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 칼자루 쥔 산업은행, 소통 좀 하시죠

이대호 기자

지난 2일, 또 한 번 '산업은행이 STX팬오션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해명자료를 내는 등 산은의 공식 대응은 없었다. 바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산업은행 한 부행장은 “그런 잘못된 기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바빠서 해명자료 낼 시간도 없다”고 했다.

다음날 STX팬오션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산은의 말대로라면 ‘잘못된 정보’로 인해 STX팬오션의 시가총액이 수백억원 불어난 것이다.

충분히 그 전날 오후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시간이 있었음에도 산업은행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28일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역시 산업은행이 STX팬오션 인수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다음날 STX팬오션은 상한가로 직행했고 약 3일 동안 주가 급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불과 열흘만에(6월 7일) STX팬오션은 법정관리로 보내졌다. 역시나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로 보내진다는 소식은 이보다 앞선 5일에 퍼졌고, 하한가 행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물론 주채권은행 입장에서 쏟아지는 추측성 보도 때문에 ‘인수’냐 ‘법정관리행’이냐를 미리 언급할 수는 없다. 기자들의 취재 경쟁이 오보를 양산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산은 관계자들의 말이 오해를 불러왔고, 이를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시장 혼란을 방치했다는 비난의 화살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향할 수밖에 없다.

오보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나중에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며 넘어가던 산은이다. 그들이 기자회견을 여는 시점은 늘 모든 결정이 끝나고 시장에 폭풍이 지나간 뒤였다.

지금도 STX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쌍용건설과 관련된 뉴스 가운데 지원 자금과 출자전환 금액 등 중요한 수치를 틀린 기사가 적지 않다.

산은 관계자들은 이를 보며 “다른 채권은행에서 잘못 알려줬나 보네”, “제대로 안 알아보고 썼네”라며 핀잔을 준다.

정작 정확한 수치를 요구했을 때는 “지금 바쁘다. 어차피 다른 은행에서 자료 받을 거 아니냐”고 다른 소리를 하던 그들이다.

산은이 틀린 기사 내용을 일일이 지적할 수는 없다. 산은 직원들이 그렇게 한가하지도 않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다”는 말이 푸념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기업 구조조정이 겹치며 업무량이 급증한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틀린 정보가 양산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소통할 책임은 있다.

사람들이 산은 직원 개인 돈을 어디다 쓰는지, 개인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게 아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주채권은행으로서,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산업은행이 쥐고 있는 ‘기업 생사여탈권’이라는 칼자루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자상을 입힐 수 있는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