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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미투 바람' 숨죽인 금융권…조직문화 바꿔야

최보윤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 기자]


'미 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확산으로 사회 각계에서 곪은 상처들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남성 위주의 보수적 문화가 팽배해 있는 금융권도 바짝 긴장한 모습입니다.

혹여나 일이 터질새라 남성 직원들에게 '말 조심, 몸 조심'이 강조되면서 직장 분위기가 너무 경직돼가고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 내 약자에게 더이상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공감대 속에 고질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 남성 우월 사상 뿌리 깊은 금융권 긴장↑

금융권은 여성의 출세가 힘든 대표적 '유리천장'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 동안 남성이 중심이 돼 산업이 커왔고 아직까지 여성의 역할이 제한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다른 업권보다 남성 우월주의 문화가 뿌리 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금융회사 내 여성 인력들의 상징적인 직무를 떠올려보면 은행과 증권은 주로 영업 창구의 '텔러', 보험이나 카드사는 설계사 등 모집인 집단이 떠오를 겁니다.

관리직을 남성들이 꿰차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남성과 여성간의 갑-을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융권에서는 어디서 어떤 '미투'가 터져나올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3개월여 전에는 한샘의 신입 여직원 성폭행 논란이 터진 후 한 현대카드의 한 위촉계약사원이 회사 관리 남직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비슷한 폭로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 회식ㆍ노래방 금지령…조직 화합 깰까 우려도

'미투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전 금융권에서 공통되게 '회식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보험회사의 임원은 "회식은 물론이고 여 직원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남자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보험사 임원은 "여 직원과 업무 상담을 할 때 방 문을 꼭 열어둔다"며 "예전에는 직원들과 돌아가며 1대1로 식사를 하며 업무 고충을 듣기도 했지만 이제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회사별로는 저마다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성 문제 관련 주의사항을 사내에 공지하고 처벌을 강화 등 시스템 정비에 분주합니다.

한 증권사 CEO는 최근 임직원들의 회식 자리를 찾아 2차를 가는 직원들을 나무랐다는 후문도 들립니다.

1차가 끝나가던 무렵 "잠시 격려 차원에서 들렀다"던 그는 직원들에게 "2차로 노래방을 가거나 이 자리에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어떠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면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임직원들을 징계할 것"이라며 강한 엄포를 놓고 떠났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조직의 화합을 방해하고 남-녀간 경계심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가뜩이나 갈수록 직원들끼리 유대감이 떨어지는 데 건전한 회식이나 고충 상담까지 부자연스러워지고 점점 더 사회생활이 각박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 단결은 왜 회식으로 하나…시스템으로 개선해야

물론 조직의 분위기가 좋고 단결이 잘 될 수록 경영 성과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술잔이나 거친 표현ㆍ행동 속에서 형성되는 것일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게다가 이번 성문제 '미투'를 계기로 다른 비위에 대한 '미투'도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가령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채용비리'처럼 고질적으로 쉬쉬해왔던 문제들이 봇물터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KB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은행권의 채용비리에 대한 검사를 한 데 이어 증권과 보험ㆍ카드ㆍ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 제보를 받아 채용비리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뢰가 기본인 금융사들은 긴장감 속에 숨죽인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채용비리도 릴레이처럼 제보가 번져나갈 수 있어섭니다.

하지만 이제는 쉬쉬하거나 눈치만 볼 일이 아닙니다. 비정상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지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비단 성 문제 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폭력이나 차별, 억압, 강압이 발 불이지 못하도록 하는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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