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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자가당착에 빠진 금융권 채용비리

김이슬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정보원들 사이에서는 '모스크바의 수칙'이 있다고 한다.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우연의 일치, 세 번은 공작으로 통한다는 뜻이다.

최근 채용청탁 의혹 끝에 물러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 사태를 두고 배후로 하나금융이 지목되고 있다. 당사자인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몰라도 제3자 눈에도 '정황상' 그렇게 읽혀온 것은 사실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일이 최 전 원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의 악연으로 빚어진 참사라고 보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앞둔 시점에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강화됐을 때 불편한 기류는 감지됐다. 이후 하나금융이 당국 권고를 무시하고 회장 선출 일정을 강행하고, 또 오히려 김 회장의 힘을 강화하는 1인 사내이사 체제를 구축했을 때 양측의 힘겨루기 양상은 분명해진 터였다.

결과적으로 최 전 원장 전격 사퇴의 빌미를 가져온 채용청탁 의혹이 제보에 의해 알려졌을 때 하나은행의 역공이라는 세간의 의구심은 최 위원장의 말대로 일반적인 추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추천제가 관행처럼 굳어졌던 금융권은 특히나 채용비리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집단이다. 최 전 원장이 물러나면서 언급했듯이 당국 수장의 사퇴가 금융권 채용비리를 근절할 뼈아픈 계기가 된다면 최단명 원장이란 오명에도 값진 희생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뜻이 같은 지는 몰라도 금감원은 칼을 단단히 쥐고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당국은 인력 투입과 기간 제한없는 철저한 검사로 권위를 바로세우겠다고 했지만, 채용비리 자가당착에 빠진 터라 수습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보복성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듣는 마당에 특정인의 채용비리 의혹을 들춰냈다고 해도 결말은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벌써 신뢰에 금이 간 금융당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전날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CEO 자격요건으로 공정성과 도덕성을 법률상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충분히 채용비리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CEO 자격을 문제삼을 수 있는 내용으로 비춰졌다.

이와 관련해 당국자는 취재진으로부터 "금융당국 스스로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을 역으로 받았다. 높은 도덕성이 기본적으로 검증되어야 하는 당국으로선 그런 질문조차 자존심의 상처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금융회사의 규율과 제재를 도맡는 금융당국의 권위를 바로세우는 일은 중요하다. 감독기관의 칼끝이 무뎌서는 질서가 확립되지 않는다. 권위를 찾는 방법의 문제겠지만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과정에서 호흡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대의 인정이 없는 권위는 무력할 뿐이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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