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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용산 나진상가 '이중계약'부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논란까지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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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앵커멘트]
서울 용산 나진상가를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이중계약으로 인한 소송전부터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의혹까지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용산 나진상가를 둘러싼 각종 논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대호 기자! 서울 용산지역에 있는 나진상가 M&A와 관련된 이야기죠. 우선 그 매각 과정에서 이중계약 문제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서 거액 자산가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요.

기자)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용산 나진상가와 관련된 이중계약 논란부터 알아야 하는데요. 리포트로 먼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중심 용산. 그곳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나진상가.

M&A 이중계약의 한 가운데 있는 기업이 바로 이 나진상가를 보유한 나진산업입니다.
(나진상가 등 14개 필지, 3만 2,765㎡ 보유)

먼저 나진산업을 인수하기로 계약한 곳은 서부T&D(자회사 오진상사).


10년 가까이 이 땅을 눈여겨보던 서부T&D는 지난해 6~7월 故이병두 나진산업 회장의 상속인 중 9명과 지분 50.9%에 대한 인수 계약을 맺었습니다. 100% 인수를 목표로 총액 1,700억원 규모였습니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IMM인베스트먼트가 뛰어든 지난해 10월부터입니다.


IMM이 서부T&D와 이미 계약한 50.9%를 포함해 100%에 대한 매매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IMM이 제안한 가격은 약 2,600억원으로 서부T&D가 제시한 것보다 약 900억원 높은 금액.

나진산업 상속인들은 서부T&D에 위약금을 물어주더라도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IMM 측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중계약은 소송전으로 비화됐습니다.

서부T&D는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나진산업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을 받아냈습니다. IMM과 상속인들 사이 매매대금 가운데 600억원에 대한 가압류도 걸었습니다.

서부T&D는 계약을 포기하면 당장 위약금과 손해배상액 수백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서부T&D는 끝까지 나진산업 인수를 추진하겠다며 긴 소송전을 예고했습니다.

IMM인베스트먼트 측은 이중계약으로 인한 소송의 당사자는 나진산업 주주들이지 IMM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서 있습니다.

앵커2) 나진산업을 둘러싼 이중계약 과정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해봤는데요. 이번 이중계약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일반인들도 이런 유혹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죠. 아파트 매매를 예로 들자면요. 먼저 집을 보러 온 사람이 계약금을 걸어놨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이 더 높은 값을 쳐주겠다고 하는 경우인데요.

흔치는 않지만, 계약금 두 배를 물어주더라도 더 높은 값에 팔 수 있다면 앞선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이번 계약은 특이점이 있습니다.

나진산업 지분 50.9% 매매를 위한 계약금 약 27억원이 오간 가운데, 계약에 '위약벌 조항'을 넣었다는 것입니다. '계약 파기시 위약금(20%)과 손해배상금(10%)으로 매매 대금의 30%를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인데요.

이 조항을 먼저 요구한 것은 서부T&D가 아니라 나진산업 주주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진산업 주주들이 계약을 불이행 하게 된 것이죠.

나진산업 주주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봤는데, 접촉이 쉽지 않았습니다. 故이병두 회장의 손자인 이석진 나진산업 대표를 찾아가봤지만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녹취] 나진산업 관계자
"저희들은 거기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드릴 수가 없어요. 지금 안 계십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올까요?) 그래도 아마 못 만날 듯싶어요. 회사에서, 회사를 통해서 만날 생각은 안 되니까..."

참고로, 일부 주주들의 사건을 수임한 한 법무법인의 경우 "입장 표명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만 밝혔습니다.


앵커3) 이중계약의 당사자인 IMM 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IMM은 "소송의 당사자는 우리가 아닌 나진산업 주주들"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IMM도 나진산업 주주들로부터 이중으로 계약된 상대방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IMM 측이 먼저 이중계약을 종용했거나 회유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앞서 IMM 측이 계약한 금액은 서부T&D보다 900억원 높은 값이라고 전해드렸죠. 서부T&D 측은 IMM이 나진산업 주주들의 배임을 사실상 사주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15명인 나진산업 상속인들은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상당수가 고령층이기 때문입니다. 서부T&D와 장기간 소송전을 치러야 하는 사람들도 IMM이라는 대형 투자회사가 아니라 고령의 개개인들입니다.

[인터뷰] 이세원 / 서부T&D 변호사
"IMM이 이중계약에 적극 가담했는지 여부는 조금 더 밝혀져야겠지만, 오진상사(서부T&D 자회사)와 나진산업 주주들 간에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중계약을 체결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고령의 나진산업 주주들과 선을 그어서 마치 자기 책임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투자회사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4) 또 하나 문제는 IMM 측이 잘못된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라고요?

기자) IMM이 작성한 나진산업 투자정보서(Information Memorandum)를 입수했는데요. 그중 사모펀드 '엑시트 시나리오'를 함께 보시죠.

개발 콘셉트로 '복합단지 개발 통한 자산가치 극대화'라고 밝히고 있고요.

이어 "지구단위계획상 권장용도는 '주거 및 업무시설', '영업 및 판매시설' 등으로서, 전형적인 주거 상업 포함 복합시설 건축 개발 가능함"이라고 돼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와 협의해 주거시설 즉, 아파트 등을 개발할 수 있다는 표현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해당지역은 도시계획상 도시계획시설 종류 중 '유통업무설비'로 묶여 있어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없고, 권장용도에도 공동주택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녹취] 서울시 관계자
"우리 도시계획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은 유통업무설비나 물류단지 이런 것들만 들어갈 수 있거든요. 거기에 주거용도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용산)구에서는 전혀, 전혀 건립을 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요."


앵커5) 이것이 더 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IMM이 단순히 자기자본만 투입했던 것이라면 판단 오류, 실수로 치부하고 끝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같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일반인들의 돈을 끌어 모으려 했기 때문에 간단치 않은 문제입니다.

취재 결과 IMM은 하나금융투자 청담 클럽원을 통해서 3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모으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인당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짜리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거시설' 개발이 포함된 투자설명이 있었습니다.

이 사모펀드는 서부T&D와의 소송전이 시작되면서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만약 그대로 자금 집행이 이뤄졌다면, 하나금융투자는 핵심 VIP 고객들에 대한 불완전 판매를 했을 개연성이 있던 것입니다.

자금 집행이 실제 마무리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아놨고, 일부에서는 여전히 '예약' 혹은 '대기' 고객으로 넣어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녹취] 하나금융투자 클럽원 관계자
"(지금 300억원이 다 찼다고요?) 우선은 예약이, 그러니까 하시겠다고 하신 분들은 홀딩이 다 돼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직 자금이 실제로 들어가거나 그런 단계는 아니고요. 원래 11월에 하려고 했었는데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혹시 대기하시는 분들 중에서 일부는 안 하신다고 하실 수도 있거든요. 시간이 더 길어지면..."


앵커6)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서 하나금융투자와 IMM 측은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하나금융투자 측은 본사 심사 과정에서 해당 상품 판매가 보류됐다고만 밝혔을 뿐 그 사유에 대해서는 설명해 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IMM 측은 기존 계약을 알고도 이중계약을 맺은 것인지, 잘못된 투자 정보로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를 야기할 수 있었던 것 아닌지 등의 질문에 "딜이 종료되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robin@mtn.co.kr)
(촬영:박형준, 편집:정재우, CG:정채연,이명희,윤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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