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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블랙리스트 필요한 증권범죄, 현실은?

이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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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증권부 이대호 기자입니다.

10여년 전부터 나온 기사 제목들입니다. 증권범죄 재범율을 낮추기 위해서 전력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인데요. 쉽게 말하면 '주가조작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는 거죠.

주가조작이 대부분 전과자들에게서 반복·확산되다 보니 블랙리스트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관계당국 안팎에서 주기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주가조작 전력자가 다시 시장에 검은 손을 뻗어도 투자자들은 물론, 관계당국도 깜깜이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 그 문제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앵커1) 주가조작으로 일컬어지는 증권관련 범죄가 상당 부분 '전력자'들에 이뤄지고 있다고요?


기자)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1~2017년) 적발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재범률은 16%(725명 중 116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3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28%(32명)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적발된 한 주가조작 일당(14명)의 케이스를 보면요.

이 사건의 주범 A씨는 과거 유사한 사건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전력자였고, 당시 공범들은 A씨 '출소일'에 맞춰 범행을 체계적 조직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증권범죄가 '전력자에 의해 반복·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입니다. 16%라는 재범률 자체가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새로운 주가조작꾼들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앵커2) 재범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요?

기자) 처벌 수위보다 주가조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주가조작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교도소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인식인거죠.

지난 2012년 7월 시행된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시세조종 등으로 얻은 이익이 1억원 미만일 때는 최대 징역 1년 6개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최대 6년형 ▲30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1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요.

이는 '최고형' 기준이고, 실제로는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입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1~2014년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이 적용된 사건 191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34%(65건)에 그쳤고 집행유예가 65.9%(126건)에 달했습니다.


앵커3) 재범률이 높고, 처벌은 약하다... 증권범죄를 예방하고, 더 빠르게 적발하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은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요?

기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 어디 할 것 없이 '전력자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10여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발표해 온 대책 중 하나인데요.

문제는 관계기관마다 전력자 관리를 제각각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조사단 차원에서 증권범죄 전력자 관련 정보를 검찰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원 협조를 받아 사법처리 결과까지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같은 블랙리스트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이죠. 정부가 정보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주지도 않고요.

때문에 민간기관인 금감원과 거래소는 각각 자신들이 조사한 범위 내에서만 전력자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자신들이 적발한 혐의자들이 실제 법적 처벌을 받았는지 조차 알기 힘들다고 합니다. 사건번호조차 공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간기관인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검찰 기소, 법원 판결 내용을 '물어 물어서', '건너 건너서' 알아내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는 최일선 현장인데요. 가장 중요한 현장에 가장 중요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거죠.

주가조작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자들이 자본시장에 다시 검은 손을 뻗는다고 해도 지금의 구조로는 빠른 적발이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앵커4) 대안은 없습니까? 아예 주가조작 전과자들 명단을 공표해버리면 어떨까요?

기자) 그렇게 된다면 시장 건전성,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죠. 또한 관계기관 사이 정보공유가 안 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있을 테고요.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명예훼손 문제가 걸려 사실상 공표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게 법학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성범죄자의 경우 주소지까지 그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도 하는데요. 재범 가능성과 그 피해 예방 측면에서 자본시장 범죄를 성범죄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 법학 전문가는 "투자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 가운데 어떤 법익이 더 중요한가 따져봐야 한다"며, "성범죄자 정보처럼 공개되도록 하려면 생명안전재산 등에 대한 보호 필요성과 밀접성이 더 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5) 그럼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거론되나요?


기자) 우선 '경영진을 통한 불공정거래 행위'부터 예방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주가조작은 대부분 기획형 복합형으로 이뤄지고 있고, 대부분 M&A로 경영권을 장악한 뒤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결정하고 호재성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띄우는 방식이죠. 그 사이 회사 자금으로 외부 투자를 벌여 돈을 빼나가는 행위도 겸해지고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현행법 및 경제·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하거나 형법상 사기·횡령·배임 등의 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사람이 임원으로 선임될 경우 증권신고서 및 사업보고서에 관련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학영 의원의 설명 들어보시죠.

[ 이학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최근 5년동안 (상장사 임직원) 횡령·배임이 111건, 금액으로는 3조원을 넘는데 이 정도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큰 타격을 주는 거죠. 일반인도 그래서는 안되는데 임원의 경우 철저하게 공시를 하도록 해서 그 회사의 신뢰도에 믿음을 주도록 하자는 개정안 취지입니다. ]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2년 '증권시장 운영 및 감독실태 감사'를 통해 한국거래소로 하여금 "상장회사 임원의 횡령·배임 등 전과를 공시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횡령·배임 등 금융·경제 관련 범죄경력이 있는 자가 다른 상장법인의 임원으로 선임되더라도 일반 투자자는 이를 알기 어려운 실정이고, 범죄경력을 지닌 임원이 다른 상장회사에서 다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앵커6) 그런데, 이렇게 경영진 전과를 공시하도록 하려면, 관계기관 사이 정보공유가 필요 아닐까요? 금감원, 거래소에 관련 정보가 없으면 전력자들이 공시를 숨겨도 알아챌 수가 없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기업공시를 담당하는 기관이 오히려 까막눈이 될 수 있죠. 따라서 전력자 공시가 의무화 된다면, 공시 누락을 적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과자라 하더라도 범죄경력 조회는 매우 엄격히 제한됩니다. 이중처벌, 인권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수사, 재판, 형집행,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등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범죄 정보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관계기관 정보공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그 방법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시죠.

[ 김대근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범죄경력이나 수사 경력 등을 조회하는 것은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 6조에서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요. 다만 자본시장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자체에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참고로 출입국관리법에서는 범죄를 저지르고 조치가 취해질 외국인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출입국사무소장 등에게 통보할 수 있게 돼 있어요. 마찬가지로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도 범죄나 수사 경력 조회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특히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과 체계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정보공유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습적인 금융범죄를 예방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

한편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전력자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증권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전력자들이 일정기간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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