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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기웅 파주출판단지 명예 이사장·열화당 대표

박수연 기자2015/11/16 15:43

[머니투데이방송 MTN 박수연 기자]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에 위치한 출판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열화당'. 이 곳은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명예 이사장이자 열화당 대표의 사무실이자 집이다. 11월 초, 활자 냄새로 가득찬 1층 책 박물관을 지나, 3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로 27년이 된 파주출판도시를 만든 산 증인인 이 대표.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도 바쁘게 일정을 잡고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의 책상 위 한가운데는 현재 복간 중인 백범일지(白凡逸志)가 놓여 있었다. 강릉 선교장부터 시작해 올해로 200주년이 되는 열화당을 기념해 금년 안에 세상에 나올 소중한 유산이다.

이번 년도는 출판업계에도 의미가 있는 한 해다. '해방둥이 출판사' 현암사와 을유문화사 등이 70돌을 맞으며 출판업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상징적인 한해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출판도시는 내년 2단계 사업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112개의 영상·영화 관련 조합사를 모집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책과 영화의 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융합의 시대'에 이 대표의 행보는 여전히 분주하다.



-강릉 선교장(船橋莊) 시절까지 포함하면 열화당 역사가 올해로 꼭 200주년이 됩니다. 감회가 어떠신지요.
"강릉 선교장이라는 외형적인 역사가 잡힌 것은 1815년입니다. 5대조이신 오은(鰲隱) 이후(李厚) 할아버지가 아주 큰 꿈을 가지고 근사한 집이자 도서관을 만드셨어요. 지금 열화당의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엔 항상 책이 많았습니다. 운명적인 기억이죠. 어린 나이에, 매일 아궁이에 불을 때기가 싫어 도망가다가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끌려가서 불을 때곤 했던 추억도 생각납니다. 하지만 역사를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듯이, 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책은 늘 거기 있었을 겁니다. 검소와 절제라는 제 가치는 바로 이 선교장에서 나왔습니다."

-문자, 그리고 책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말이 서야 나라가 서고, 인간이 섭니다. 문자라는 도구가 얼마나 멋지고 귀중한 도구입니까. 기록되어진 언어는 인간의 내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아름다움입니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의 언어적 트라우마는 상당했습니다. 한글을 뺏긴 상처가 컸던 거죠. 말이 사라졌으니, 역사가 이어지지 못했던 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책의 가치는 사무사(思無邪)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생각하는 것에 사됨이 없다'라는 뜻입니다. 시장의 패권주의를 도모하지 않고 책을 통해 가치를 구현해보겠다라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나 출판업계의 표절논란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역사교과서 문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치가들이 일종의 언어적 트라우마가 있는거죠. 교과서란 인간의 내면을 구체화시키는 문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라는 미명하에 그것을 도구로써 휘두르고 있습니다. 표절논란 역시 시장의 패권주의와 연관이 깊습니다. 출판업계에도 이미 상업주의와 매출경쟁이 판을 치는 거죠.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문자를 가지고 장사꾼들이 표절하고, 장난치는 겁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최고의 책은 아니거든요. 그 가운데 좋은 책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필연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문학의 본질을 유지해야 하는데, 장사와 돈에 목적을 두다보면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내년이면 파주출판도시가 한단계 도약을 합니다. 내년 완공 목표로 2단계 영상산업도시, 즉 '책과 영화의 도시'로 재조성중이신데, 어떤 계기와 의미가 있습니까.
"도시의 진보이자, 출판의 진보죠. 도시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데, 끼리끼리 모여 담을 쌓고 있으면 안됩니다. 처음 1단계 도시를 조성할 때만 해도, 인쇄소조차 들여오지 말자고 반대하는 출판사들이 태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주택단지지, 산업단지입니까. 산업 배치라는 것은 동선과 순환이 빨라야 합니다. 멈추는 순간 소멸의 시기로 접어들게 되는겁니다. 2단계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침 영화사들이 땅을 구하러 다니고 있었고, 이번에 자리를 내어준거죠. 10년전 '책에서 피어난 꽃, 영화'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고 큰 호응을 이끌어낸 적이 있습니다. 책과 영화 모두 한곳에 존재하는 거죠.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맨발의 청춘>, <영자의 전성시대> 모두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소설이라는 것은 이렇듯 늘 함께 있습니다."

