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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BMW 화재사태를 막을 수 있었던 3번의 기회

권순우 기자



2016년 환경부는 국내에 판매된 경유차 20차종에 대해 배기가스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폭스바겐이 실험실에서만 배기가스가 덜 나오게끔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던 ‘디젤게이트’의 후속 조사였습니다.

자동차회사들은 법규에 따라 실험실에서만 배기가스 배출 규제를 지키면 됩니다. 하지만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실제 도로 주행을 할 때 얼마나 배기가스가 나오는지 시험을 해본 겁니다.

대상 차종은 BMW 520d를 비롯해 벤츠 E220, 르노삼성 QM3, 닛산 캐시카이 등이 포함됐습니다.

실제 도로에서 배기가스 배출 실험을 해보니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닛산 캐시카이는 실험실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에 비해 20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또 온도가 35도만 넘어도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임의로 조작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임의조작으로 지목된 차종은 캐시카이 하나였지만 나머지 차종들도 막상 실제 도로 주행을 해보니 실험실에서 보다 훨씬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했습니다.

유럽에서 생산돼 수입 판매 되는 QM3는 실제 도로에서 주행을 해보니 실내 인증 기준의 17배나 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습니다. 나머지 차종들도 1.5배~11배까지 실제 도로 질소산화물 배출이 많았습니다.

실험실이나 실제 도로 주행이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충족한 차종은 BMW 520d가 유일했습니다. BMW만 어떻게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맞출 수 있었을까요?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고압EGR과 저압EGR을 조합해서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설계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과정도 복잡하고 비용도 추가 됩니다. BMW 520d의 4기통 엔진은 고압EGR만 가지고 설계를 했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면서도 환경 규제를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고압EGR에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는 설계지만 BMW는 자신들의 기술을 자신했습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고압EGR만 가지고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맞추는 BMW의 방식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하지만 탈락한 입장에서 합격한 회사를 지적하는 것 같아 유야무야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기회는 2015년 말부터 연이어 발생한 BMW 화재입니다. BMW 차량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6개월 간 11대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BMW는 대부분 차량이 전소돼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며 ‘원인 미상’으로 처리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는 EGR 문제를 파악하고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원인 미상이라는 그들의 말만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세번째 기회는 2017년 3월입니다. BMW는 520d 등 32개 차종에 대해 EGR 냉각기의 내구성 저하, 전자제어장치 오류 등이 있음을 환경부에 보고했습니다. 환경부는 1년여동안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올해 4월 리콜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배기가스 배출 등 환경적인 문제에만 집중했을 뿐, 차량 결함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폭염이 지속되고 하루가 멀다하고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그제서야 국토부는 부랴부랴 리콜 명령을 하는 등 조치에 나섰습니다. 수많은 위험 신호에는 반응하지 않더니 수십대가 불이 나고 국민적 공분이 일고 나서야 움직인 겁니다. 그리고는 안전진단을 받지 않는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라는 유례없는 조치까지 동원했습니다.

매우 강경한 조치로 보이지만 언론을 통해 BMW의 위험이 충분히 고지가 됐고, 안전진단도 거의 끝물이라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BMW 소유주들이 안전 진단을 받게끔하는 홍보효과는 일부 있었겠지만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했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가 이제라도 해야 할 일은 화재의 원인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입니다. 화재원인에 대해 BMW 본사 기술진이 직접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BMW 기술진은 EGR 냉각기 결함으로 침전물이 생겼고, 바이패스 밸브가 열려 뜨거운 배기가스가 들어와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운전습관 등을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결함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부품의 문제로 한정지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표인 것 같다고 지적합니다. 왜 닫혀 있어야 할 바이패스 밸브가 열렸는지, 불연성인 냉각수 침전물이 왜 불에 탔다고 하는지, 장거리 운행 등 운전습관을 왜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지. 특히 BMW가 소프트웨어 문제를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소프트웨어적으로 과도하게 EGR을 사용해 화재가 났다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EGR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그러면 화재는 없어지겠지만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로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은폐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검찰 수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리콜을 전혀 할 수 없는 불법 차량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밝혀지면 기술력으로 환경 규제를 극복했다는 BMW의 명성에는 금이 가게 됩니다. 또 폭스바겐처럼 사기극을 벌였다는 비난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불법 차량으로 지적이 되면 아예 해당 차종을 팔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BMW가 숨기려는 것을 우리 정부는 밝혀 낼 수 있을까요?

민관합동조사단이 화재 원인을 철저히 조사를 하겠다는데, 아직 조사단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GR 조사를 수년전부터 해왔던 환경부는 이번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끔 한번씩 모여 회의를 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이 뭘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조사가 완료되는데 10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EGR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을 하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은 기술 자료를 요청했는데 BMW가 회신을 하지 않았다며 BMW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BMW는 관련 엔진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제원에 대한 요약설명 자료만 제출하고 있습니다.

늑장 대응, 솜방망이 처벌, 전문성 부족, 칸막이식 보여주기식 행정. 3번의 기회를 놓친 정부가 이제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의무를 다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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