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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혼탁한 기업성보험 시장…칼 빼든 금감원

최보윤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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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최보윤 기자]

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경제금융부 최보윤 기잡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 등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죠.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집니다.

회사 건물에 불이나거나 기계가 망가질 경우, 또는 해킹을 당한다면….

한순간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는 치명적인 사고들이죠.

기업들이 이런 위험에 대비해 각종 보험을 드는데,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을 묶어 '기업성보험'이라 칭합니다.

기업성보험은 아무래도 개인보험보다 건당 가입 규모가 크다보니 보험사들이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만의하나 사고가 터지면 보험사에 대형 손실을 안겨줄 수 있어 '모 아니면 도'인 시장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위험 분산을 위해 한 기업의 보험을 서로 나눠 갖거나 다른 보험사에 재보험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얽히고 섥힌 복잡한 관계 속에서 혼탁해지고 있는 기업성보험 시장을 낱낱이 뜯어봤습니다.

[기사내용]
앵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기업도 보험에 가입한다. 그런데 이 거래 과정에 문제점이 많다는 이야기죠?

기자) 네, 사례를 보며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볼까요.

사실 이번 취재의 시작은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임대주택에서 출발했습니다.

LH는 전국에 임대주택을 공급하죠. 만약 화재나 홍수, 지진 등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인명 뿐만 아니라 재산피해도 어마어마 할텐데요.

그래서 LH는 임대주택의 각종 사고 위험을 보장 받기 위해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합니다.

보험사는 1년마다 공공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올해 보험 가입을 위해 작년 말 진행된 입찰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표를 보죠. LH가 올해 임대주택과 그 부속건물에 대한 재산종합보험 입찰 공고를 낸 내용입니다.

보험가입금액은 72조 4500억원, 설계금액은 165억5000만원입니다.

보험 가입 대상 물건의 재산 평가액이 72조4500억원 규모이고, LH가 원하는 보험료는 최대 165억 5000만원 선이라는 뜻입니다.

즉, LH는 1년에 165억 5000만원을 보험료로 내고 만약 사고가 나면 최대 72조 4500만원의 보상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겁니다.

그런데 작년 것을 한 번 볼까요?

지난해에는 보험가액이 52조 3300억원이었고, 설계금액은 72억원 이었습니다. 한 눈에 봐도 올해 금액이 더 커진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보험가액, 그러니까 보험 가입 대상의 재산가치는 38% 늘었는데 예상 보험료는 무려 130%나 뛰었습니다.

보험료를 깎아야 할 LH가 오히려 보험료를 높게 부른 셈이죠?

입찰 결과도 이상합니다.

올해 LH 임대주택 재산종합보험은 KB손해보험과 롯데손보, DB손보, MG손보,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등 6개 보험사가 컨소시엄으로 따냈습니다.

최종 낙찰액은 153억9천만원이었는데요. LH의 예상보험료 165억 5천만원의 93%에 달한 금액입니다.

업계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합니다.

공공 입찰에서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서는 경우는 매우 드문 데다, 통상 LH 보험의 경우 낙찰가액이 40~50%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LH에서 내는 보험료가 결국 1년 만에 4배 이상 불어났네요? LH는 왜 보험료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요?


기자) LH는 가입 대상 물건이 늘어난데다, 보험사들이 그동안 임대주택 재산보험으로 손해를 많이 봤기 때문에 입찰액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앵커) 실제 보험사들이 손해를 많이 봤나요?

기자) 그동안 LH임대주택의 재산보험을 보유했던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100%를 넘겼다고 주장합니다.

한 보험사는 과거 단독으로 LH 임대주택 재산보험을 24억6천만원에 따냈는데, 그 해 LH에 41억 8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일부는 재보험에 들어둬서 보험사도 재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았지만 그걸 빼고도 160% 손해를 봤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입니다.