-3단계 도시 '북팜시티(Book farm city)'도 구상중이십니다.
"도시 부지의 85%를 농지로, 15%는 출판, 영상, 방송 등 산업단지를 조성해 친환경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책농사, 사람농사, 쌀농사 이 세원리를 하나의 순환원리로 생각해본겁니다. 여기서 아이들을 키우고, 농작물을 키우고, 책도 만들자는 논리인데요. 농부가 말을 짓고 쌀을 지어,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 공동체의 기본 원리입니다. 말하자면 땅에서 태어나서, 땅으로 돌아가자는 땅의 신성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역사성, 즉 지혼(地魂)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업자에 의해, 토지개발공사에 의해 모든 땅이 난도질 당하고 있죠. 책은 우리의 머리로 들어가는 책밥이고,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쌀밥입니다. 땅의 역사를 훼손되지 않게 하면서 후손에게 가치를 물려줘야 합니다. 시장경제체제와 자본주의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善)한 것으로 인도하는 작업을 책을 통해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파주출판도시에 관한 대표의 세번째 책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에는 속도의 미학, 공동체의 가치 철학 등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사람들은 속도에 시달리면서도, 그 속도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빠른 시대가 소홀히 하고 있는 부분도 많죠.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래적 리듬과는 확연히 다르니까요. 이것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일들은 공동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출판도시가 설립초기 만든 '위대한 계약'도 이런 일환입니다. 건축가와 출판인이 생태도시 건설을 위해 연대해 전체적인 조형미를 살리고 공동의 기준을 지켜가고 있는 것이죠. (서재에서 향약(鄕約)을 꺼내며) 이것은 조선시대 향인들이 만든 마을의 자치규약입니다. 이것을 가지고 함께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대표적인 공동가치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가치를 유지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약속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영혼의 도서관' 설립을 구상하고 진행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자서전(自敍傳)을 쓰고, 생(生)이 다하면 고인이 남긴 원고는 책으로 출간되어 도서관에 영구적으로 보관됩니다. 완벽하게 구상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작업 중에 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즉, 우리 모두가 자서전을 쓰면서, 인간의 진정성을 되찾자는 겁니다."


-출판도시와 열화당의 미래는 무엇인가요.
"저는 출판도시를 칭찬하기보다는 계속해서 경계하는 말을 합니다. 도시의 키워드는 '절제', '균형', '조화', 그리고 '사랑'입니다. 이 도시는 가치를 찾는 곳이지, 매출을 올리는 곳이 아닙니다. 이 도시의 경제학은 간단합니다. 가치를 놓칠때, 멸망합니다. 무한경쟁만을 부추기지 않을때, 책을 통해 가치를 찾는 시도를 할 때 도시는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열화당은 백범일지를 정성껏 염(殮)하는 중입니다. 백범께서 수십년동안 중국 땅을 방황하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유서처럼 기록하신 것이죠. 올해 안에 나올 겁니다. 몇 부 찍을지도 모르겠고, 가격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이런 것이 책입니다. 말의 뿌리를 통해 진정성을 찾는 것. 이것이 열화당 뿌리에 대한 깨달음이요, 소신이요, 미래에 대한 메세지입니다."


◆이기웅 대표는
1940년생. 강릉 선교장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성균관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대 일지사에서 출판인생을 시작했다. 1971년 미술전문 출판사인 열화당을 설립했다. 1988년 뜻이 맞는 출판인들과 함께 북한산에 올라 출판업계의 현안을 논하며 지금의 출판도시를 구상했다. 이후 30년 가까이 출판도시 건설에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출판학회상, 백상출판문화상,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2001년), 사진집 <세상의 어린이들>(2001년), <내 친구 강운구>(2010년) 등, 옮기고 엮은 저서로는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2000년)와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2007년) 등이 있다. 현재 열화당 대표와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 출판협동조합 명예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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