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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가상화폐 발행' 에스토니아, 스타트업 성지의 저력

김이슬 기자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지난해 여름 발트3국을 찾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나라는 동유럽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에스토니아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이 지나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도착했을 때다. 로밍 없이 조용히 잠자던 스마트폰 SNS 메신저 알람이 울려댔다. 말로만 듣던 인터넷 강국에 왔구나 싶었다. 실제 탈린 시내 카페나 식당 어딜 가도 무료 'Wi-Fi'를 이용할 수가 있었다. 다른 나라에선 인터넷 연결에 답답함을 느꼈던지라 숨통이 트였다.

에스토니아는 국토가 대한민국의 절반 크기이고 인구가 120만여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인터넷 전화 프로그램 '스카이프'와 인터넷 사이트 '핫메일'을 탄생시킨 IT 저력 국가로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IT붐으로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인터넷 통신망이 잘 깔린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역사적으로도 닮은 점이 찾아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됐다가 다시 소련의 지배 아래 놓이며 오랜 세월 외세의 압력을 받았다. 1991년 겨우 독립에 성공한 이후 '디지털'에 근간을 둔 혁신으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등극할 수 있었다.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이룬 강단있는 발전상이 한국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IT강국 에스토니아에는 스타트업의 성지를 비롯한 여러 수식어가 붙는데 최근 하나가 더 생겼다.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가상화폐 발행국이라는 타이틀이다. 지난 8월 에스토니아는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에스트코인(Estcoin)을 발행하고 직접 ICO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ICO는 신종 가상화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실 대다수 국가들은 가상화폐에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부터 한국까지 ICO를 전면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ICO가 금지되자 가상화폐의 원천기술인 블록체인 업체들이 해외로 자리를 옮기거나 개점 휴업한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블록체인협회 차원에서 미래 유망 기술인 블록체인 발전을 위해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들려온다.

물론 한국 정부의 규제 조치는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해외 재산 도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통제 불능의 카오스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이나 스위스 등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가들이 가상화폐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미봉책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전세계 위안화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 9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이 지난해말 자본유출을 우려해 강력 규제에 나섰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일시 충격을 받는데 그쳤다. 결국 모든 나라가 철통 규제에 나서지 않는 한 가상화폐 거래는 막기 힘든 흐름이라는 말이다.

통제 불능의 두려움과 신기술 선점이라는 기대감이 뒤섞여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모순'의 집합체가 됐다. 국가마다 접근이 다르고, 한 나라 안에서도 규제와 육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대립한다. 정부가 규제한다지만 그나라 중앙은행에서는 디지털화폐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를 마친 중국은 내심 가상화폐에서 만큼은 기축통화 굴기를 내세우고 싶어한다.

다시 에스토니아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에스토니아는 올초 전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전자시민권(이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이레지던시는 글로벌 창업가들이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하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제도로 이제 한국에서도 전자시민권 발급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현지 당국자가 언론을 통해 한국 블록체인 업체들에게 유럽 진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블록체인 허브'가 되겠다는 의미심장한 도전장으로 들린다.

막을 수도 거스르기도 힘든 가상화폐 물결 속에 우리는 개방과 쇄국 그 중간 정도에 어중간하게 머물러 있다. 중간만 가서는 최악은 피할 수 있어도 선두에 설 수는 없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닮은꼴인 발트의 소국은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물론 역효과가 난다고 해도 누군가의 반면교사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발적이지만 저력이 엿보이는 에스토니아의 결단에는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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