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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여의도 중국집과 코스닥 최다 상장

이대호 기자

코스닥 상장을 앞둔 한 기업 경영진이 여의도 중식당에서 IPO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간담회 식당 잡기도 어려워요"

활성화(?) 중인 코스닥 시장의 최근 단면이다. 올해 코스닥 상장기업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는데,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당장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향후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63빌딩 갈뻔 했네요"

당장 IPO간담회를 개최할 식당 잡는 것도 경쟁이란다. 통상적으로 IPO간담회는 수요예측 직전 2~3차례 오찬 간담회로 진행된다.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기자들이 대상이다.

장소는 사실상 '여의도 중국집 빅3'가 점유해왔다. 프레젠테이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한 방에 30~40명을 수용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빅3 가운데 한 곳이 경영난을 이유로 대형홀 영업을 접으면서 장소 섭외가 더 어려워졌단다. (IPO간담회는 늘었지만 기업들의 회식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더 컸다고 한다.)

최근 상장한 코스닥 기업 IR담당 임원은 "장소 섭외 때문에 간담회 날짜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63빌딩까지 갈 뻔했다"고 말했다. '63빌딩 간다'는 이야기는 여의도 증권가 중심을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시장 관심에서 멀어 질 수 있다는 중의적 표현이다.

■ "105개 최다 상장"...10~11월 전쟁

지난 13일 한국거래소는 올해 코스닥시장에 신규상장하는 기업이 105개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5년 122개사가 상장한 적 있지만 스펙을 제외하면 올해(85개사)가 당시(77개사)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들어 상장 절차를 완료한 곳은 27일 기준으로 49개사. 즉, 9개월 동안 상장한 것보다 더 많은 56개사를 남은 3개월 사이 상장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물리적으로 빠듯하다. 게다가 12월은 전통적으로 IPO 비수기다.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 절차가 상당수 10~11월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IPO의 성패가 '시장의 관심'에 달렸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한 펀드매니저는 "12월은 신규 투자를 하기 보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라며, "12월에 진행되는 IPO 몇 건 참여하지 않아도 큰 문제 없다는 생각들"이라고 전했다.

일정 때문에 12월에 상장했다가 후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한 코스닥 기업 임원은 "CEO가 해를 넘기지 말고 상장을 빨리 마무리하자고 해서 12월에 진행했는데, (수요예측 결과를 보니) 좀 미룰 걸 그랬다"고 말했다.

'겹치기 상장식'도 잦아질 전망이다. 50개 이상 기업이 3개월 내 상장한다면 경우에 따라 2개 이상 기업이 더블 상장식을 치러야 하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달 4일에도 푸드나무와 나우아이비캐피탈이 같은 날 상장식을 갖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상장사들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라며, "3곳이 겹치지는 않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분산되는 관심...IPO 흥행 실패로

'수요와 공급'이 중요한 것은 IPO에서도 마찬가지다. 공급이 많아질수록 수요는 분산되고, 공모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시장에서 외면 받는 종목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우아이비캐피탈은 공모가액(8,500원)이 희망밴드(9,500원~1만 1,000원) 하단에도 못 미쳤다. 크리스에프앤씨는 공모가(3만원)가 희망밴드(3만 4,000원~3만 8,200원) 하단에도 못미친 데다 청약 미달까지 발생했다.

증시 전반적으로 최근 IPO 시장은 '열기'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다.

지난달 코스닥 상장예심을 철회한 기업만 4곳(그린페이퍼, 진셀팜, 트윔, 비에이엔터)에 달한다. 최근 카카오게임즈는 회계감리 영향으로 코스닥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앞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던 HDC아이서비스와 SK루브리컨츠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

■ "100개는 현실 아닌 목표"..."기록 욕심 버려야"

올해 코스닥 100개 이상 상장은 시장 상황이 아닌 '정책 목표' 아니냐는 시선이 짙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단기 성적표'가 될 것이라는 의식에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를 쪼고, 거래소는 IB들을 쫀다"는 말도 나온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8월 20일)은 한국거래소가 보도자료(9월 13일)를 내기 한달 전에 이미 "올해 코스닥 신규 IPO 기업이 100개가 넘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스닥 활성화가 최우선"이라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첫 업무보고도 코스닥시장본부에게 받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지원 이사장이 임기 첫해에 코스닥 신규상장 100개를 돌파했다는 업적을 남기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기록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록 달성에만 매몰되지 말고, 속도전의 부작용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상장하는 기업들이 향후 실적을 내지 못하고, 지금 엄청나게 찍어대는 CB·BW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3년 뒤에는 코스닥이 진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때 가서 그많은 기관 물량을 누가 받아줄 것이냐"는 지적이다.

올해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이 100개를 넘지 못한다고 해도 정책 실패가 아니다. 어차피 기업공개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것 아닌가.

그보다는 지금 활짝 열린 대문, 낮은 문턱으로 들어오는 기업들이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 정책효과로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는 코스닥 기업들의 CB·BW가 향후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중국집 예약 경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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