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은행 지배구조 격랑] 이광구 행장 연임 유력...시어머니 8명 조율이 관건

권순우 기자

thumbnailstart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우리은행이 설립 이후 처음, 15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다른 은행은 CEO가 바뀌는 정도의 변화라면 우리은행은 주인 자체가 바뀐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 입찰 결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7곳이 지분 인수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우리은행 지분 29.7%를 보유하게 된다.

이들 중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사외이사 추천 자격이 없고 나머지 5개 과점주주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게 된다. 여전히 최대주주는 정부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분 매각 이후 21%가 남는다.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총에선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우리은행 사내이사들의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광구 행장, 이동건 그룹장, 남기명 그룹장, 정수경 감사 등 사내 이사의 임기가 다음달 30일로 끝난다.

과점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로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려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달 주총에서 기존 임원진은 당분간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과점주주가 추천한 새 이사가 합류하면 내년 3월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꾸려질 전망이다.

민간은행으로 새로 태어난 이후에는 매각을 위해 해체했던 지주사 구조로 다시 돌아가는 작업도 진행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는 충분히 지주 체제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지배 구조 변화와 함께 이광구 행장의 연임 여부도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은행의 관전 포인트다.

이광구 행장은 2014년 취임하면서 3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글로벌, 핀테크, 민영화다. 세 가지 모두 매우 어려운 과제지만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 행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국내 은행중 가장 많은 234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 금융권 최초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금융권 최초 오픈 마켓 위비마켓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모바일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우리은행 민영화는 이 행장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과제는 아니었다. 이 행장은 팔리는 매물을 관리하는 입장이고, 파는 것은 주인인 예보와 금융당국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행장은 3차례 해외IR을 직접 발로 뛰며 우리은행 민영화의 흥행을 부추겼다.

우리은행 민영화의 걸림돌 중에 하나인 건전성은 대폭 개선됐다. 취임 당시 2.1%에 달했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5%로 대폭 감소했다. 4조원이 넘던 부실채권이 2조원, 절반으로 줄었다. 임기 1년차 계열사가 상당수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1조원 넘는 당기순익을 기록했고 올해도 3분기 만에 1조 1천억원이 넘는 순익을 올렸다.

우리은행의 체질 개선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주가다. 민영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올해 초 8140원까지 떨어졌던 우리은행 주가는 최고 1만 2900원까지, 58% 급등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신속하게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부담을 한층 덜어줬다.

반면 외향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썼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2014년 말 9%에서 8.3%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9%로 회복됐다. 총자산은 270조원에서 312조원으로 42조원이나 증가했다. 자본비율은 낮은데 대출 성장세는 가파랐다.

2014년 말 9.18%로 비슷한 수준이었던 하나금융은 최근 11.57%로 개선된 것과 비교가 된다. 금융 환경이 악화되면서 다른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때 안그래도 자본비율이 낮은 우리은행이 외형 확장에 몰두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 MOU 해지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비 지출을 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위비톡, 모바일 메신저 광고였다.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결국 과점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차기 행장이 결정된다.

이동건 우리은행 그룹장

이광구 행장과 차기 행장을 두고 경쟁할 인물로는 이동건 우리은행 그룹장이 꼽힌다. 이동건 그룹장은 2014년 3월 수석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지금껏 우리은행 ‘넘버 2’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으로 세워진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가며 은행장을 맡았다. 이순우 회장에 이어 이광구 행장도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동건 그룹장은 한일은행 출신이며 내부적인 신망이 두텁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차기 행장을 두고 경합을 한다면 이동건 그룹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영화 이후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이동건 그룹장 역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차기 행장이 누가 되느냐보다 새롭게 태어나는 ‘민간’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꾸리냐가 관건이다.

이전까지 강력한 시어머니(정부)가 한명 있었다면 이제는 과점 주주 7곳과 여전히 20%의 지분을 가진 정부, 8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한다. 과점주주들 중에는 우리은행과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있는 보험, 증권사가 대부분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주거래은행이 우리은행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요 주주라 하더라도 신용평가를 엄정하게 하고 증권, 보험사와 거래를 함에 있어 우리은행에 최대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역학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차기 우리은행장은 대외적으로 과점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막중한 업무가 주어졌다. 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20%의 지분을 가진 정부를 통해 언제 외풍이 불지 장담할 수 없다. 이와함께 은행 내부적으로는 민간 은행으로서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차기 우리은행장의 어깨가 무겁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