작년에도 포항에서 큰 지진이 있었죠. 이때 임대주택 피해 손실 보전을 위해 보험사들이 100억원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올해 보험료가 올라갔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타당하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보험사들도 손해보고 장사할 수만은 없고, 그렇다보면 LH 임대주택 보험 계약하겠다는 보험사가 한 곳도 없을 수 있으니 LH에서 가격을 올려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그런데 입찰액과 낙찰액이 훌쩍 뛴 진짜 배경은 따로 있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을 따낸 6개 보험사 컨소시엄은 한 보험대리점을 통해 구성됐습니다.

보험대리점 업체 대표가 LH, 재보험사 등과 가격 협의를 마치고 보험사들을 찾아왔다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보험업계 관계자 : (대리점 대표가)보험회사들을 연결해서 내가 이런 큰 건 만들어놨으니 컨소시엄에 들어올래 말래. 이걸 조율한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되게 유명한 사람이래요.]

금융감독원도 이 부분을 수상하게 보고 해당 보험사들과 보험대리점을 집중 검사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LH 보험 계약에 개입한 보험대리점은 직원 2명을 둔 작은 회삽니다. 보험대리점으로 등록된 것도 지난 2016년으로 2년이 채 안됐는데요. 이번 LH 임대주택 재산보험 건으로 11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민간기업 건보다 공공기관 계약은 상대적으로 과정이 투명해 보험사들이 중간 대리점을 낄 이유가 크게 없거든요.

대리점이 이번 LH 보험 계약 건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인지, 불법 리베이트가 흘러간 정황은 없는지 등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앵커) 국내 최대 공기업의 보험 계약을 직원 2명 둔 보험대리점이 좌지우지했다는 거죠? 의심을 살 수 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리점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운 배후 인물이 있을 것이란 의혹도 파다합니다.

그런데 '인맥'이 아니어도 보험사들의 기업성보험 계약 구조상 대리점이 끼어들 여지는 충분합니다.

보험사들이 기업성보험을 현재 대부분 재보험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보험은 보험사들을 위한 보험인데요. 보험사 관계자들은 만약 100억원짜리 기업성보험을 인수하면 70억원에서 많게는 90억원 까지도 재보험에 가입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기업성보험의 보험료는 재보험료에 따라 좌우된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보험사들이 자체 보험료 책정 능력을 키우지 않고 재보험 의존도를 높이다 보니, 재보험사와 원수 보험사 간 가격을 중개하는 브로커들이 활개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재보험사는 대부분 해외 기업이 많아서요. 이런 구조를 빨리 깨야 보험사들의 해외 자본 유출도 줄이고 기업들의 보험료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앵커)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네요? 관련 당국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금융감독원은 6개 보험사와 보험대리점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는데요,

이번 입찰에 참여하게 된 배경과 계약 과정에 비위는 없었는지, 또 위법한 리베이트가 오간 정황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습니다.

또 국토교통부 역시 LH를 대상으로 입찰 과정에 행정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등을 감사했고요.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사들이 이번 입찰 과정에서 가격을 높이기 위해 '담합'한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관계당국들이 나선만큼 이번 계기로 기업성보험 시장이 투명해질 수 있길 바래야 겠는데요?

기자) 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현재 보험업황 악화 속에 이런 기업성보험을 포함한 일반보험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갖고 관련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험사들의 자체 가격 판단 능력을 키워 재보험으로 넘기는 비중을 줄이고, 하나의 기업 보험을 여러 보험사가 나눠 받는 것이 아닌 개별 인수 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뜻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유승완 / 보험개발원 팀장 : 보험사들이 기업성보험, 특히 대형 물건 같은 경우는 인수 경험이 충분한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재보험사의 보험요율을 받아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험사들이 직접 리스크 평가를 통해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는 체계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를 넓힐수록 보험사들의 기업성보험 인수 범위를 넓히고 활성화시키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기업성보험 시장이 계속 불투명하게 돌아간다면 결국 그로 인한 비용 부담 등을 보험사들이 일반 가입자들에게 전가할 수도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오늘 최 기자가 짚어주신 문제들 계속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 기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boyun7448@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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