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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에너지 절약부터 회장님 연봉까지...은행의 진정성은?

이대호 기자

외환은행 본점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외환은행 상징물 중 하나인 이 전광판은 멈춘 지 오래다. 여름 내내 전력수요 절감에 동참하기 위해 은행이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

외환시세 등 각종 금융정보를 빛으로 쏘아대던 화려한 전광판이 제 역할을 못하고 까맣게 꺼져 있는 모습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곳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의 초입이기도 하다.

외환은행은 광고 효과 등 무형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전력수요 절감에 동참하고 있다.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돈다. 뉴스에서도 ‘전력예비율이 얼마에 그치고 있다’, ‘전력수급 비상이다’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이제는 외환은행이 전광판을 켜도 될 것 같은데, 6일 아침까지도 ‘에너지 절약 모드’다.

우리은행 본점 건물 내 복도는 낮에도 밤 같다. 화장실도 어둡다. 역시 에너지를 절감하겠다며 형광등을 거의 다 꺼놨기 때문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에 의지해야 하는데, 장마철에는 햇빛도 들지 않아 복도와 화장실을 오가는 것이 곤혹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사무실 조명은 꺼진 등이 하나 없다. 형광등이 빼곡히 다 켜져 있다. 조명 절전을 하려면 형광등 두 개 중 하나를 빼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우리은행은 사무실 조명을 다 켜놓고서 복도와 화장실 불만 다 꺼놓는 특이한(?) 방법을 택했다.

공공성이 강한 업종 특성상 시중은행들은 정부 시책에 적극 동참한다. 그러나 이처럼 진정성을 따지자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은행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임직원 고액 연봉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은행들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연봉 일부를 반납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다. 다른 은행에 비해 ‘원래 연봉 수준이 낮다’며 무대응인 곳도 있다.

성과보상 체계 자체를 개편하는 것은 결론을 계속 미루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주사가 마련한 개편 방안이 미진해 사외이사로 구성된 평가보상위원들이 ‘재검토 하라’고 퇴짜 놓기도 했다.

직원 평균 연봉도 마찬가지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은행 정규직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었고, 2년 사이 평균 인상률은 11.5%에 달했다. 매년 임금협상을 통해 정해진 인상률 2~3%를 크게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은행들이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특별 상여금 등 이면적인 인센티브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 시책에 따라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저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해 놓고도 마진이 좋지 않아 마케팅을 소홀히 한다’는 등 은행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지적이 잇따른다.

은행마다 사회공헌부서가 없는 곳이 없다. 임원들이 앞치마를 두르기도 하고, 연탄과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시장에서 서민금융 상담을 하는 사진을 거의 정기적으로 볼 수 있다. 봉사활동 횟수는 합격점에 가깝다. 정부 시책에 따라 뭐라도 하려는 액션 자체도 합격선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동행은 불편할 뿐이다.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며 잘 나갈 때보다 지금처럼 어려움에 빠졌을 때가 고객에게 진심을 전달하기 더 좋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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