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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네 죄를 네가 알렸다!”…뭔지는 몰라도 일단 자동차 리콜하라고?

권순우 기자



입법 논의가 진행중인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두고 원님재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원님재판은 범죄의 증거 확보가 쉽지 않던 과거에 죄인에게 죄를 물어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하는 후진적인 재판 방식입니다.

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순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 결함이 의심되면 자동차 성능시험대행자는 자동차 제작사에 결함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료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작사가 차량 결함이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또 최대 5배 범위에서 손해배생 책임도 져야 합니다.

유무죄를 따지는 것으로 비유를 하자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가 되고, 검사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하지 않으면 유죄가 되는 셈입니다.

이같은 발상은 자동차 회사가 결함의 원인을 알고 숨기려고 한다는 전제에서 나옵니다.

자동차의 결함을 좋아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결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자동차를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함은 어디에선가 발생하고, 약 3만여개에 달하는 기계, 전자 부품 중에 어디서 결함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이법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제조사는 어디서, 왜 결함이 생겼는지도 모른채 리콜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어떤 부품이 어떻게 결함이 있는지를 모르는데 어디를 어떻게 수리, 교환을 해야 할까요?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됩니다.

이런 법안이 발의된 원인은 결함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겪어야 할 답답함 때문일 겁니다. 분명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는데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인 제조사도 명확히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운전자의 잘못으로 결함이 발생했거나 카센터 등의 정비결함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면, 수사권이 없는 민간 기업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차량 결함은 제조사는 물론 국토교통부, 국립과학수사원, 경찰, 전문가 집단 등 민관이 함께 밝혀야 하는 공적인 문제입니다.

자동차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전적으로 지는 입법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만약 이같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전 세계를 상대로 자동차를 판매하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통상 분쟁을 제기해올 수도 있습니다.

제작결함을 밝히고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공적인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매우 필요한 과정입니다.

또 제작 결함을 밝힐 때 제조사들이 결함 사실을 은폐하거나 조작을 한다면 매우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를 확대해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로 전면 개편해 내년초부터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기존 제작결함 심의 등의 업무에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업무가 추가되고 규모도 현행 25명에서 30명 수준으로 확대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이 조직의 기능 및 자원을 더할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를 소위 ‘적폐’로 규정하고 원님재판식으로 책임을 물리겠다는 과격한 법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실현가능한 수단을 먼저 강화하고 적용해보는 게 우선일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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