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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현대차 판매 실적에서 '생산'이 사라진 의미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매월 1일이 되면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달 판매 실적을 발표합니다. 1월에 발표된 전달 현대, 기아차의 판매실적 자료에는 소소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표상의 소소한 변화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큽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 해외 판매 실적은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12월부터는 해외 판매 실적 구분이 사라졌습니다.

해외 판매에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어디서 만들어졌는지를 따지지 않겠다는 변화의 표현입니다. 대신 판 것만 실적으로 잡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을 하면 배에 싣는 것, 선적을 기준으로 판매를 집계했습니다. 앞으로는 현지 공장에서 만들었든, 한국 공장에서 만들어서 배로 싣고 갔든 현지 도매업자에게 판매가 돼야 실적으로 집계됩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선적을 기준으로 집계를 했지만 매출액, 판매 목표 등 모든 지표를 선적이 아닌 도매 판매 기준으로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조치는 단순히 실적 표기 방식의 차이가 아닙니다. 앞으로 성과를 인정 받으려면 차를 만들어 배에 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팔리는 것까지 챙겨야 합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생산한 차를 파는 것을 넘어 팔리는 차를 만드는 구조적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성과 평가의 변화는 한국에서 만들었든, 미국에서 만들었든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는 각국 현지에서 책임을 진다는 ‘책임경영’을 상징입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권역별 책임 경영 체제 확립을 통해 판매 생산 손익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현대차가 20여년 만에 성과 지표를 공장 출하에서 도매 판매로 바꾼 것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성장률 자체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친환경/자율주행 등 미래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외형보다 수익성 중심의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일반적인 흐름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1천만대를 팔던 GM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며 몸집 줄이기를 단행했고, 도요타도 일본 라인업을 줄여 다품종 생산의 비효율을 줄였습니다. 포드 역시 CEO 교체 후 1400명을 감원하며 다운사이징을 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가 정말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 전망을 755만대로 설정했습니다. 지난해 목표치에 비해 8.5% 줄어든 수준입니다. 외형에 집착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인데, 사실 인건비 등 고정비가 줄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이 줄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 됩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말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힘들게 잠정 합의안을 만들어 냈지만 노조원 전체 투표에서 부결되며 처음으로 해를 넘겼습니다. 노조는 임금 인상안을 다시 제시하라며 새해 벽두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또 고객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려면 고객들이 원하는 차를 중심으로 생산을 해야 하고, 지역별 고객 취향에 맞춰 설계를 바꾸는 등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지난해 잘 팔리는 소형 SUV 코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울산 1공장 2라인에 코나를 투입하자, 노조는 라인을 쇠사슬로 묶는 등 거세게 저항했습니다. 출시 이후 한창 잘 팔리던 코나는 지난 12월 판매가 전월보다 40%나 줄었습니다. 파업의 여파로 제때 생산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용의 유연성도, 생산의 유연성도 확보하지 못하면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1번 글로벌 사업관계 체계 고도화, 3번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경영활동 강화는 요원합니다. 방향은 맞지만 갈 길은 멀고 몸은 무겁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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