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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은행 지하 수장고에는 작품이 있다

김이슬 기자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1층 로비(공사전). 사진=한국은행>

[머니투데이방송 MTN 김이슬 기자] 지금은 통합별관 신축공사에 들어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1층에는 본래 가로 7m, 세로 4.5m의 대형 건축 조형물이 한은 최대 목표인 '물가안정'이라는 네 글자를 떠받치고 있었다.

이 작품은 1987년 12월 한은 신관 건물을 완공할 때 엄태정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의뢰한 '번영과 영광'이라는 작품으로 1982년 1만㎡ 이상 규모의 건축물에는 건축비용의 1%를 미술품에 써야 한다는 법에 따라 한은 로비에 설치됐다. 30년 그 자리를 지켜온 작품이지만 신축공사가 진행되면서 부득이하게 고민거리가 돼버렸다.

한은은 리모델링 과정에서 작품을 철거할 수도 있었지만 10개월간의 장기 고민 끝에 대형 조형물을 하나하나 분해해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총 24조각으로 한 조각당 1.5~2톤에 달하는 무게가 나가는 이 작품을 분해하는데만 두 달여가 소요됐다. '번영과 영광' 말고도 윤명로 서울대 명예교수 '훈륜-얼렛질'이란 조형물도 200여개의 조각으로 해체해 현재 한은 지하 수장고에 보관됐다. 두 작품의 순수 처리비용은 총 1억원 가량이 소요됐다.

장인석 한은 화폐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건축물 철거 과정에서 후대를 위해 작품을 보존하는 게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번영과 영광' 조형작품 해체·보존 작업 모습. 사진제공=한국은행>

으레 거시경제를 분석하고 금융안정 도모를 주된 업무로 하는 한국은행을 떠올리자면 예술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한은은 크게 예술품과 장식품 두 가지로 구분해 전체 1400여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국미술품 관리규정에 따라 좀더 가치있는 것을 분류하는 1070여점의 예술품이 있고, 15% 정도는 조형물이 차지하고 있다. 작품들은 서울본부 외에 지역본부, 국외본부에 고루 분포돼 있다.

한은이 미술품을 본격적으로 사들인 것은 1950년대부터로 주된 목적은 당시 판로가 많지 않았던 미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가난한 미술가들이 국가에서 주도하는 관전에 출품하면 정부, 국회, 한은·산업은행 등 국가기관에서 매입하는 방식이었다.

한은은 보유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공식 감정평가를 받기도 한다. 일반 기업들처럼 투자 목적으로 판매하기 위함이 아니라 소장하고 있는 자산에 대한 나름의 재평가를 받기 위해서다. 한은은 독립기관으로의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정부가 미술품의 체계적 관리차원에서 지난 2012년 출범한 '정부미술은행'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한은은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전시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중구 화폐박물관 2층에서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주요작가 100인의 작품 100점을 선정해 '한국은행 소장 미술품 100인 100선'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기획전은 1차(4월 17일~5월 27일), 2차(6월 12일~8월 26일), 3차(9월 11일~11월 18일) 3차례에 걸쳐 계절을 주제로 진행되며, 한국화 38점, 서양화 39점, 서예 7점, 조형물 4점 등을 공개한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iseul@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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