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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GM군산 공장에 '삼성·LG·현대차' 미래차 어벤저스를 만든다면…

권순우 기자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 현대차는 어벤져스의 제작사인 마블과 손잡고 어벤져스 멤버인 '아이언맨'을 모티브로 한 코나 아이언맨 에디션을 출시했다.

최근 몇몇 자동차업계 관계자들과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을 ‘미래자동차 클러스터’로 만드는 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지난 5월 폐쇄가 결정된 후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유휴부지입니다. 군산 지역 경제는 날로 어려워만 가고, 일자리 문제는 국가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미래자동차 클러스터는 ‘한국판 어벤저스’를 만드는 상상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많습니다.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전장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LG전자, 글로벌 탑5 현대차, 5G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KT, SK텔레콤 등이 대표적입니다.

미래 자동차는 자동차와 ICT, 통신이 결합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카입니다. 자율주행을 하려면 사물을 감지하는 센서, 센서로 입력된 정보를 판단하는 연산, 자동차를 움직이는 제어기술이 필요합니다. 또 자동차 내에서의 연산뿐 아니라 자동차와 자동차, 자동차와 사물이 연결되는 V2X가 필요합니다. ICT와 통신, 자동차 기술이 결합돼야 미래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GM 쉐보레 볼트EV


LG는 자동차의 전기부품, 전장 분야에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2017년 글로벌 금융회사 UBS가 GM의 전기차 볼트를 해체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LG가 공급한 부품 규모는 볼트 총 생산비용의 56%를 차지했습니다. LG화학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공급하고 LG전자가 전기모터를, LG디스플레이가 계기판 모듈을 만들고 있습니다. 파워트레인만 놓고 보면 전기모터와 기어박스, 인버터, 고압케이블, 차저 등 87%를 공급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2018 CES 삼성전자-하만 디지털 콕핏

삼성그룹 역시 알게 모르게 자동차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8 CES에서 자동차 운전석(콕핏)을 전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1년 전 인수한 하만과 전장 부품 업계 최초로 5G 기반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이 5G 솔루션이 탑재된 유럽 완성차는 2021년 상용화될 예정입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콕핏은 시제품이 아니라 바로 상용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기의 MLCC는 미래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MLCC는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5G 통신 분야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입니다. 스마트폰에는 1000개정도 들어가는 MLCC가 전기자동차에는 1만 5천개까지도 들어갑니다.

최근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집중 투자 육성하는 분야중 하나는 자동차용 전장 부품사업입니다.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메모리용 반도체 외에 퀄컴에 비해 열세에 있는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공략하고자 하는 분야입니다.

한국GM 군산공장


군산공장 부지의 소유자인 한국지엠도 군산공장에 미래자동차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경우,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5천억원 규모의 자산가치를 상각처리했습니다. 임대든 매각이든 조건만 맞으면 기꺼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성사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일자리도 만들고 세계적인 미래 자동차도 개발하는 유쾌한 상상이지만 안타깝게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목소리입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대기업들 간에 서로 핵심 기술을 공유하고 연구개발을 함께 한 사례는 없다”며 “한국 정서에 대기업 연합군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 대기업이 다른 대기업의 영역에 진입한 경우 불편한 결과를 낳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이 오디오 전문그룹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대차는 새로 출시하는 차량에 하만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기아차는 올해 ‘더뉴 K5'와 ’더 뉴 카니발‘은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미국 오디오 회사인 크렐의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했습니다. 현대차는 6년만에 내놓은 완전변경 모델 ’싼타페TM'과 지난해 처음으로 출시한 소형SUV 코나에도 크렐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LG전자 역시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된 후 TV와 블루투스 헤드셋에 적용했던 하만의 음향기술을 빼고 영국 오디오 업체 ‘메리디안’을 넣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영역을 구분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언어, 문화적으로 가장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파트너들끼리 오래된 관행 때문에 협업을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임직원용 사내 미디어인 ‘삼성전자 라이브’를 통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완성차 사업을 하거나 관련 업체를 인수합병(M&A)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M&A를 통해 완성차 사업에 진출한다는 풍문에 대응하기 위해섭니다. 삼성이 굳이 풍문에 정색하고 대응한 것도 이같은 맥락 때문입니다.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문만으로도, 자칫 전장 부품의 고객사인 자동차회사들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와 ICT 통신의 합종연횡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중국의 ICT 업체 바이두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컨소시엄 ‘아폴로 프로젝트’에는 현대차, BMW 등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엔비디아 등 ICT 기업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해외에 AI, 센서, 카셰어링, 심지어 전동 스쿠터 업체와도 협업을 하고 있지만 유독 국내 대기업과의 협업은 꺼리고 있습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가 힘을 합치면 윈윈할 수 있고 LG나 SKT 같은 ICT 기업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며 “미래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이런 기업들이 힘을 모아 ‘한국형 어벤저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GM 군산공장에 ‘미래자동차 클러스터’를 만들자는 구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꼭 지역이 군산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회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를 하는 것이 좋은지는 ‘선수’들이 직접 구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서로 협업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고 국내에서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더불어 지역경제까지 살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란 생각이 최근 경제상황을 보면서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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