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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아직도 빨리빨리? 30분 배달제의 비극, 되새겨야

유지승 기자

폭우 속 배달원 / 사진=뉴스1

"정신 없죠. 소스 같은거 하나 빠뜨리면 다시 갔다오라고 하는데, 오는 길에 늦었다고 취소시켜 버린 경우도 있어요. 힘들죠..." (배달원 A씨)

"당일 배송이 원칙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늦을 때가 있는데 이해해주시기도 하지만, 과격하게 항의하시는 분들도 많죠."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


배달의 시대. 빨라진 속도 만큼이나 사람들의 조급함도 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달업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K씨는 "건당 돈을 버는 구조 때문에 속도를 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다"고 토로합니다.

'예전보다 재촉하는 손님들은 줄었지만, 아직도 배달이 조금 늦어지면 심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더욱이 손님이 가맹점에 불만을 제기하기라도 하면 그 모든 불똥이 결국 배달원에게 돌아오는 현실입니다.

민원이 제기되면 식당들이 배달업체를 변경하는데, 결국 수주가 끊겨 수익 악순환으로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함부로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운이 좋아서 빨리 갈 때도 있지만, 시간대 별로 도로 상황이 달라 늘 불안하다"는게 배달원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오토바이를 위험천만하게 몰아 자신의 목숨은 물론, 다른 운전자를 위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지만, 배달원들은 "한 번 늦었을 때 돌아오는 여러 갈등 구조를 고려할 때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고객들이 조금만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다면 '질주'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한 배달원은 "당연하죠. 그렇게만 된다면 스트레스도 덜 받아 덜 조급해지겠죠."

시간을 재촉하며 불만을 쏟아내는 고객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계속해서 속도를 내게 한다는 이유에섭니다.
로켓배송을 운영 중인 쿠팡 차량 사진=MTN

일부 이커머스 업체들도 고객 편의를 위해 '하루 배송'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택배 사정으로 지각 배송이 될 경우 불만 전화가 폭주하는 현실입니다.

하루 만의 배송을 보장하는 '로켓 배송'을 운영하는 쿠팡도 고민이 많습니다. 날씨나 배송 직원의 변수는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당일 배송 완수율을 99%까지 끌어 올렸지만, 조금이라도 늦으면 항의 전화가 오다보니 부담과 긴장감은 여전합니다. 고객들이 '변수'에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

문득 7년 전의 사건이 떠오릅니다. 한 피자업체의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사망했던 일입니다.

'따뜻한 피자를 빠르게 배달한다.' 그 배경에는 해당 피자업체의 '주문 후 30분 내 배달' 마케팅이 있었습니다.

주문을 받고 피자를 만드는 시간만 최소 20분. 나머지 10분 안에 오토바이를 타고 계단을 뛰어 올라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겁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모군은 이 '빠른' 시간과 목숨을 맞바꿨습니다. 사건 직후 30분 배달제는 철회됐지만, 사건을 되돌릴 길은 없습니다.

지금도 '속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장에 제도적으로 이를 막을 길은 없습니다.

다만, 주문하는 사람들이 각자 기다리는 여유를 갖는다면, 선순환 효과로 '도로위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까요.



[머니투데이방송 MTN = 유지승 기자 (raintree@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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