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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IB 외치던 키움증권, 갑자기 마케팅 ‘큰 손’으로?

허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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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년 KBO리그 최초로 증권사명을 단 야구팀이 생깁니다. 키움증권과 히어로즈 야구단이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했는데요. 이번 계약이 추진된 배경, 그리고 과연 얼마 만큼의 효과가 있을 지 허윤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제(6일) 스폰서 계약 공식 발표가 있었죠?


기자> 스폰서 계약기간은 총 5년 이고요, 2023년까지 키움증권은 히어로즈 야구단의 ‘명명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계약금은 연간 100억원으로 당초 알려진 70~80억원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넥센의 메인스폰서 계약금도 약 100억원이었는데, 키움증권은 ‘인센티브’ 조항도 포함해 지출 금액은 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증권사의 이름을 단 팀이 생기게 됐습니다.

앵커> 그럼 키움증권은 어떤 효과를 누리고 이번 계약을 체결하게 된 건가요?

기자> 키움증권과 히어로즈 야구단은 ‘영웅’이라는 키워드로 묶일 수 있습니다.

키움증권의 HTS 이름도 ‘영웅문’이고, 고객게시판에서 활동하는 게시판 지기의 이름도 ‘키움히어로즈’ 입니다.

팀 이름과 정체성 등을 감안해보니, 히어로즈 구단과 시너지를 크게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거죠.

그리고 키움증권이 현재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는 사업을 꼽자면 ‘인터넷은행’ 추진입니다.

이에 맞춰 좀 더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하겠다는 전략 역시 이번 메인 스폰서 계약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힙니다.

앵커> 야구단의 이름을 회사 명으로 하게 된 증권사는 키움증권이 처음이죠?

기자> 금융투자법상 금융사는 프로스포츠 구단을 인수해 운영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은산분리’ 원칙이죠.

고객들의 자산을 토대로 한 금융업의 특성 때문에 이런 제약을 두고 있는데요. 실제 지난 2007년 대형 금융사 도약을 목표로 하던 농협이 (구)현대유니콘스 인수를 추진하다가 불발된 적이 있습니다.

키움증권의 메인스폰서 소식이 발표된 뒤에도 ‘금융사는 스포츠단을 인수할 수 없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번 키움증권의 계약은 야구단을 인수하는 것이 아닌, 네이밍 스폰서 계약(명명권)이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히어로즈 야구단의 독특한 운영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계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다만 계약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면서요?

기자> 먼저 스폰서 체결 시점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위기에 몰린 구단을 구해주는 카드, 키움증권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계약이라는 것 자체는 좋은데, 발표 시점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분위기입니다.

히어로즈 구단은 현재 전 구단주이자 최대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가 법정구속까지 된 상황인데요. 이에 KBO는 지난달 이 전 대표 '영구실격’을 결의했습니다.

다만 야구의 축제인 포스트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영구실격’ 승인을 시즌 종료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키움증권과 히어로즈 야구단이 기습적으로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발표해버린 겁니다.

KBO 측도 “예의가 아니다” “구단명이 바뀌는 건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사안인데 성급했다” 등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키움증권 내부에서도 “12월 중에야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이르게 발표했다”는 분위기 였다고 합니다.

앵커> 키움증권은 상장사죠. 재무적 측면에서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은데, 증권가의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키움증권은 연간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가는 증권사입니다.

ROE 역시 증권업계 최상위권인 만큼 재무적 측면에서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게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고요.

다만, 증시 전망이 어두워져 가는 시점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의외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실적 변동폭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500억원에 달하는 스폰서비 지출을 결정했다는 점에서죠.

최근 IB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키움증권은 여전히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이 높은(60%) 회사이기 때문인데요.

리테일에 비해 IB부문은 아직 초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반기 IB사업부 영업이익(212억원)은 전체 수익의 10%정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IB사업은 자본을 투자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입니다. 투자은행(IB) 업무의 본질이죠. ‘자기자본 확충’이 증권가의 화두가 된 이유인데요.

키움증권이 현재 IB 강화에 강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500억원의 스폰서 비용을 쐈다는 점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물론 키움증권은 500억원이라는 비용보다 스폰서 효과가 가져오는 수익이 이보다 클 것이라고 판단했을 건데요. 마케팅 효과는 어떨까요?

기자> 넥센은 히어로즈 메인 스폰서를 맡으면서 확실한 홍보효과를 누렸습니다. 2천억원이 안됐던 매출이 메인 스폰서를 맡은 뒤 꾸준히 성장해 3,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이죠.

물론 매출 증가를 ‘스폰서 효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당시 부족했던 인지도를 확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이는 사업활동에도 분명 도움이 됐을 겁니다.

반면 키움증권은 이미 개인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회사 중 하나입니다. 키움증권의 입지를 감안하면, 넥센보다 많은 스폰서비용으로 넥센만큼의 'B2C'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지 않느냐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해 키움증권 광고선전비용이 93억원인데, 연 100억원을 추가하면 약 200억원이 됩니다. 이는 자기자본 1위 회사인 한국투자증권(158억원)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그간 직원 급여 등 비용 지출에 소극적이었던 '짠돌이' 증권사가 단숨에 야구 마케팅 시장의 큰 손으로 급부상 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허윤영 기자 (hyy@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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