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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제조 현장 보니...발 디딜 틈조차 없는 아수라장

"공급 잘못되면 책임져라" 채증까지...숨진 대표, 직원들과 3박4일 밤샘 작업
권순우 기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포장 현장>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을 일어난 기내식 포장이 이뤄지고 있는 샤프도앤코 공장입니다. 근로자들이 발디딜 틈조차 없을만큼 비좁고 어수선한 환경입니다. 여기서 기내식을 포장하던 화인CS 윤모 사장은 빠듯한 기내식 조달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3박4일을 꼬박 새고 지난 2일 오전 퇴근한 뒤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항공기에서 제공되는 기내식은 인천공항 내에 위치한 기내식 공장에서 제조 및 포장까지 일괄적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은 샤프도앤코 공장에서 일부 제조가 되고 나머지는 외부 업체에서 제조가 됩니다. 일 3천식을 생산하는 샤프도앤코 제조 설비로는 일 3만식이 필요한 아시아나항공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산된 음식은 샤프도앤코에서 모여 일괄 포장이 이뤄집니다. 3천식을 포장하는 공간에서 3만식을 포장하려다 보니 이런 어수선한 상황이 펼쳐진 겁니다.

기내식을 포장하는 화인CS는 제조된 음식을 용기에 담는 ‘디시업’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다른 기내식 업체에서는 ‘디시업’과 음식이 담긴 용기를 포장하는 ‘패키지업’을 분리해서 합니다.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입니다. 하지만 급박하게 업무가 진행이 되다보니 화인CS는 디시업과 패키징을 동시에 해야 했고 업무 부담은 가중됐습니다.

기내식 업계 관계자는 “설비를 효율적으로 설계해야 하는데 무조건 인력만 투입을 하다보니 현장이 닭장이 돼 버렸다”며 “음식이 와도 놓은 공간도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사정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기내식은 인천공항 내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이 됩니다. 제조된 기내식은 같은 공장 내에서 포장이 이뤄지고, 바로 트럭에 실려 항공기로 운반이 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3~4곳의 외부 음식 생산 업체로부터 기내식에 들어갈 음식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설비도 없는 상황에서 3~4곳에서 들쑥날쑥 음식이 투입되는 등 생산과 포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화인CS의 부담은 커졌습니다.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게이트고메측은 직원들을 닦달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음식이 안와서 포장을 못하고 있는데 앉아서 놀고 있냐며 닥달했다”며 “심지어 손이 비면 나태하게 일을 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긴 근거로 쓰겠다며 사진을 찍는 등 채증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산과 포장, 운반 등 모든 생산 공정에 문제가 있었는데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윤 사장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압박을 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윤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조리장 출신으로 기내식 업계에서는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무가 LSG에서 게이트고메로 옮겨가면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무를 그만 두려 했지만 200여명의 직원들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라 무리하게 진행되는 사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습니다.

기내식 업계 관계자는 “게이트고메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업무가 자리를 잡으면 직원들은 거기서 일을 하고 윤 사장님은 그만둘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갑작스러운 죽음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반찬은 없고 밥만 흰밥, 흑미밥, 볶음밥 세종류가 들어가는 황당한 기내식이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비지니스석에 제공된 기내식입니다. 이코노미석 승객들은 아래와 같은 기내식을 제공 받았습니다.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위생 문제도 걱정거리로 떠올랐습니다. 기내식은 만들어진 지 10시간 이후에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이라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온도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식재료가 입고되고 음식이 제조되고 트럭으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서 10도 이하로 관리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남동공단, 김포시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인천공항에 있는 샤프도앤코 공장으로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는 쉽지 않습니다.

기내식 대란이 촉발된 원인은 납품업체 변경 첫날 차질을 빚지 않도록 미리 만들어 놓은 기내식이 높은 온도와 비까지 내리는 습한 날씨 탓에 변질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상한 음식을 승객들이 먹고
비행 도중 문제가 생겼다면 더 큰 사태로 번질 수도 있었습니다.

항공기에 탑재한 기내식의 위생도 우려가 됩니다. 한 승무원은 “쌈밥을 덮히려고 오븐을 열었는데 상한 냄새가 났다”며 “먹어 보고 괜찮아서 서비스는 했는데 냄새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승무원은 “음식이 들어올 때도 그렇게 차가운 상태가 아니었다”며 “음식을 저장할 냉동 창고 공간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무리한 기내식 공급에 따른 우려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승무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는 승객 탑승 후 기내식 탑재, 비상 통로를 이용한 기내식 탑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유통기한, 원산지 등에 대한 표기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기내식 음식을 제조하는 한 공장이 위치한 김포시청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상 표시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품목 제조 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며 “확인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협력업체 대표의 죽음으로 인해 노동청도 조사에 착수했고, 인천공항이 위치한 중구청, 국토부와 서울지방항공청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 곳이라도 삐끗하면 다시 기내식 대란이 발생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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