이 아쉽다"며 "시장이 형성된 과정에 대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민주택채권과 같은 소액채권은 지난 2004년부터 제도화 됐는데 이전에는 법무사와 사채업자 중심의 음성적 시장이었습니다. 2004년 시스템이 마련되자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 증권사에 국민주택채권과 국고채의 금리 차이를 좁힐 것을 사실상 강제했습니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국고채와 국민주택채권(1종)의 수익률(스프레드) 차이를 종전 40bp(1bp=0.01%p)에서 10bp 이내로 줄이도록 권고한 것입니다.

증권업계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적정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교환했다"며 "감독기관도 시장의 이런 사정을 아는 만큼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채권 운용 관계자는 "담합에는 어느 정도 비밀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각 증권사가 제출한 금리를 보고받은 거래소 역시 수 년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위의 논리대로라면 증권사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 거래소, 그리고 거래소의 상위기관인 금감원에 대한 제재도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국민주택채권시장이 정부와 증권사의 주도로 제도화 된 뒤 지금과 같은 시장 구조가 어느새 관행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증권사 "우린 담합 아니다" 꼼수 눈총, '살얼음판' 위기 암시>

국민주택채권 금리 담합에 대한 제재 이후 각 증권사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채권 금리 담합과 관련해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실시된 뒤 하나대투증권과 NH농협증권은 '리니언시(자진신고감면제)'를 통해 각각 전액, 50%의 과징금을 감면받았습니다.

대신증권은 과징금 감면을 받지 못했지만 담합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검찰에 고발된 증권사 중 몇 곳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송 추진 과정에서 삼성증권의 꼼수가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장외 채권시장이 끝난 뒤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 참여했다"면서도 "거래소에는 다른 증권사와 금리를 다르게 제출한 만큼 담합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삼성증권은 일정한 주기를 유지하며 다른 증권사 19곳과 금리를 조금씩 다르게 써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예를 들어 담합기간에 해당하는 지난 2010년 증권사들이 거래소에 제출한 금리 자료를 보면 삼성증권은 다른 증권사보다 지속적으로 0.4% 정도 낮게 써 냈습니다.<한국거래소 집계>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다른 증권사의 금리 정보, 즉 시장수익률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일정한 수치를 차감한 것에 그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담합 정보를 활용한 담합'이라는 점만 다를 뿐 삼성증권도 부당이익을 똑같이 누린 게 사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증권사가 소위 그들만의 '상도의'를 저버리면서까지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증권업계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 1분기(4~6월) 증권사의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회사별로 수십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데 이어 신규사업에 불이익까지 생기면 수익구조의 개선은 점점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재판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소액채권 시장의 붕괴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과도한 규제와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이미 몇몇 증권사는 소액채권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이 채권을 매입할 때 환금성을 높여주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마련된 소액채권 업계가 정부와 검찰, 금감원의 '3중 칼날'에 고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주영 기자 (mayb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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