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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경남제약 M&A 1년의 기록

이대호 기자

뉴스의 이면에 숨어있는 뒷얘기를 취재기자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뉴스 애프터서비스, 뉴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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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심의를 받은 경남제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사실 경남제약 관련 이슈는 올해 초부터 MTN이 각종 단독보도를 비롯해 꾸준히 추적 보도하던 내용입니다. 이 사안을 취재해온 기자와 함께 경남제약을 둘러싼 1년간의 이슈를 총정리 해보겠습니다. 이대호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이슈가 화제인데요. 사실 상폐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1년간 경남제약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요?

기자> 지금 시장에서는 경남제약 상장폐지 이슈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형평성 문제로 흐르고 있는데요. 분식회계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거죠.

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릅니다. 경남제약의 거래정지는 과거 분식회계로 시작됐지만, 상장폐지 잠정 결정까지 이른 것은 최대주주·경영진 변동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MTN은 올해 초부터 경남제약을 둘러싼 M&A를 추적 보도해왔는데요. 내용이 매우 복잡하긴 한데, 이해하기 쉽도록 10분 정도 분량으로 정리해봤습니다.


경상남도 의령군에 위치한 경남제약 본사. 대부분 생산은 충남 아산공장으로, 업무는 서울 사무실로 넘어갔지만 이곳은 지난 1957년 설립된 경남제약의 61년 뿌리와도 같은 곳입니다.

지난 11월 9일 이곳에서 진행된 임시주주총회. 아주 오랜만에 평화로운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습니다.

[ 김태현 / 경남제약 의장 (지난 11월) : 경남제약 주식회사 제21기 임시주주총회를 폐회하겠습니다.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습니다. ]

지난 3월 3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 경남제약 정기주주총회 (지난 3월 30일) : 비켜달라고요! 놔 놔!XXX야! ]

정기주총 당시,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버린 소액주주들까지 한 자리에서 충돌했습니다.

그동안 경남제약에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경남제약 경영권을 둘러싼 M&A는 올해 들어서만 4차례(이지앤홀딩스, 에버솔루션·텔로미어, KMH아경그룹, 마일스톤KN펀드) 시도됐습니다. 그리고 하나하나가 매우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지난 1월, 이희철 전 회장이 이지앤홀딩스와 맺은 첫 번째 M&A 계약.

이는 이 전 회장 측이 불법적인 요소를 관철하려다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전 회장은 과거 횡령·배임과 관련해 회사로부터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자, 자신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주식 가압류도 풀어줄 인수자를 찾은 것.

회사에 손실을 미칠 수 있는 M&A를 이 회사 사외이사가 주도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재훈 당시 사외이사가 이같은 계약서를 작성했으며, 계약금도 본인이 운영 중인 법무법인 계좌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배임 행위를 우려한 이지앤홀딩스는 계약 파기로 돌아섰습니다.

이 계약을 이어 받은 것(1월 30일)은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 그러나 이들 역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일정한 사업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경남제약 인수자금을 차입이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하기로 한 것부터 '무자본 M&A' 아니냐는 의혹을 샀습니다.

특히 이들이 내세운 이사 후보들이 과거 횡령·배임, 상장폐지 전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 수준이던 기업사냥꾼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경남제약은 지난 3월 2일 주식거래 정지를 당합니다.

지난 2월 28일 증권선물위원회가 과거 이희철 전 회장의 회계부정으로 인한 제재(과징금 4,000만원, 감사인 지정 3년, 이희철 검찰 고발 등)를 결정했기 때문.

더욱이 지난 3월 20일 세금 체납을 이유로 국세청에서 이 전 회장 주식을 압류하면서 M&A는 올스톱 됐습니다.

그 사이 한국거래소는 경남제약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리고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거래소 관계자 (지난 3월) :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회사는 고민이 많아요. 매수 쪽 실체가 없이 뒤쪽에 이렇게 달고 들어오는 곳들은... 새로 들어오는 임원하고 최대주주 들어오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에... ]

경남제약 직원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최대주주가 변경될 때마다 직장폐쇄와 같은 큰 풍파를 겪었기에 이번에도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 남은주 / 경남제약 노조위원장 (지난 3월) : 혹시라도 주가부양 목적으로 들어와서 회사를 더 부실하게 만들고 또 다시 고용불안을 느끼게 될까봐 굉장히 우려를 하고... 전체를 대표해서 저희가 피케팅을 하면서 최대주주가 투기자본이 아닌 투명경영을 할 수 있는 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요구하고... ]

당시 경남제약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돼 있었다는 점은 불행과 다행을 가로질렀습니다. 의심스러운 M&A가 중단되는 계기가 됐지만, 소액주주들에게는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증시에서 제약·바이오주 열풍과 함께 경남제약 주식을 샀던 소액주주들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거래정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쳐갔습니다. 분노도 높아졌습니다. 한국거래소로, 회사로 뛰어다니며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 소액주주들 (지난 5월) : 말씀을 하러 왔잖아요! 대표이사님! 진짜 너무하시네. 말을 안 들어주니까 왔잖아요. ]

이후 경남제약 경영진은 직접 새 최대주주 유치에 나섰습니다. 주식거래 재개를 위한 핵심이 지배구조를 비롯한 경영개선이기 때문입니다.

