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앞과뒤]구글 버린 에픽...삼성부터 밸브까지 '메기효과'

서정근 기자

미국의 게임사 에픽게임즈(이하 에픽)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탈(脫) 구글'을 선언하자 콘텐츠 시장을 둔 플랫폼 홀더와 단말기 제조사, 콘텐츠 제작사 간의 역학 구도 변화 가능성에 눈길이 쏠립니다.

에픽은 글로벌 대세게임 '포트나이트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OS버전을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에 선탑재해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삼성 단말기를 쓰지 않는 이용자들은 에픽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실행파일을 다운로드해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구글 마켓에 게임을 배포하고 관련 수익 30%를 구글에 나눠주는 것 보다 사업적 측면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 '모험'입니다. 팀 스위니 에픽 CEO가 그간 보여준 '친 애플, 반 구글' 성향을 감안해도 '파격'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IT업계의 한 종사자는 "한국의 뉴스 공급시장과 비유하면 특정 언론사가 네이버 뉴스 생태계가 불공정하다며 '탈 네이버' 선언하고 뉴스를 자사 사이트와 다음을 통해서만 공급하는 격"이라고 평했습니다.

구글에 우선 칼을 겨눈 에픽이 '포트나이트' PC 버전을 배포해온 자체 플랫폼 '에픽 런처'를 다른 게임사에도 개방, 밸브의 스팀 플랫폼과 같은 형태로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국내 유력 게임사의 한 임원은 "구글이 국내 게임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그간 자신들과의 사업 제휴 과정에 불편함은 없었는지 등을 물어왔다"고 알려왔습니다. 서한을 보낸 시점은 지난 8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바일 앱마켓 시장을 과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들이 안드로이드 OS에 '안주'하고 난 후 안드로이드 OS의 한국 내 지배력이 훼손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통3사와 네이버의 앱마켓도 구글 마켓에 견주기 어렵습니다. 독자적인 앱마켓 구축을 추진했던 카카오, 넥슨의 시도도 구글의 견제로 좌초된 바 있습니다.

'슈퍼갑' 구글이 갑자기 친절해진 이유를 추측하긴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 공정위가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앱 마켓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갑질'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점, 에픽이 '포트나이트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갤럭시노트9에 선탑재하기로 확정한 것 등이 이유로 꼽힐 만 합니다.

에픽은 게임 엔진 '언리얼' 시리즈를 제작해 게임 개발사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본업'인 회사입니다. 게임 제작은 '부업'인데, 지난해 제작한 '포트나이트'가 글로벌 대세게임이 되며 입지가 급상승했습니다.

창업자 팀 스위니와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52%를, 중국의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지분 48%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트나이트'는 PC 버전, 콘솔버전, IOS 버전으로 각각 출시됐는데, 안드로이드 OS 버전은 구글 마켓에 내지 않기로 결정하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릭시노트9. '포트나이트 모바일' 안드로이드 OS 버전을 선탑재, 소비자들이 즐길수 있게 했다.


갤럭시S7과 그 상위기종을 가진 이들은 삼성전자의 앱마켓 갤럭시앱스를 통해 간편하게 '포트나이트 모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갤럭시 단말기를 이용하지 않는 이는 에픽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다소 번거롭습니다.

삼성전자는 '포트나이트 모바일'을 통해 존재감이 없던 삼성 앱마켓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이인종 부사장이 재임 중이던 2016년 갤럭시S7을 선보이면서 넥슨과 제휴해 게임폰 마케팅에 나선 바 있습니다. 2년만에 게임폰 마케팅을 재가동했는데,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양상입니다.

최상급 콘텐츠 개발사들도 애플이나 구글의 울타리를 벗어날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에픽의 경우 수익 구조에서 게임 소프트웨어보다 엔진 개발과 그 판매 수익의 비중이 높습니다. 구글도 홀대하기 어려운 텐센트가 에픽의 우군입니다. 때문에, 이같은 모험이 가능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에픽과 장단을 함께 맞추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쯤 되니 구글의 발목을 잡는 시도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지요.

구글은 다른 게임사들도 이처럼 실행파일을 독자적으로 배포하거나 대형 단말기 제조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탈 구글'에 나서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마냥 편할 순 없습니다. 운영체제를 개발했다는 이유로 콘텐츠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비판은 구글과 애플을 가리지 않습니다. 에픽이 애플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도 반갑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미 사정에 정통한 게임업계 인사들은 "에픽이 '포트나이트' PC 버전의 인기를 활용, 자신들의 게임과 다른 회사의 게임을 아우르는 PC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읍니다.

'포트나이트' PC 버전을 선보이는 '에픽 런처'에 다른 회사의 게임들을 입점시키고, 관련 수익을 나눠갖는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 입점 게임사들의 수익 중 30%를 가져가는 밸브보다 수수료를 낮춰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심은 우리 시장에서도 구글과 애플에 종속되는 구도를 벗어나려는 시도에 힘이 실릴지 여부입니다. 마침, 최근 EU가 구글에 5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구글의 독점행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다시 생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사의 한 임원은 "역설적으로 에픽은 전업 게임사가 아니기 때문에 구글에 반기를 들 수 있었다"고 평했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계속 만들어 배포하는게 일상인 회사라면 애플-구글에 척을 지는 것을 상상키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 임원은 "시장 경쟁이 심해 히트작 발굴이 어렵고 수명주기도 짧은 우리 시장 특성상 탈 애플, 탈 구글이 쉽지 않다"며 "우리 시장에서 독자서비스로 성공해도 해외 진출을 이들을 배제하고 하긴 어렵다"고 펑했습니다.

그래도 이전에 비하면 개별 게임사가 '홀로서기'를 시도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전처럼 구글이 개별 게임사의 독자적인 앱마켓 구축시도를 막기 쉽지 않게 됐고, OS 홀더가 30%씩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모처럼 제기된 것도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선 희소식 입니다.

에픽의 파격적인 시도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글로벌 사업자들간의 역학이 엇갈리는 와중에 우리 콘텐츠 제작사들이 어떠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읍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