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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배구조 격랑]차기 '대룡(大龍)' 안 보이는 하나금융…후계양성도 김정태 회장의 과제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하나금융 지배구조의 관전 포인트는 차기 경쟁 구도다. 현재 하나금융의 차기 그림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불안정한 동거’ 정도.

김정태 회장으로부터 깜짝 발탁된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회장 라인으로 인식되는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은 하나금융의 표면적인 차기 회장 경쟁 후보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함영주 행장과 김병호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면 끝난다. 차기 주자의 임기는 만료가 되는데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2018년 2월로 1년이 남는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뒤를 이을 인물은 임기가 연장되고, 그렇지 않은 인물은 임기가 만료돼 차기 레이스에서 이탈하게 된다.

함영주, 김병호 모두 임기가 1년 연장돼 레이스를 이어갈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함영주 행장의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에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전산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고 노조 통합, 인사 교류 등 난제도 풀어가고 있다. 은행 실적은 3분기 누적 1조 260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보통주자본비율은 11.7%대에서 13.5%로 개선됐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으로 대폭 늘어난 위험가중 자산은 전년 대비 10.9% 줄었다.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부회장의 임기가 연장될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하나금융 안팎의 분위기다. 김 부회장은 하나은행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다. 하지만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라인이라는 인식은 큰 약점으로 꼽힌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업무를 좀 더 많이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김병호 부회장의 연임이 불확실하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병호 부회장의 임기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엔 김정태 회장의 남은 1년 임기 동안 차기 주자는 함영주 행장 한명만 남게 된다. 그러면서 충남지역을 책임지던 함영주 행장을 통합은행장으로 깜짝 발탁했듯 김정태 회장의 복심이 차기 경쟁 주자로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우선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이 거론된다. 이진국 사장은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출신으로 김정태 회장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다. 이 사장은 신한금융에서 리테일사업본부장, 기업금융본부장,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두루 거쳤다. 또 신한금융투자에서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합친 CIB 운영을 경험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전직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사장이 IB에 전문성이 있었다면 이진국 사장은 자산관리 등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강점이 있어 발탁됐다”고 말했다. 이진국 사장은 김정태 회장과 성균관대 동문이며 황교안 국무총리와 경기고, 성균관대 동문이다.

박성호 하나아이앤에스 대표이사

연배는 아래지만 박성호 하나아이앤에스 대표이사가 지주사로 복귀 할 가능성도 있다. 박성호 대표는 1964년생으로 계열사 사장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한다. 박성호 대표는 하나아이앤에스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지주사 전무,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했다.

박 대표가 CSO로 선임된 것은 2015년 2월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통합 작업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당시 통합 책임자였던 이우공 전 하나금융 부사장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임했고 후임으로 박성호 대표가 통합추진단장, CSO로 임명됐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합병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받고 성공적으로 통합추진단장 임무를 수행했다.

하나-외환은행 합병 이후 박성호 대표가 작은 IT 계열사로 이동하자 ‘좌천 됐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하나-외환카드 전산통합 당시 금융사고가 났었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하나-외환은행 전산통합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했다”며 “김정태 회장이 IT전문가보다는 확실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물로 박성호 대표를 꼽아 내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6월 하나-외환은행 전산 통합은 매우 복잡한 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아이앤에스는 지주 본사가 입주할 ‘하나금융타운’ 조성 업무도 맡고 있다.

외환은행과의 원활한 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이상돈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상돈 부행장은 기업금융, 투자금융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이전에 외환은행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중량감이 있다. 특히 외환은행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워 하나-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회장은 함영주-김병호 체제를 만들면서도 “각각 은행과 비은행 계열을 맡겨 경쟁을 통해 차기 회장에 맞는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런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차기 구도를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 때 성장하던 인물들이 김정태 회장 체제에서 대거 퇴진했기 때문에 차기 회장감을 떠올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지금처럼 차기 회장 후보들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추대를 통한 연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날 문제도 아니다”며 “지금까지 김정태 회장 말고는 회장감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 없어 추대를 통한 연임 모양새가 그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태 회장의 독보적인 카리스마는 하나-외환은행 통합과 글로벌 진출, 핀테크, 하나멤버스 등 하나금융그룹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이후 과도하게 불어난 대기업 여신을 축소하는데도 김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엿보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상시적으로 최고 경영자 후보군을 관리하고 필요한 업무를 지원해야 한다. 수장 변화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도 김정태 회장의 과제라는 의미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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