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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기준금리 훈수와 '척하면 척' 평행이론

김이슬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인하를 압박할 때 '척하면 척'이라고 했다. 한은은 이 발언 이후 한달 만에 금리를 인하해 정부 입김 때문에 중앙은행이 정무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정권이 바뀌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은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을 했다.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며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말을 했다. 당일 채권시장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0.05% 오르면서 요동쳤다.

기준금리 훈수를 두는 비슷한 상황은 미국에서도 있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러나고 제롬 파월 신임 의장이 취임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색채가 뭍어날 거란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금리를 올리는 연준을 향해 "저금리 연준 의장을 기대했는데 금리를 올리는 게 달갑지 않다"고 했다. '척하면 척'이라고 애둘러 표현한 것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불평이었다.

그러나 연준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25년간 지켜온 연준 독립성을 흔들어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 발언에도 빈정은 상할 뿐 끄떡하지 않고 있다. 견실한 경제가 뒷받침하고 있어 금리인상 명분이 탄탄한 것이 일차적인 배경이다.

미국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연준 위원들은 최근 세계 중앙은행 총재 등이 모여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잭슨홀 회의'에서도 정치적 고려가 통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 수뇌부들은 "올해 2번 더 금리를 올리는 게 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이 연준의 정책 결정을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독립성 침해 논란에 맞서는 연준의 당당함의 이면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또 있다. 대통령의 의장 임명권과 무관하게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이사진의 임기는 14년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 4년이 지나도 10년간 자기 일을 더 일한다.

우리나라에서 임기가 가장 긴 직책이라면 생각나는 게 대법원장 6년 정도다. 한국은행 총재와 금통위원의 임기는 4년으로 대통령 임기 5년보다 짧다. '척하면 척'을 만사형통으로 여기는 건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우려가 되는 것은 '척하면 척'의 평행이론이다.

한국은행의 다음 금통위는 10월 18일 예정돼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이 총리의 기준금리 발언에 대해 "한은법에 따라 금통위가 중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발끈했지만, 만약 다음달 한은이 금리인상을 결정하면 현 정부의 입김이 닿았다는 꼬리표가 달리고, 한은 신뢰에 또 한번 흠집이 갈 수 있다. 마땅한 금리인상의 명분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정치권의 '금리 발언'은 몇 번을 곱씹더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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