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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친환경에 저항하는 독일 3사…전기차의 반격

권순우 기자

자동차,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자동차라고 하면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가 먼저 떠오릅니다.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동치 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독일 3사의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무오염자동차(ZEV)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QC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전기차 브랜드 EQ를 공개했는데 2년이 지난 올해 9월에서야 최초의 순수전기차 더 뉴 EQC를 공개했습니다. BMW는 순수전기차 i3가 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아우디 역시 첫 순수 전기차 ‘아우디 e-트론’을 를 공개한 것이 지난주(17일)였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순수전기차를 2016년 출시한 것에 비해 많이 늦습니다.

미국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첫 번재 로드스터를 출시 한 것이 벌써 10년 전입니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생산 차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미 미국에서 팔리는 전체 BMW 판매량을 넘어섰습니다.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모델S가 1만대 넘게 팔리며 벤츠 S클래스, 포르쉐 파나메라, 렉서스 LS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3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독일 브랜드들의 대응은 늦습니다. 독일 3사는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안하고 있는 것일까요?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8일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배기가스를 줄이는 청정기술 개발 경쟁을 피하기 위해 공모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은 BMW, 다임러, 폭스바겐 등 독일 3사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들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출시하는데 서로 경쟁하지 않겠다는데 동의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기술 개발을 스스로 제한하는 ‘공해카르텔’을 형성했다는 겁니다.

공해카르텔을 형성하려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친환경 기술이 없다면 환경 규제를 강화할 수 없고, 기존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차량을 규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 규제를 어떻게든 안지키려는 독일 3사의 행태는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아우디 폭스바겐은 강화된 유로6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배출 가스 장치를 조작했고 BMW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를 무리하게 설계해 ‘불자동차’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또 요소수 탱크 크기를 담합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공해카르텔’은 이미 자동차 회사들이 10여년 전에도 사용했던 방식입니다. 자동차 회사의 기술 담합은 2002년 전기차를 죽였습니다.

2006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는 GM이 개발한 순수 전기차 EV1의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1996년 GM은 순수전기차 EV1을 출시했습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전체 자동차 판매의 2%를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무오염자동차(ZEV)를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GM 순수전기차 EV1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든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대표주자는 GM의 EV1이었습니다. <누가 전기차를 죽였나?>에서 크리스 파인 감독은 GM이 EV1을 팔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전기차를 죽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기차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동차용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증명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겁니다.

GM은 EV1 광고를 만들 때 음침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결국 EV1을 지키고자 했던 고객들로부터 EV1을 뺏아서 압축해 갈아버렸습니다. 크리스 파인 감독은 전기차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자동차 회사와 자동차에 화석연료를 팔고 싶어하는 정유회사를 전기차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폐차된 EV1/누가전기차를죽였나

자동차 회사들의 ‘공해 카르텔’로 무오염 자동차 정책은 사실상 폐지됐고, 저오염 자동차에 무게를 싣게 됐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 자동차, 클린디젤과 같은 고효율 자동차로 진화한 이유입니다. 만약 ‘공해 카르텔’이 없었다면 우리는 좀 더 빨리 전기차, 수소전기차의 시대를 살고 있었을 겁니다.

더 이상 지구의 대기오염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중론입니다. 2030년 이후에는 아예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노르웨이 같은 나라도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의 폐해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노르웨이 전기차 주차장

자동차 회사들이 더 이상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환경 규제를 거부하고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는 일을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 독일 3사가 환경 기술 개발을 거부한다고 해도 미국에서 중국에서, 한국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독일 3사는 정부 규제 때문이 아니라 시장 경쟁에서 탈락해 퇴출될 수도 있습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만약 공모사실이 증명된다면, 이는 제조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소비자들이 오염물질을 덜 배출하는 차를 구입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이상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행태는 정부에서나 시장에서나 용납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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