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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 속세에서 믿음의 세계로의 탈색

최남수 보도본부장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 (이백만 저, 메디치)

<서평>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이백만 저, 메디치)>
- 그는 ‘속세’에서 ‘믿음의 세계’로 탈색을 시도하는 여정에 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군사정부에 의해 강제 폐간됐던 서울경제신문이 복간된 1988년이었다. 정경부 선배기자로 만났다. 대단한 필력은 이미 알고 있었던 터였다. 역시 문제의식이 강한 정통 경제기자였다. 외모나 말투는 ‘촌티’(진도 출신)가 확 나는 남자다움 그 자체였다. 경제 기자로 명성을 날린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으로 청와대의 ‘입’ 역할을 했다. ‘주군’의 죽음 이후 그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그가 원했던 만큼 원만한 여정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캄보디아로 자원봉사 활동을 떠났다. 그가 가톨릭 신도였음은 그 때 알게 됐다. 다른 분들 활동과 비슷하겠지 하는 시각으로 그가 올리는 페이스 북 글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의 ‘일탈’이 색다른 책으로 나왔다. ‘두 번째 방황이 가르쳐준 것들’. ‘엉글죠의 캄보디아 인생피정’을 부제로.(‘엉클죠’는 캄보디아에서 불린 그의 이름이다.)

궁금했다. 평생을 속세(?)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보낸 그가 이런 ‘외도’를 하게 된 동기와 그곳에서 얻은 깨달음이 무엇인지. 아마도 기독교도인 나 자신이 현실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직면하는 ‘세상의 가치’와 ‘믿음의 가치’의 충돌이란 숙명적 숙제에 대해 그가 어떤 답을 제시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발동했다.

책에 실린 내용들은 다른 서평에 많이 나와 이 글에선 반복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은 낮추며 호기심의 돋보기를 가동해 많은 걸 배우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캄보디아 사회와 사람들, 다른 문화에서 온 이방인들, 그리고 가톨릭 교회의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그의 스승이다.

열심히 일해 왔지만 행복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한 그.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난 이 여행에서 담벼락 너머에 더 넓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됐다며 작은 깨달음의 기쁨을 우리에게 알린다. 자신의 삶이 ‘Before Cambodia'와 ’After Cambodia'로 갈릴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니 그가 말한 ‘인생 리셋(reset)’의 큰 변화가 싹트기 시작한 듯하다. ‘천국에는 속세의 사람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더 높은 차원의 재미가 있을 것’이라는 그 천국관에 이르면 신앙이 깊어져가는 그를 보게 된다.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과 ’착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불합리한 시련‘ 사이의 이율배반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는 대목에선 그의 신학적 고민도 깊어져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백만. 그는 영락없이 기자다. 캄보디아에서 보고 들은 사실과 느낀 점을 수시로 한국 사회에 비춰보며 생각을 정리해가는 걸 보면. 그가 받은 ‘은사’는 믿음의 세계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듯 하다. 그는 앞으로 신학을 공부하겠다고 했다. 이후 새로 얻은 깨달음과 지식,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을 아우르는 글을 쓰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번 책이 그가 속세에서 믿음으로 가는 과도기적 저술이라면 좀 더 신앙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 후의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최근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사회과학서 저자가 삶과 죽음 문제를 다룬 책을 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론 아무리 사회과학을 잘 안다고 해서 이렇게 어려운 영적, 철학적 문제를 벌써 책으로 내는 게 맞나 하는 생각으로 그 책을 봤다. 역시 곳곳에 설익은 ‘너무 빠른 단정’들이 눈에 띄었다. 이백만이 이 저자와 다른 점은 그의 겸손함, 낮아지려는 자세이다. 그 태도와 초심을 잃지 않는 한 그는 우리가 못 보는 많은 것을 얻을 것이고, 나중에 우리에게 그 열매로 가르쳐 줄 것이라고 믿는다. ‘홍보수석’ 이백만이 아니라 ‘구도자’ 이백만. 오랜 기간을 지켜본 그의 후배로서 그의 새로운 여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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