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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금감원을 시험대에 올린 대형 보험사들…최종 심판은 소비자 몫

최보윤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 기자]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을 두고 시험대에 오른 건 보험사들이 아닌 금융감독원이 됐습니다.

'법과 원칙'의 허점 때문인데 요즘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감원은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내주지 않은 대형 생명보험사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생보사들의 '꼼수' 탓에 그 어느 사안보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그동안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던 생보사는 모두 14곳 이었습니다.

약관에 따라 미지급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압박에 중소형사 11곳은 모두 백기를 들고 '전액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문제는 삼성과 한화, 교보 등 이른바 빅3 생보사들. 이들은 지속적으로 보험금을 줄 수 없는 논리를 만들어가며 버텼습니다.

첫 번째 논리는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약관은 단순 실수로 잘못 작성됐을 뿐, 자살을 사회상규상 재해사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든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약관대로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자, 생보사들은 새로운 방어 논리를 꺼내들었습니다.

두 번째 논리는 '소멸시효'. "이미 보험금 청구 기한이 지난 자살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맞섰고 대법원 역시 보험사들의 이런 주장은 타당하다며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보험사들의 방패가 힘을 얻는가 싶었지만, 금감원은 오히려 칼날을 갈았습니다. 자살보험금 문제는 애초 보험사들이 보험업법상 약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고,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행정제재를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금감원은 빅3 생보사에게 최악의 경우 '영업권 박탈'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할 수 있음을 통보하고 마지막 선택을 압박했습니다.

보험사들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보험사들은 3차전에 돌입했습니다.

교보생명을 시작으로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뜻대로 미지급 자살보험금 중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자살보험금은 여전히 주지 않기로 했는데, 이들이 주장하는 지급 기준이 기가 막힙니다.

금감원이 보험사들의 약관의무 위반을 제재할 수 있도록한 근거법이 생긴 2011년 이후 건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 건들은 보험금을 약관과 달리 주지 않아도 금감원이 제재할 권한이 없지 않냐는 것이 이들의 논리입니다.

삼성생명은 이마저도 2011년 1월부터 2012년 9월 5일까지 발생한 자살보험금은 고객(유가족 등)에게 직접 주지 않고 자살예방 기금으로 출연해 사회공헌에 쓰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금감원이 최초 자살보험금 지급 권고를 내렸던 시점에서 발생했던 자살보험금만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기금으로 내놔 교묘하게 제재를 피해가겠다는 계산입니다.

금감원이 누차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강조해왔는데 빅3가 '법과 원칙'의 허점을 찾아낸 겁니다.

이에따라 빅3 생보사들은 4천억원에 가까운 전체 미지급 자살보험금 가운데 600~700억원, 많아봤자 1천억원(기금 포함)이 안되는 금액만 주인을 찾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관심은 금감원의 최종 징계안입니다. '경고'권을 든 감독관을 운동선수가 되레 심판대에 올린 꼴입니다.

금감원은 다시 한 번 빅3 보험사들의 논리를 무너뜨릴 근거를 찾아내거나 '법과 원칙'에 따라 징계 수위를 하루 빨리 결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하지만 약관 의무 위반에 대해 2011년 이전에는 '시정권고' 수준의 제재만이 가능했었기 때문에 역공을 펼칠 힘이 딸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금감원이 빅3 생보사에게 당초 경고와 달리 '경징계' 처분을 내릴 경우 100% 지급을 약속한 중소형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민거립니다.

무엇보다 '논리 싸움'에서 보험사들에게 진 꼴이 되면 금감원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짐은 물론, 큰 틀에서 '법과 원칙'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이들에게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경우 4차전은 법정에서 펼쳐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빅3 생보사들의 노련한 플레이 능력에 금감원이 되레 덫에 걸려든 듯한 기묘한 일이 생기며 요즘말로 '웃픈(웃기고 슬픈)'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빅3 보험사들이 안도하긴 이릅니다. 이번 일로 금감원의 칼날이 무뎌진다 한 들,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디로 튈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수년에 걸쳐 '보험금을 줄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며 고객ㆍ감독기관과 맞서는 보험사들의 모습을 보며 소비자들이 이를 그저 '웃픈 남일'로 여길 수 있을까요. 금감원이 조만간 징계안을 내놓겠지만 이번 싸움의 최종 심판은 소비자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yun7448@naver.com) 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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