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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초입에서 좌절…기업공개 '발목' 잡는 지정감사인

허윤영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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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올해 초 금융당국이 내건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수 목표는 105곳이었습니다. 그런데 10월까지 새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54곳에 불과한 상황이죠. 지난해 전체 신규상장 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숫자입니다. 올해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라는 든든한 우군도 있었는데도 왜 이렇게 상장하는 기업 수가 늘지 않았을까요. 오늘은 그 이유 중 하나인 지정감사인과 관련된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외부감사인 지정제도를 먼저 간략하게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기자> 외부감사인 지정제도는 보다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기업의 감사인을 금융위원회가 지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게 되면, 기업이 자기 입 맛에 맞는 감사인을 선임하는 폐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막고자 도입된 제도인데요.

모든 기업이 지정감사를 하는 건 아니고, 회계기준을 위반한 기업,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법인 그리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 등 그 대상이 정해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공정한 감사를 위해 특정 상황에 있는 법인의 감사인을 정부가 직접 지정해주는 제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 지정감사 제도가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의 상장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요?

기자> 올해 증권가에서 가장 큰 이슈를 하나 꼽자면 바이오 기업의 회계 논란 이슈였죠.

그러면서 상장을 앞둔 법인들에 대한 감리가 상당히 깐깐하게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물론 이는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존 감사인이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걸 지정 감사인이 ‘문제가 있다’라고 판단해버리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 난감해 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 부산에 있는 한 기업은 9월 중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려고 했는데, 기존 감사인이 ‘적정’ 의견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지정감사인이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년 상반기로 상장 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례도 있습니다.

또 아시다시피 올해 기업공개(IPO) 초대어로 꼽힌 현대오일뱅크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건 지난 7월입니다.

우량기업인만큼 상장심사 간소화제도(패스트트랙)을 이용해 상장을 신청했는데, 아직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장 전 회계감리가 길어지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연내 상장은 ‘물 건너 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장기간의 회계 감리 끝에 결국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말씀 드렸듯이 올해 회계 문제가 잇달아 이슈가 되자 지정감사인의 ‘위험 회피’ 기조가 뚜렷해진 게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렇게 상장 전 단계인 지정감사인 감리 통과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면서 금융당국이 목표한 코스닥 신규상장 목표치 달성도 불가능해 졌습니다.

1월부터 10월까지 상장한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수는 54곳인데, 지난해 전체 신규상장수 82곳과 비교해 한참 모자란 숫자입니다.

앞에서는 ‘코스닥 활성화’를 내세우는 데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지정감사 단계부터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정부 부처간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감사비용이 대폭 오르는 부작용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감사비용 문제는 지속되는 이슈이긴 한데요.

올해는 특히 회계 관련 이슈 때문에 지정감사인들의 위험 회피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점입니다.

리스크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이를 비용으로 전가시키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유독 많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또 지정감사인은 규정상 이듬해 해당 기업의 감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상장 후 감사계약을 조건으로 걸고, 상장 전 감리를 다소 느슨하게 해주는 폐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규정인데요.

감사인 입장에서는 일회성 감사인 셈인데,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기업이기 때문에 비용을 최대한 청구하는 시장이 형성된 겁니다.

그리고 올해 회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강화된 거죠.

최근에 상장을 마친 한 기업 관계자는 “지정감사인 입장에서는 소위 말하는 ‘영업’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게 관례로 굳어진 듯하다”며 “상장을 준비하며 지정감사 비용을 예상보다 2배 가량은 더 쓴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감사비용이 또 높아질 수 있는 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고요?

기자> 새로운 외부감사법, 어제(1일)부터 시행된 신외감법이 감사비용 증가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정되는 내용 중 핵심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인데요.

지금까지는 말씀 드렸던 것처럼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거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등 특정 상황에 있는 기업들만 지정감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제 일반기업에 까지 지정감사를 적용하도록 한 게 골자입니다.

매년 하는 건 아니고, 6년 동안 감사인을 자유 선임하고 이후 3년 동안은 금융위원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겁니다. 6+3제도라고 하죠.

감사인이 한정된 상황에서 지정감사를 받는 기업이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 된다는 건데요.

감사인 입장에서는 감리를 해야 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만큼 인력과 시간을 많이 투입해야 할 테고, 이는 비용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업에 일정한 감사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인 표준감사제 도입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감사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비용도 증가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죠.

회계 투명성을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감사비 자체가 부담스러운 중소기업 같은 경우 부담이 더욱 클 수 있습니다.

앵커> 감사비용은 매번 제기되는 이슈인데, 감사비용과 관련된 금융당국의 정책은 효과가 있나요?

기자>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었다가 현재는 '약발'이 떨어진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정감사인이 이듬해 같은 법인의 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게 2014년 인데요.

상장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때부터 ‘감사인 우위 시장’이 가속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을 예로 들면 일반감사가 약 2,000~3,000만원 선이었다면, 지정감사비는 3배 가량인 6,000만원 선까지 올랐다고 하는데요.

금융당국 역시 이를 인지하고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곳의 회계법인 중 한 곳을 선택해 감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규정을 2016년에 도입했습니다.

입찰방식을 도입해 비용을 낮춰보겠다는 취지였죠. 실제 이 제도는 감사비용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올해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문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감사비용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거죠?

기자> 문제의 핵심은 '감사비용이 다시 오르고 있는데다, 감리 강화로 상장 일정마저 지연되고 있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감사비용의 경우 매번 나오는 이야기이고, 올해는 감리 때문에 기업공개(IPO)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기업들의 요구에 ‘상장 전 감리 대상 기업 비율을 줄이고, 사후 책임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상장예정법인의 절반(50%)을 감리 대상 법인으로 진행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이 비율을 줄이고 사후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당 감사인에 책임을 더 지우는 방식이죠.

증권가에서는 감리가 반드시 필요한 바이오기업들 위주로 감리 절차를 강화하고, 그외 기업들은 조금 느슨하게 해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허윤영 기자 (hyy@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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