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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아무나 할 수 없는 신한지주 회장, 누구나 할 수 있는 KB지주 회장

권순우 기자

 우리나라 4대 금융그룹의 지주회장은 엄청난 자리입니다. 4대 지주의 총자산은 1200조원, 수하에 직원만 5만명 가까이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가 ‘회장님’이 아닌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지주회장, 은행장이 될 수 있을까요?

 금융감독원은 2011년 CEO가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해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했습니다.
승계 프로그램에는 CEO가 될만한 유망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CEO 부재시 새로운 사람을 선출하는 행동 양식을 담겨 있습니다. 또 CEO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조건도 담고 있습니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개별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가장 체계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로는 신한금융지주가 꼽히고 가장 허술한 회사로는 KB금융지주가 꼽힙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정부가 대주주로써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승계 프로그램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강제성이 없는 모범규준에 한줄 적혀 있는 경영진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은 차기 CEO를 꿈꾸는 임직원, 외부 인재들에게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신한금융지주는 CEO의 조건으로 여신,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은행 경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은 안 된다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외부자가 선임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지주 회장에 도전하려면 다른 은행의 은행장, 지주 회장 정도는 돼야 하기 때문에 외부인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KB금융지주 역시 풍부한 은행 경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준하는 외부 경력을 폭 넓게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관료, 교수 등 다른 분야의 경력도 장벽없이 인정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거죠.

 그 결과는 전혀 다른 경영 승계 과정으로 나타났습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선출 과정을 보며“누가 CEO가 될지 조건이나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나도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사실상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가 신한금융에 대해서는 “한동우 회장 임기가 내년 3월에 끝나도 다음에 누가 될지 한정되기 때문에 업무가 마비되는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승계 프로그램은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외풍을 많이 받는 KB금융은 지금껏 관치 논란과 함께 외부 출신이 CEO 자리를 차지했고 김정태, 강정원 행장, 황영기 회장 모두 불명예 퇴진을 했습니다. 어윤대 전 회장 역시 ISS 사태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고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립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신한금융지주는 지주회장과 사장, 은행장이 한번에 낙마한 ‘신한사태’를 겪었지만 곧 추스르고 일어나 가장 순익이 좋은 금융회사로 재기했습니다.

 왜 체계적인 승계프로그램을 만들기가 힘들까요?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 때 자칫 잘못하면 지주 회장 본인이 자격이 안되는 '자기부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임기가 몇 년 지난 후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면 연임을 노린다느니 후임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만든다느니 하는 구설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본인이 낙하산일 경우 무분별한 낙하산을 견제할 수 있는 승계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지금은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임기 첫해인 만큼 연임, 후임 등 차기 회장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또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기업 사장 바뀌듯 금융지주 회장이 바뀌고 낙하산이라 불리던 지주 회장들이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는 관행, 이제는 끊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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