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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수 칼럼] 우리은행 처리 새 관점

최남수 대표이사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외환위기 격랑 속에 부실화한 상업과 한일은행이 헤쳐모인 게 지금의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001년 12조원 넘는 공적자금이 수혈된 우리금융그룹의 우산으로 들어갔다. 우리은행이 ‘시어머니정부’를 둔 게 자그마치 15년이나 되는 셈이다. 2013년 6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일에 “직을 걸겠다”고까지 했다. 뒷얘기지만 얼마 뒤 진 념 전 경제부총리는 신 전위원장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인사권 행사 같은데 직을 걸어야지 그런 일에 직을 거느냐”는 촌평을 했다고 한다.

장관급 자리를 걸어야 할 정도였지만 우리은행에 민간 주인을 찾아주자는 논의는 지루한 공전을 거듭해왔다. 어떤 때는 특정 금융기관이나 외국자본에 넘길 수는 없다는 이유로, 어떤 때는 마땅한 매수자가 없어서 ‘매각 무산’의 꼬리표를 달아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여러 기관이 공동소유하게 하는 과점주주 매각방식. 30~40%를 과점주주들에게 팔고 나머지 지분은 기업가치를 올려 나중에 판다는 것이다. 이 방식 또한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 우리투자증권을 필두로 알짜계열 금융기관을 먼저 팔고 우리은행만 남겨놓았지만 매각공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왜 그럴까. 표면적으론 주가가 많이 빠진 데다 매수자를 찾는 일이 여의치 않아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당국의 목표 설정 자체가 상충된다는 이유가 크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이 3가지가 우리은행 처리방식에 관한 정책적 목표다. 정부가 쏟아부은 돈을 최대한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선 비싸게 팔아야 한다. 주가가 적어도 1만3000원은 돼야 하니 현재의 9000원 수준에선 선뜻 팔 수 없다. 나중에 생길 수 있는 헐값 매각 시비도 걱정거리다. 반면 우리은행을 빨리 민간의 손에 넘겨주고 관치 족쇄를 풀어 마음껏 뛰게 하기 위해선 주가가 다소 낮아도 새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우선이다. 이미 지분매각과 배당으로 63%를 회수한 상황이니 민영화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3가지 목표가 서로 엇갈린다.

논의는 충분했다. 이젠 선택의 폭을 좁혀야 한다. 과점주주를 찾아주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으면 먼저 우리은행의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시각을 바꿔야 한다. KB·신한·KEB하나·NH금융그룹이 은행과 증권, 보험 등 편대를 이뤄 ‘진검승부’를 벌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우리은행만 ‘외톨이’로 둘 것인가.

무엇보다 매각 이전에라도 우리은행이 다시 지주체제를 갖추도록 해줘 증권 등 필수 사업포트폴리오라도 짤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좀 가벼운 형태의 금융편대를 갖추게 함으로써 기업 가치 제고를 병행하는 일이다. 이런다고 해서 과점주주를 찾는 일에 장애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한 번 뱉어놓은 말 때문에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건 하책 중의 하책이다. 이럴 거면 왜 쪼갰느냐는 비판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이제라도 금융당국이 가져야 한다.

우리은행의 자율적 경영의 폭을 넓혀주는 일도 속도를 내야 한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관련 방침을 발표한 게 지난해 7월인데 이를 위한 시행령이 시행된 건 지난달 말이다. 앞으로 과점주주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우리은행의 보폭도 같아야 한다. 우리은행에 투자의사를 밝혀온 게 아부다비투자공사 ADIC인데 정부는 아부다비투자청 ADIA를 접촉하는 식의 혼선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건 ‘천수답’ 매각방식이다.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지분을 조기매각하든지 아니면 마냥 시간을 끌 게 아니라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 지주 재도입 등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꼬인 일일수록 저절로 풀리는 법은 없다. 이를 방치하지 말고 새 시각으로 봐야 ‘고르디온의 매듭’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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