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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철학 없이 ‘조변석개’ 우리금융 민영화 미래는 있나?

권순우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에 가장 인기 있는 매물인 우리투자증권 패키지가 지난 16일 공고를 시작으로 본격 매각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고 성사시키겠다고 장담했고 살 사람이 원하는 방식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혀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스러운 것은 벌써 4차례나 진행해온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철학 없이 우왕좌왕 진행돼 왔다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논의를 할 때마다 공무원들은 정답을 정해놓고 강경한 논리를 앞세워 밀어붙였다가 금융위원장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대되는 논리를 펼쳐왔다”며 "벽과 대화하는 기분" 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은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신속한 민영화, 금융시장 발전입니다. 같은 원칙을 가지고 추진한 4차례의 매각 작업은 극과 극을 오갔습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2010년 진행한 1차 우리금융 매각 방안은 지방은행과 지주사를 분리해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방은행은 지주사와 시너지가 낮아 분리 매각을 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주와 지방은행을 같이 사겠다는 인수자, 지방은행만 사겠다는 인수자 등 복잡한 셈법에 1차 민영화는 실패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김석동 금융위원장으로 바뀌고 우리금융지주를 통으로 매각 하는 일괄매각 방식을 추진했습니다. 1차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일괄 매각 방식은 병행 매각 방식에 비해 매각 절차가 단순하고 추진과정의 불확실성도 낮아 실행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업은행과의 M&A를 염두에 둔 2차 민영화는 메가뱅크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로 실패했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인수 대상과 매각 방식에 대한 모든 조건이 수면위로 드러났다”며 2차 민영화의 실패를 애써 위로했습니다.

 정권 말 무리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석동 위원장은 또다시 3차 민영화를 추진합니다. 2차 때와 차이가 있다면 금융지주사가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전체 지분의 95%를 인수해야 한다는 법적 여건을 피해가기 위해 ‘합병’ 방식을 내세웠다는 점뿐이었습니다. KB금융지주를 염두에 두고 추진한 3차 민영화는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금융 인수안을 부결시키면서 한 곳도 인수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또다시 금융위원장이 바뀌고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분리 매각 방식을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창고정리 바겐세일을 하듯 우리금융의 14개 계열사를 갈기갈기 쪼개 원하는 대로 떼서 팔겠다고 합니다.

 한 차례의 분리매각과 두 차례의 일괄매각. 또다시 시작된 분리매각. 금융위원회는 언제 일괄 매각을 추진했느냐는 듯 “일괄매각은 유효경쟁 성립이 어려울 소지가 있어 분리 매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를 갈갈이 쪼개서 파는데 금융당국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일괄로 팔 때는 일괄이 최선이다, 분리해 팔 때는 분리가 최선이다, ‘조변석개’의 면피성 논거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방은행까지 금융지주로 전환하고 있는 금융환경 속에서 해체되는 우리금융그룹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없습니다.

 또 총자산 1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들이 여기저기 팔려나가면 인수자들은 개별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됩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자는 대우, 삼성과 엎치락 뒤치락하는 증권업계에서 1위, 우리은행 인수자는 4대 은행이 과점하고 있는 은행권에서 1위가 됩니다. 다른 금융사들은 변화한 환경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에 긴장하고 금융산업 판도는 확연하게 변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급박한 금융 산업 변화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지 않고 있습니다.

 최고가 매각이 최우선 원칙인 민간 M&A와 달리 공공 M&A는 매각 방식과 과정을 모두 공개하고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통해 우리 금융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을 보여주고 유도해 나가야 합니다. 3번째 원칙인 ‘금융 산업 발전’은 그런 의미입니다.

가격과 흥정에만 집착한 나머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했다'는 훗날의 비판을 사지 않으려면 '큰 그림'도 함께 그리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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