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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232조에 달린 한국 자동차의 운명…믿을 건 '백 장관'뿐인 현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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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매우 경쟁이 치열해 고율의 관세를 매길 경우 우리 기업들이 아예 수출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권순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권 기자. 만약 미국이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에 고율의 관세를 매길 경우 어떻게 됩니까?

기자> 최근 자동차 산업에 대한 하반기 전망을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내놓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대해 싼타페 등 신차 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부정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다 입 모아 이야기 하는 것은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5%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끝' 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 중 현지에서 생산한 비중은 59%이고, 기아차는 37%입니다. 나머지 물량 그러니까 현대차는 40%가, 기아차는 60%가 고율 관세에 노출이 되는 겁니다.

미국에서 관세를 매기면 울산 공장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160만대 중 40만대가 미국 시장에 수출이 됐습니다.

특히 제네시스 브랜드는 전량 한국에서 수출이 됩니다. 미국에서 2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를 차지하며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시 심각한 차질에 직면합니다.

앵커> 심각하네요.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굉장히 골치 아픈 회사 중에 하나는 한국GM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GM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야 했고 미국 GM도 7조원이나 되는 투자를 쏟아냈습니다.

이를 통해 만들려고 하는 것은 미국에 팔 SUV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매기면 한국GM의 경영 계획은 엄청난 차질을 빚게 됩니다.

한국GM측은 자기들은 속이 타는데 본사가 미국이라 불만 표시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습니다.

르노삼성은 자기 브랜드로 미국에 수출하는 차는 없습니다. 그런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선 닛산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로그를 위탁 생산하고 있습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전체 생산량의 절반이 로그입니다.

앵커> 미국이 수입 철강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가 한국은 제외를 시켜줬잖아요. 자동차도 면제를 받을 수 있을까요?

기자>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하원 외교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한미FTA를 통해 상호 호혜적인 교역 여건이 조성된 만큼 한국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백운규 장관이 가서 의견을 낸다고 해서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더 커지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마땅히 대안이 없기에 백 장관을 믿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 장관이 가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느냐만 그것 말고는 기댈 곳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무역협회도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를 대표해 ‘공식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습니다. 한국은 한미FTA로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가 취해지더라도 한국은 조치 대상에서 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타겟이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대응 방안의 실효성도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의 관심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면 어디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거지요?

기자> 미국 눈에 거슬리는 국가는 독일, 일본, 한국. 그중에서 폭스바겐, 벤츠, BMW가 있는 독일입니다.

미국은 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EU의 관세가 더 높기 때문에 미국은 불만입니다.

독일은 EU로 묶여 있기 때문에 미국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낮추려면 EU 차원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과 EU가 자동차 관세를 함께 철폐하자고 요청했습니다. 미국의 압박을 일정 부분 수용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강경합니다. 프랑스 경제장관은 바로 "미국이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 역시 다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일은 타협점을 찾으려고 하는데 프랑스가 강공으로 나가는 것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르노는 미국에 수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EU는 지난 22일부터 미국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버번 위스키와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버번 위스키는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지역구인 켄터키를 대표하는 상품이고, 할리 데이비슨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 지역구인 위스콘신주에서 생산이 됩니다. 또 오렌지, 크랜베리 등 농산품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 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많은 농촌 지역입니다.

앵커> 국가별로 이해 관계가 다른데 EU 국가들이 함께 움직여야 하니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은 어떤가요?

기자> 일본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 전전긍긍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 대형 자동차 제조사 6곳이 미국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0% 가량 됩니다. 도요타 캠리의 경우 대당 1800달러, 약 200만원의 관세 부담이 생깁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올릴 경우 일본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관세는 약 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본자동차 공업회는 작년에 일본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서 9만명을 고용했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의회 등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실 미국과 자동차 무역을 많이 하는 나라는 아닙니다. 하지만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산 수입차에 대해 원래 관세 25%에 15% 보복 관세를 더해 4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7월 1일부터 자동차의 수입 관세를 15%로 낮춘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무역전쟁과 별개로 자동차 무역 촉진을 위한 조치였다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중국이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치 일정상 중간 선거거 있는 11월까지는 무역 도발을 이어갈 텐데 반 트럼프 진영의 맏형이 중국이 너무 일찍 꼬리를 내렸다고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뭐가 됐든 한국 자동차 회사로서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의 경우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현대, 기아차는 아직 그 정도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경우 판매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EU나 중국은 큰 시장을 배경으로 무역전쟁을 벌이겠다는 압박이라도 할 수 있지만 FTA가 체결된 한국은 대부분 관세가 최저 수준이라 추가로 내려줄 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조치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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