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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산업은행에 현혹된 버스운전기사님

산은의 STX 지원 논란과 별개로 기존 채권 부실 원인과 과정, 국민들이 알아야
유일한 기자

 지난 2일(월) 퇴근길. 서울시 양천구 목동역에서 등촌삼거리 방향으로 버스에 올라 운전석 바로 뒤에 섰다. 얼마 안가 사거리 빨간 신호등에서 버스가 잠깐 멈추었다. 기자의 눈길이 '딱' 꽂힌 곳이 운전기사님의 손길.
 그 짧은 시간, 우리의 기사님, 다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휴대폰(스마트폰)을 손에 집어드신다. 금새 주식시세창을 띄우더니 종목을 검색한다. 어느덧 기자의 직업의식이 발동, 호기심반 걱정반으로 확인작업 들어갔더니 기사님의 관심주는 다름아닌 STX. 요즘 금융부, 증권부 기자들이 가장 많이 취재하는 상장사다.

 묘하게 이날따라 더많은 이슈가 있었다. 개인 채권자의 파산 신청 이후 정지된 거래가 재개됐고,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에서 제외됐다. 일부 언론은 산업은행이 STX팬오션을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숱한 재료 속에서 STX 종가는 5% 하락한 3,830원.

 갈수록 STX 관련주의 움직임을 중계하는 기사가 늘고 있고, 주가 등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타이밍만 잘 잡으면 하루이틀새 10% 넘는 단기 차익도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는 개미들이 늘고 있고, 급기야 갈길이 바쁜 기사분들까지 개미군단에 합류하게 된 상황.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자 기사님은 다시 엑셀을 밟았다. 물론 스마트폰은 이미 내려놓은 상태였다.
 잠깐 생각해보았다. 극심한 해운 조선업 침체에 유동성 위기에 몰려 채권단의 지원 없이는 연명이 어려운 STX그룹주에 덤벼드는 투자자들의 속셈은 무얼까.
 STX가 정상기업이 아닌 것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채권단의 지원으로 정상화된다해도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터. 그때를 보고 장기투자하는 투자자가 몇이나 될까.
 일각에선 산은이 돈을 퍼부어도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들이 지원에 망설이는 이유다. 결국 지금 투자자들의 러시는 오로지 산은의 지원에 기댄 투기(베팅)에 다름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다수가 행복한 러시는 아닐 거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루 뒤인 3일 주가는 1,500만주가 넘는 거래량을 수반하며 상한가에 올랐다. 산업은행이 STX그룹주를 살리기 위해 더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그룹주가 동반 상한가를 넘나들었다.

4일 주가는 인수 기대로 팬오션만 급등세를 유지했고, 나머지 그룹주는 10% 안팎 급락했다.

 산은이 안팎의 비난을 무릅써가며 STX를 지원하려는 이유는 주주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는 나라경제를 위해서라고 한다. 그렇지만 주채권은행으로서 이미 대출해준 막대한 채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크다. 이렇다할 '시도'도 없이 채권을 곧바로 포기하면 금융당국, 국회 차원의 책임추궁에 맞닥뜨려야한다.

 주주들은 명백한 후순위다. 시간이 지나 채권단의 지원이 일단락되고 나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포장해야한다. 반기말 기준 STX의 자기자본은 4437억원 마이너스다. 자본금을 다 까먹고도 모자라 빚을 엄청 진 상태.
 STX팬오션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차입금만 3조원에 이른다.
 
 회생의 총대를 멘 산은 경영진은 내심 자신감까지 내비치고 있다. 과거 현대그룹과 대우그룹 구조조정에서 맛본 짜릿한 성공경험이 묻어난다. 그러다보니 'STX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 해야한다'는 입장이 수시로 언론을 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달리 우리경제가 저성장국면에 접어들었다. 해운, 조선 경기침체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STX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산은에게 하나만 부탁하자. 그룹주들이 하나같이 상장사라는 걸 감안해달라고. 그러니까 말 좀 삼가하고 또 삼가해달라고. 그래서 버스운전기사님이 하루하루 애타며 신호등 앞에서 스마트폰을 주시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STX그룹에 대한 엑스포져(사실상 국민세금)의 시작과 중간, 끝을 정리해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가 다시 합쳐진다해도 STX 부실은 추적을 잘해 귀중한 세금이 부당하게 쓰이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더불어 산은 뿐 아니라 수출입은행 농협 우리은행 등 사실상 세금으로 장사를 하는 은행들이 왜 유독 STX그룹에 '몰빵'을 했는지 국민들은 알권리가 있다.

 작년말 기준 STX그룹에 대한 익스포저는 산업은행 3조8800억원, 수출입은행 2조4800억원, 농협은행 2조2200억원, 우리은행 1조5400억원 등으로 알려져만 있을 뿐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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