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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효과 없는 파생 거래승수 인하..대안은 언제?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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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예람 기자]
1. 국내 선물 파생상품 시장이 침체된 지 오래됐잖아요.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시죠.

먼저 파생상품 시장이라고 하면 생소하고 어렵기 때문에 일반 증권 시장보다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분위기죠. 하지만 사실 파생 시장은 그 시장 고유의 영역 외에, 다시 현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주목해야 합니다.

일단 우리나라는 코스피200지수선물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거래량 1위였어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그랬습니다.

우리나라 코스피가 최근 많이 올라갔잖아요. 이 시점에 미래에도 코스피가 계속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쉽게는 코스피200선물을 매수할 것이고, 고평가됐다고 판단한다면 코스피200선물을 매도할 겁니다. 이래서 파생시장이 활성화되면 실제 현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요. 실제로 외국인들은 코스피 지수 자체에 대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물 시장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웨그 더 독’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여기에 파생시장에는 레버리지 효과라는 게 있어요. 실제 거래 대금의 10~15%에 해당하는 증거금만 있으면 100% 전체에 투자하고 손익을 볼 수 있거든요. 이런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적은 금액을 베팅해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죠.

박스피가 2011년부터 시작됐는데, 그 때부터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침체됐거든요.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2. 파생 시장 자체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 현물, 즉 코스피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군요. 그런데 국내 선물시장이 크게 침체됐다고요, 현황은 어떤가요?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량 1위였습니다. 물론 개미지옥이라는 말들도 많았어요. 개인들의 비중이 유독 높았고, 높은 레버리지에 베팅을 하는 곳이다보니 그랬었죠.

금융당국이 이를 우려하면서 일명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하기 시작합니다. 결론적으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2012년 코스피200옵션의 거래 승수를 5배 인상시켰어요. 거래 승수는 한 계약 단위를 말하는 건데,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가격이 5배 비싸지니까 이후 거래량은 1/10로 줄었습니다.

기본예탁금도 2014년도에 올렸습니다. 기존 1,500만원에서 선물 3,000만원, 옵션 5,000만원으로 올렸어요. 개인투자자들은 선물시장이나 옵션시장에 발을 담그려면 계좌에 이만큼의 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는 거죠.

2014년에는 30시간 교육과 50시간 모의거래 시간을 이수한 개인만 신규 진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여기에 선물 투자를 1년 동안 한 개인이 옵션 거래를 할 수 있게 단계를 만들었어요. 선물과 옵션이 서로 헤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아무래도 중요한 거래 전략을 1년동안 못하게 되는 셈입니다.

개인 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이나 교육시간 같은 경우 해외에는 없는 규제입니다.

게다가 코스피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국내 선물 시장의 매력이 떨어졌습니다. 파생상품 시장은 크게 출렁일 때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만약 코스피가 올라가더라도 그냥 쭉 올라가는 게 아니라 출렁이면서 올라가야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그래프를 따라 매수와 매도 전략을 써서 돈을 벌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박스권 장세가 지지부진하게 몇 년 간 이어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든 거죠.

이제는 거래량이 세계 12위까지 하락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활동계좌수는 2011년 3만개에서 지난해 6월 기준 1만6,000개로 절반이 됐습니다. 거래회전율도 코스피200선물은 2010년 3.32번에서 지난해 1.19번, 옵션은 4.05번에서 1.26번까지 떨어졌습니다. 10년간 파생 최저 거래량 20번 정도가 작년 12월 이후부터 나오고 있거든요. 올해를 기준으로는 더욱 떨어졌을 겁니다.

3. 규제, 그리고 안 좋은 주식 시장의 상황이 겹쳐 파생상품 시장이 많이 죽었네요. 그래도 최근 정부 당국에서 승수 인하라는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놨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2011년 이후 규제를 강화하기만 하던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규제 완화 카드를 내놨습니다. 승수 인하 카드였는데요. 승수는 선물 옵션의 계약 단위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코스피200선물의 승수가 기존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하되면서 약 1억3,000만원이었던 한 계약 단위가 6,500만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미니코스피200은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코스피200변동성지수도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줄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이 조치를 내놓으면서 한 계약 거래 시에 부담이 덜해지면서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의 차익거래와 헤지거래도 더 정교해질거라고 봤었습니다.

지난 27일부터 승수 인하 조치를 한 후 1주일 가량 지났는데요. 하지만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전략적 투자가 이뤄지는 파생시장에서 새로운 변화에 몸을 움츠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1월 2일부터 3월 24일까지 코스피200선물 일별 계약수는 약 11만 계약, 계약금액은 15조원이었어요. 승수 완화 조치가 있은 후 단순 계산으로는 22만 계약이어야 현상 유지이거든요. 거래량은 12만5,000여 계약, 계약금액은 8조7,0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옵션도 조치 전까지 일평균 127만계약, 거래대금 4,500억원에서 168만계약, 거래대금 3,000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승수 인하 후 거래량은 2배 늘어야 하는데 1.2배에 그쳤고, 계약 금액으로는 오히려 반토막이 난 겁니다.

파생시장 큰 손인 외국인들의 거래량도 절반 가량 줄었습니다.

실제 국내 선물 업계에 계신 분들은 기존부터도 큰 기대를 갖지는 않는 반응이었습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죽어가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었는데요.

실제 트레이딩을 하는 관계자는 "기존 5년 동안 해오던 승수 단위에 익숙해져 거래 시 2배 많게 주문을 넣지 않는다"며 "오히려 계약 단위가 절반이 되니까, 틱가치(호가 단위)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변동성이 낮아지고 재미 없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신규 진입장벽은 낮아지지 않았는데, 기존 투자자들에게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제도 변경이 이뤄지니 가장 중요한 변동성이 없어졌다는 지적입니다.

4. 정부 당국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업계와 정부 당국간의 시각 차가 발생합니다. 업계는 유동성과 변동성이 빠진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이 공존하는 시장이어야 하는데 이제는 개인과 기관은 많이 빠져나갔고, 외국인만 포지션을 그대로 가지고 있거든요. 특히 개인 거래 위축으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주장입니다.

거래소 측에서는 이번 방안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조치는 아니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 같은 큰 손들에 해당되는 조치였다는 거죠. 선물옵션 시장의 투기 거래에 개인 투자자가 쉽게 들어오게 되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금융 당국에 존재하고 있어서, 개인 거래에 대한 진입장벽 완화에 대한 검토는 일단 올해는 어려울 듯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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