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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일임형 ISA 선물 주고도 욕먹는 금융당국…"성리학 금융이냐!“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한 업권에서 모든 회사가 정부가 정한 날 같은 상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가 금융 말고 어디에 있습니까? 금융위원회에서 말로 ‘이’라고 이야기하면 은행들은 ‘기’를 곧장 만들어 내야 하는 ‘성리학 금융’ 이에요.”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 ISA 출시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의 불만이 수면 아래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정부가 금융 상품에 세제 혜택을 주면 금융 소비자들에게 좀 더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방식이 문제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원하는 시점에 날짜를 정하고 무조건 그날 출시를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ISA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상품, 운영, 활성화 등 3개 분과로 TF를 만들고 취급 지침을 11월에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11월 10일 TF 결과가 나왔습니다.

A 은행 관계자는 "TF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지속적인 수정이 필요했고 사실상 제도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상품 개발을 수행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은행들은 6월 경 출시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ISA는 다른 은행 상품과 더불어 증권사 ELS, 운용사 펀드 등을 편입해야 하기 때문에 전산 개발 등에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돌연 1월 15일 출시를 못 박았습니다.

은행들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했고, 3월 14일로 출시일은 미뤄졌습니다. B 은행 관계자는 “1월을 이야기했다가 3월을 이야기하니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6월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왜 3월 14일이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금융권에서는 4월 총선 이전에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시행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볼 뿐입니다.

허덕허덕 ISA를 준비하고 있는 금융권에는 ‘폭탄’이 하나 더 떨어졌습니다. 바로 ‘일임형 ISA'가 허용된 겁니다. 은행들은 그동안 줄기차게 일임형 ISA 허용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ISA 출시 한달 앞두고 던져진 선물이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은행은 투자일임업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투자일임업 등록부터 해야 하고, 투자일임업 경험이 있는 증권사 출신 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작업도 진행해야 합니다. 일임 방식이 맞게 고객 자산을 재량껏 운용하는 시스템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부분 은행들은 신탁부를 중심으로 ISA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임형 ISA는 어느 부서에서 준비해야 할지 조직 체계도 새로 짜야 합니다. 일임형 ISA는 신탁 상품이 아니니까요.

급하게 만들어진 ISA는 금융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ISA는 1인 1계좌이기 때문에 신탁형에 먼저 가입하면 한달여 뒤에 출시되는 일임형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갈아타려고 하면 중도해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급하게 준비를 하다보니 ISA에 적합한 상품을 구성하기는 것보다 출시 자체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별로 교환 가능한 상품 라인업부터 정비를 해서 일단 주고 받자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부실하게 설계된 세제 혜택 상품은 국민의 세금을 금융회사 수수료 주는 데만 쓰게 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고객들은 수익률이 낮아도 세제 혜택 때문에 해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개인연금의 경우 초기에 운용사들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많은 손실이 났습니다. 부실한 ISA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지만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국민들의 몫입니다. ISA를 출시할지 말지, 언제 할지는 금융회사가 알아서 결정하면 될 일입니다.

C 은행 관계자는 “ISA는 금융회사들의 금융상품을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출시일은 어느 정도 맞춰서 갈 수밖에 없다”며 “날짜까지 지정해 출시를 독촉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전형”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규제 완화를 추진하며 자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금융당국 눈치를 보는 것은 법규상의 규제 뿐 아니라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 당하기 때문입니다.

선물을 줄 때 조차도 선물을 받는 법을 지정해주는 금융당국은 ‘자율’을 이야기하기 전에 본인들의 태도부터 바꿔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경제금융부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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