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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OEM·ODM 춘추전국 시대…너도나도 화장품 제조 나서는 이유는

안지혜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안지혜 기자] 화장품 살 때, 화장품 판매사와 제조사가 다른 경우가 있다는걸 모르는 소비자가 은근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샤나 네이처리퍼블릭 같은 화장품 브랜드사들은 자체적인 생산설비가 없어 전문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는데요.

주어진 '화장품 레시피'대로 단순 제조만 담당하면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설계·개발 능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능동적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공급하면 제조자 개발생산(ODM)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산을 담당하는 OEM·ODM업체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2,000여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연매출이 7,000억원대에 이르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1군', 1,000~2,000억원대의 코스메카코리아와 코스온이 '2군', 그 아래로 연매출이 수백억원에서 수억원 대에 이르는 제조 업체들이 3군·4군·5군에 넓게 포진해 있습니다.

특히 얼마전에는 클레어스코리아와 토니모리 등 브랜드 숍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같은 유통 업체까지 제조업에 뛰어들었는데요.

갯수 면에서 보면 가히 화장품 OEM·ODM 춘추전국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화장품 제조업체의 폭발적인 증가는 'K-뷰티'의 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입니다.

개별 브랜드숍 뿐만 아니라 A.H.C처럼 홈쇼핑을 기반으로 한 '메가 히트' 제품의 등장이 화장품 제조업 시장을 키운 건데요. 잇따르는 해외 화장품 업체의 '러브콜'도 이에 기여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화장품 제조업의 마진율은 10% 미만으로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너도나도 나서는 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전략과 '안정성'이란 업종 특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화장품 만큼 뜬 산업이 없잖아요. 가뜩이나 먹거리 없는 한국인데...또 브랜드사가 망해도 제조사가 망하지는 않거든요. 보통 제조사 한 곳이 수백개의 브랜드사에 제품을 공급하니까 한 두개 브랜드가 흔들려도 우리가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죠." (A 제조업체 관계자)

업계 상위 업체들은 시장 규모 측면에서 '춘추전국시대'를 내심 반기고 있습니다.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거죠.

"해외 브랜드 사들이 제조사 선정차 한국을 방문한다고 할 때, 둘러볼 업체가 많을수록 시장 매력도는 커지잖아요. 한 두군데 보고 가야한다면 말그대로 '가성비'가 떨어지니까요. " (B 제조업체 관계자)

시장에 역동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입니다.

'차별화'에 나선 업체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3위인 코스메카코리아는 기존의 OEM·ODM을 넘어 OGM(Original Global standard and Good Manufacturing)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글로벌 기준을 만들어내고 판매 국가의 유통구조 분석부터 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표현입니다.

지난해 설립된 코스나인은 OCM(Original Creation Manufacturing) 개념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상품기획 단계부터 마케팅 컨설팅까지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기존의 ODM 개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고객사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업체들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K-뷰티의 성장도, 이에 따른 OEM·ODM 시장의 성장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후발업체들의 계속되는 시장 진입이 다소 우려스렵다고 말합니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은 탓에 해외 수출이나 글로벌 화장품사로부터의 발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요. 후발주자 혹은 영세업체일수록 이들의 선택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까다로운 글로벌 사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미국 FDA가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기준, 즉 CGMP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획득한 국내 제조업체는 150곳이 안됩니다.

또 거대 화장품 회사에 납품한다는 자체가 일종의 '보증수표'가 된다는 점에서도 한 번 판로를 뚫은 업체가 다음 계약이 더 수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후발 주자들이 막대한 R&D 투자로 경쟁력을 높이기도 어려운 노릇이고, 결국 자금력 있는 상위 업체들의 독주가 불가피한거죠.

'대박' 소식이 들리면 일단 몰려들고 보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 이곳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걸까요. 흥행하는 K-뷰티의 뒷모습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안지혜(whys@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안지혜 기자 (whys@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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