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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북방경협 '철의 실크로드'…부담은 현대글로비스의 몫?

권순우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국내 최초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한 정기 급행 화물열차를 운영합니다. 앞으로 글로비스의 화물열차는 매주 1회씩 시베리아를 달립니다.

14일 오전 현대차 자동차 반조립 부품을 싣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현대글로비스의 급행 화물열차는 12일 후인 오는 26일 현대차 러시아 공장이 위치한 상트페테르브르크에 도착하게 됩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장기적으로 유라시아 철도 물류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며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중국, 유럽의 철도가 하나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철의 실크로드가 개척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사이좋게 지내고 부산을 출발한 기차가 북한과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까지 가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하지만 물류업계에서는 시베리아 철도 노선을 활용한 운송이 수익성이 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 부산항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바다를 통해 운송을 하면 43일이 소요됩니다. 부산항에서 선박으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운송을 하고 기차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가면 22일이 소요됩니다. 시간상으로는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선을 물류회사들이 이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비용 때문입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기차로 운송을 하게 되면 해상 운송에 비해 20~30% 가량 비용이 더 든다”며 “한국 현대차 공장에서 러시아 현대차 공장까지 가는 화물(자동차 반제품)은 제 때 맞춰서만 가면 되기 때문에 비싸게 갈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SNS에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추진해온 사업이 첫 결실을 맺었다”면서도 “앞으로 일본 등 추가 물량을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만들어 가는 것이 관건”이라며 비용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비용적 측면의 효율성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그에 앞서 사업 파트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옵니다. 부산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를 갈 때는 글로비스의 선박을 이용해 해상 운송을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기차로 가는 운송은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FESCO)'가 담당을 합니다.

페스코의 모회사는 페스코의 지분 49.9%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의 '숨마그룹'입니다. 지난 4월 러시아 검찰은 지야부딘 마고메도프 숨마그룹 회장과 그의 형 마고메드는 기소했습니다. 마고메도프 회장은 국가기금 횡령을 포함해 7가지 혐의가 적용돼 징역 20년형을 구형 받았습니다. 언론들은 마고메도프 회장의 구속을 둘러싸고 푸틴 정권과의 갈등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마고메도프 회장 구속 이후 숨마그룹 자회사 임원들은 경찰에 줄줄이 연행됐고 서너개 계열사들이 파산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숨마그룹에 대한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자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비스가 사업성은 낮고 위험은 큰 사업에 뛰어든 이유로 물류 업계 사람들은 정치적 배경을 지목합니다. 현대글로비스의 시베리아 철도 정기 노선 발차 기념 행사에는 김정훈 한국글로비스 사장 외에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위원장이 부총리급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생기고 성과를 처음 낸 것”이라며 “사업성보다는 정치적 성과가 더 중시된 사업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동아시아 철도를 연결해 철의 실크로드를 만드는 사업은 남북한 평화무드와 경제 협력에 중요한 성과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별 기업인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비용 및 사업 리스크가 커진 것은 불편한 진실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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