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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국민은행을 떠난 1천명의 '여성계장님'들은 어디로 갔을까…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국민은행 지점이 혼잡스럽습니다. 지점에 가면 대기인원이 엄청 많습니다. 지난해 3천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은행을 떠난 탓입니다.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을 고객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된 이유는 항상 창구에서 웃으며 고객들을 기다려줬던 ‘여성 계장님’들이 대거 회사를 떠났기 때문입니다.

MTN이 입수한 국민은행 희망퇴직 성별, 직급별 분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희망퇴직을 했던 2832명 중 38%, 1065명은 계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1057명이 여성 계장입니다.

국민은행은 2014년 무기계약직 4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고졸로 20세에 입행해 창구 업무를 수행하는 ‘텔러’입니다. 입출금 업무만 하던 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면서 펀드, 보험판매, 대출 등 업무가 많이 늘었습니다.

업무는 정규직 입사 직원 수준으로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승진 차별은 여전했습니다. 그들은 고된 업무와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기보다는 3년치 월급을 주는 희망퇴직 위로금을 선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희망퇴직은 고연령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들은 고연령층에서 많은 사람이 희망퇴직을 신청했습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 지점장, 팀장급이 전체남성 희망퇴직자의 77%를 차지합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윗 직급 비중 5.9%에 불과합니다. 이중 여성 계장 비중은 67%에 달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 계장들의 불만을 잘 알고 있는 경영진이 실적이 좋을 때 이들에게 기회를 줘서 정리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남성 직원의 평균 연령이 8살 정도 많고 상위 직급자에 남성이 많다보니 직급별, 성별 비중이 달라진 것”이라며 “여 직원 중 계장 비중이 높아서 희망퇴직자가 많은 것일뿐 그들을 타깃으로 해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또 “육아와 관련해 은행은 다른 기업에 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희망 퇴직을 선택한 사람의 상당수는 육아 문제로도 힘들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안그래도 지점별 인원이 축소된 마당에 대규모로 창구 직원이 대거 이탈을 하다보니 창구가 붐비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국민은행은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 보다는 지점을 통폐합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초 문을 닫은 점포는 69개, 출장소로 격하된 곳은 40개입니다.

은행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바는 아닙니다. 우스갯 소리로 은행 업무의 80%는 비대면채널에서 이뤄지고, 창구에 찾아오는 고객의 80%는 인터넷뱅킹 비밀번호 잊어 버려서 찾아오는 고객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내놓은 디지털 키오스크는 창구에서 할 수 있는 업무의 85%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핀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로도 금융상품 가입, 환전, 심지어 대출도 가능합니다.

국민은행은 상대적으로 인력구조가 비대한 곳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희망퇴직은 국민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금융은 2016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8천억원의 희망퇴직금은 3년 동안 상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부터 매년 2천억원 이상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겁니다.

은행은 대표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업종입니다. 삼성전자의 총자산은 230조원이고 이 자산을 바탕으로 한 순익은 22조원입니다. KB금융의 총자산은 262조원으로 삼성전자 보다 많은데 순익은 2조 1천억원으로 1/10도 안됩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의 지난해 실적이 매우 좋았는데 올해 실적은 더 기대할 만하다”고 호평했습니다. 하지만 “주식 관점에서 분석을 할 땐 바람직하다고 평가를 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를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퇴직을 선택해야 했던 숱한 여성 계장님들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달라진 금융환경의 슬픈 단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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