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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모범택시 대부업이 불편한 이유

권순우 기자

“남편: 나 오늘 러시앤캐시에서 대출 받았어
 아내: 은행이랑 카드 놔두고 왜?
 남편: 바쁠 땐 쉽고 간단하거든. 버스랑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고
 아내: 조금 비싼 대신 편하고 안심되는거?
 남편: 좋은 서비스란 그런거 아닐까?“

 한 대부업체의 광고 문구입니다. 비싼 만큼 편하고 안심되는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라는 문구가 그동안 사채업자와 불법 추심을 떠올리던 대부업에 대한 상식을 파괴합니다.

 금융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아는 금융업계 관계자들도 이 광고를 보며 “정말 틀린 말은 없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듣기에 굉장히 그럴듯해 보이게 잘 만들어서 입이 딱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대부업이 금리가 비싼 만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문구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과장일까요?

 이 광고의 주 타겟은 직장인입니다. 월급 제때 나오는 직장인들이 왜 대부업체를 쓸까요? 대부업체는 저신용자만 이용한다는 편견과 달리 대형 대부업체의 고객 구성을 보면 은행 거래가 가능한 6등급 이상 신용등급자의 비중이 45%에 이릅니다. 일정한 소득이 있는 회사원도 73%나 됩니다.

 직장인들이 대부업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익명성’입니다. 대부업체는 금융정보를 금융권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24시간 상담 서비스에 30분이면 대출심사를 끝내주니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유흥주점을 가서 갑자기 수십만원의 돈이 필요할 때, 명품백을 구입하고 싶을 때.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돈이 필요할 때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거죠. 대부업계 관계자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제때 잘 갚는 직장인들은 대부업계에서 VIP 고객”이라고 말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부업체의 영업전략은 쉽게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저신용자에게 있어서도 서비스 좋은 대부업체의 출연은 단비 같은 일이었습니다. 문턱 높은 은행은 생각도 못하고 무서운 어깨들에게 굽신 거리며 돈을 빌릴 수밖에 없던 사람들은 대형 대부업체의 친절한 서비스에 감동했습니다.

 고객 관리를 위해 서비스 질을 향상 시키겠다는 대부업체의 변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 정말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쉽게 정답을 낼 수 없는 문제이기에  이 광고를 보는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표정도 다양합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 상품이 필요하듯 다양한 대출 상품도 필요하다”며 “제도권 금융회사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금융 수요를 충족시켜준다는 측면에서 대부업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대로 “대형 대부업체 몇 곳을 제외한 중하위권 대부업체들은 여전히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약탈적 대출을 행하고 있다”며 “그럴 듯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불필요하게 대부업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대부업이 신용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익명성’이 없다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대부업을 이용하지 않을 겁니다. 한 때 투명한 금융거래를 위해 대부업의 신용정보를 금융권과 교류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에서 논의 됐지만 대부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논의야 어찌됐든 대부업은 본인들이 가진 무기를 활용해 금융권의 빈자리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서민층에게는 금융수요가 있는데 정작 서민금융의 버팀목이 돼주어야 할 저축은행은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축은행은 금융산업 최고의 권한인 ‘예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대부업체와 비슷한 35%에 달하고 대부업체만큼 돈 빌리기가 쉽지도 빠르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건전성도 안좋고 대주주까지 부도덕해 국가적인 사태를 일으켜고 국민적 신뢰를 잃었지요.

 결국 제도권 금융의 공백지대가 대부업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틈새가 됐습니다. 한자리수 금리의 은행에서 벗어나면 단번에 30%가 넘는 고금리로 돈을 빌려야만 합니다. 모범택시라는 고급 서비스로 포장한 대부업 광고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이유는 모범택시를 타고 싶지 않아도 다른 수단이 없어 모범택시만을 타야하는 서민들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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