[ 류충효 / 경남제약 당시 대표이사 (지난 6월) : 거래재개가 빨리 될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일정부분 공개를 못하는 부분 양해바라고요. ]

그러나 공개 M&A마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KMH아경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유상증자 규모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금액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결국 공개 M&A는 없던 일이 돼버렸습니다.

이희철 전 회장과 에버솔루션, 소액주주모임연대 등의 3중 반발 앞에서 당시 경영진은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후 주도권은 소액주주들이 쥐게 됐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

전 최대주주는 횡령·배임으로 구속돼 있고, 새로운 최대주주 희망자는 부적격자로 낙인 찍혔고, 경영진은 공개 M&A에 실패하며 동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부터 소액주주들이 백방으로 경남제약 인수자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제약사부터 주변의 성공한 기업인, 자본가 등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1일에는 임시주총을 열어 기존 경영진을 해임시키고 소액주주를 대리할 경영진을 선임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을 통해 인수희망자를 구체화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경남제약 인수에 적극 나서는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소송전으로 얽혀 있는 상황이 걸림돌이었습니다. 더욱이 거래정지 전 주가(1만 7,200원)는 모두가 부담스러워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최후의 방법을 택했습니다.

기존 에버솔루션은 장외매각 등으로 떠나도록 하고, 증권사(하나금융투자, 코리아에셋투자증권)가 주도하는 사모펀드를 통해 신규자금을 투자 받기로 한 것. 유상증자 가액은 거래정지 전 주가의 약 58% 수준(10,018원)으로 눈높이를 크게 낮추기도 했습니다.

다시 지난 11월 9일 경남 의령.

어렵게 들어온 새 최대주주(마일스톤KN펀드) 측은 경남제약 신규 경영진을 정식으로 선임할 수 있었습니다.

[ 김태현 / 경남제약 의장(지난 11월) : 원안대로 승인되었음을 선포합니다. ]

소액주주들은 하루 빨리 회사가 정상화되기를 희망하며 신규 인수자 측에 지지선언을 보냈습니다.

[ 경남제약 소액주주모임연대 : 이번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경남제약 지배구조 변동은 기존의 혼란들을 잠재우며 회사의 연속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됨으로 저희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마일스톤KN펀드의 경남제약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적극적으로 지지를 선언합니다. ]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투명한 자금이라는 점을 소명해야 했던 것.

과거 무자본 M&A 의혹을 받은 세력들이 이번 사모펀드(마일스톤KN펀드)에 포함돼 있지는 않은지 한국거래소는 강하게 의심해왔습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결국 두 달이 지나서야 하나금융투자 등 제도권 금융사가 나서 사모펀드 투자자들 동의 하에 관련 정보를 거래소에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4일.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가 싶던 날.

[ 경남제약 소액주주연대 : "소액주주 다 죽는다! 경남제약 거래재개!" ]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돌연 경남제약 '상장폐지'를 결정했습니다.

경영 투명성이 여전히 못 미덥기 때문. 최대주주가 변경됐음에도 새로운 경영진에게 경영권이 온전히 이양되지 않았고, 경남제약이 약속한 감사실 설치도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규 경영진 가운데 일부 부적격자가 포함돼 있다는 내용의 투서가 한국거래소에 다수 접수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여부는 오는 1월 8일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앵커> 경남제약 M&A를 둘러싸고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 아닙니까? 정말 상장폐지가 확정될까요?

기자)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지금 이대로라면 상장폐지를 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해석하자면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상 한국거래소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경남제약의 '준법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신임 대표이사에게 최종 결재권이 주어지지 않은 점, 감사실 설치와 같은 경영 투명성 제고 방안을 이행하지 못한 점 등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과거 M&A에 참여한 사람들이 지금도 경남제약에 관여하고 있다는 투서가 한국거래소에 많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재차 최대주주 변경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더 이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고, 투명경영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하고 우량한' 최대주주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일단 경남제약은 현 최대주주 마일스톤KN펀드의 출자자 정보까지 제출하면서 최대주주 투명성을 소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마일스톤KN펀드는 보호예수 2년을 확약하기도 했습니다. 경남제약을 영원히 소유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호예수 기간을 규정의 두 배로 걸어서 장기간에 걸쳐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입니다.

앵커> 결국 신규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확신시켜야 한다는 말이군요?

경남제약은 더욱 강력한 투명경영 방안을 마련해 한국거래소를 설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신규 경영진의 독립경영 보장, 경영진 견제감시를 위한 내부통제 장치 마련, 과거 M&A 세력과의 100% 단절 등을 확신시켜야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래야만 개선기간을 부여 받고 당장의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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