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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또 다시 불거지는 '한국GM 먹튀 포비아'

권순우 기자

지난 5월 댄 암만 GM총괄 부사장은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합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힘겹게 '10년 대계'를 세운 한국GM과 산업은행이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GM의 연구개발 법인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출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GM과 한국GM 정상화 기본계약서 정신에 위배되고 잠재적 위험도 있다고 생각해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왜 가처분신청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어 현재로서는 이를 반대 또는 찬성을 결정할 수 있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개발 법인 신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데도 일단 가처분신청을 했다는 겁니다. 경영권 분쟁 상황도 아닌데 2대주주가 최대주주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심지어 이사회 등 공식적인 절차가 진행된 것도 아니고 반대하려는 명확한 의사도 없는데 말입니다.

도대체 연구개발 법인 신설이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GM과 산업은행은 지난 5월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총 7조 6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최소 10년 동안 한국을 떠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이후 GM은 지난달 20일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을 글로벌 소형SUV 개발 거점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은 주로 한국GM이 생산, 판매하는 차종을 개발했습니다. 글로벌 거점 연구개발센터로 지정이 되면 한국GM 생산 차종뿐 아니라 글로벌 GM이 생산하는 차종도 개발을 하게 됩니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의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 평가해 미국에서 개발하려고 했던 모델을 한국GM이 가져오게 된 것”이라며 “GM내 입지가 공고해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100여명의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해 전체 연구개발 인력을 3천명 이상으로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의 GM내 지위가 올라가면 아무래도 더 많은 투자와 고용이 이뤄지니 한국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GM이 한국GM의 연구개발 부문을 분할해 독립 법인으로 만들기로 한 겁니다. 한국GM 측은 글로벌GM 생산 차종을 개발하려면 연구개발 부문이 한국GM 산하에 있는 것보다 독립 법인으로 있는 편이 의사결정에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노조는 “현재 단일 법인을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기능을 2개의 법인으로 분리하는 법인 쪼개기는 제 2의 공장 폐쇄 또는 매각 등 GM 자본의 숨겨진 꼼수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GM측은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 법인화를 하는 것이 어떻게 철수를 위한 꼼수로 읽히는지 답답하다는 입장입니다. GM이 한국에서 철수를 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하면 하나의 법인으로 있든 생산과 연구개발 두 개의 법인으로 있든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호주GM 역시 생산과 연구개발, 디자인이 한 개 법인으로 있었지만 디자인 센터만 남고 생산부문은 철수했습니다. 철수할 생각이 전혀 없는 중국에서는 생산과 연구개발 법인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GM이 한국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가시적인 현실입니다. GM은 산업은행과 약속한 연간 생산 50만대 외에 7만 5천대를 추가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폐쇄 우려가 있었던 부평2공장은 일감을 얻게 됐고, GM은 이를 위해 5천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습니다.

가시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군산공장 폐쇄의 트라우마는 GM의 모든 행보를 철수를 위한 포석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GM은 연구개발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2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사전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발표 이후에도 주주총회 일자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영상의 판단을 일일이 산업은행에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호간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일방적인 행보는 극단적인 대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은행의 가처분 신청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GM이 이야기하는 표면적인 이유를 곧이 곧대로 믿을 수가 없으니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어떻게 법인을 신설하고 어떻게 경영을 해나갈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지 한달이 지나도록 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GM은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 기업이자 직간접적으로 30만명의 고용효과를 내고 있는 기업입니다. 한국GM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GM이나 한국 정부나 노조나 같은 마음입니다. 한국 사회가 ‘먹튀 포비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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