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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공시가격 상승 = 세금 폭탄' 공식이 성립할까?

정부, 고가 단독주택·토지 시세반영률 높여 현실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수치 비공개
시민단체, "5대 재벌 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39% 불과"
최보윤 기자



정부가 단독주택에 이어 토지까지 공시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며 논란이 들끓고 있다. 시세와 공시가격 간 격차를 좁혀 '현실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취지이지만 '세금 폭탄'이라는 의견과 '엉터리 공시'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공시지가 1년 만에 9% 올려…'세금 폭탄'일까?
그동안 고가 단독주택이나 토지의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아 '부자 특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공시가격이 부동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부자'들이 낮은 공시가격으로 세제 혜택을 봤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공시지가 상승률을 보면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의지를 어느정도 엿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13일 50만 필지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공시했는데 지난해보다 평균 9.42% 상승했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2008년 이후 11년만에 최대폭이다.

특히 ㎡당 2,000만원이 넘는 고가 토지의 가격을 평균 20.05%올리는 '핀셋' 인상을 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해 62.6%였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이 64.8%로 2.2%p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명동과 강남 등 서울 금싸라기 땅들의 올해 공시 가격이 20~30% 이상 올랐다.

16년째 전국 땅값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명동의 '네이처리퍼블릭' 건물 땅값은 지난해 ㎡당 지난해 9,130만원에서 올해 1억8,300만원으로 두 배 뛰었고, 현대차그룹이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는 삼성동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자리는 ㎡당 4000만원에서 5670만원으로 42% 상승했다.

통상 한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상승률이 무려 100%를 넘게 됐고, GBC 역시 18~19% 선이던 상승률이 갑자기 배로 뛴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가 공시지가 상승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곳 모두 올해 보유세는 전년보다 50% 많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유세는 땅값이 아무리 뛰어도 전년대비 최대 50%까지만 올릴 수 있다.)

단순 계산해보면 올해 네이처리퍼블릭 건물주는 3000만원 이상, 현대차는 100억원 이상의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금 폭탄'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그동안 '폭탄'급의 세제 혜택을 누려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단적으로 네이처리퍼블릭이나 GBC는 1년 만에 땅값이 각각 100%, 42%나 뛸 이유가 없다. 네이처리퍼블릭 자리는 16년째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고, GBC는 아직 삽도 뜨지 않은 맨땅일 뿐이다.

땅값이 갑자기 급등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그만큼 저평가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세 대비 과도한 인상이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네이처리퍼블릭 자리는 지난 1999년 주모씨가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뒤 20년간 땅주인이 바뀐적이 없다. 당연히 '시세'가 없는데 인근 시세를 고려해 추정해보면 아직도 공시지가가 시세의 60%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GBC 부지는 현대차가 2014년 10조5500억원을 들여 사들인 땅이다. 1㎡당 1억3000만원에 샀다는 뜻이다. GBC 부지의 올해 공시가는 5590만원으로 전년보다 42% 올랐지만 아직도 2014년 시세의 44%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 고가 토지 공시가격 현실화, 갈 길 '구만리'
이런 이유에서 이번 공시지가 발표를 두고 '찔금 인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의 공평과세, 시세반영률 현실화 의지가 무색할 만큼 또다시 엉터리 가격이 고시됐다"며 "현실화율이 64.8%라는 정부 주장 역시 믿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경실련은 자체 조사를 통해 정부의 '현실화율'에도 구체적으로 딴지를 걸었다.

조사 결과 5대 재벌이 보유한 35개 빌딩의 공시지가는 39%에 불과했고, 지난해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은 고작 27%에 그쳤다는 근거에서다.

실제 지난해 7500억원에 매각된 서초 삼성물산 사옥은 땅값만 따져봤을 때 ㎡ 당 1억2000만원 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시 공시지가는 3600만원 선. 공시지가가 시세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던 것이다.

경실련 측은 "낮은 공시지가로 인해 기업들은 막대한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조세 불평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부자와 재벌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막대한 세금특혜를 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70% 안팎에서 정해지고 있다. 때문에 고가 토지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 즉 현실화율도 이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조세형평 차원에서 합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올해 고가 토지의 현실화율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정부는 고가 토지의 공시가격을 20% 올렸다고 밝히면서도 현실화율은 공개를 꺼려한다. 단독주택도 마찬가지였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공시지가는 고가 토지의 가격을 높여 현실화율을 적극 개선한 것이 핵심"이라면서도 "고가 토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통계 안정화 차원에서 따로 정리 해보지 않았으며 단독주택 때도 전체 평균만 발표했다"고 말했다.

고가 토지의 기준을 ㎡당 2,000만원 이상으로 특정해 둔 상황에서 통계 안정화 작업 탓에 현실화율 집계가 불가하다는 설명은 궁색하기 짝이없다. "아직 턱 없이 낮아 공개할 때가 아니"라거나 "아직 전체 평균 이하이지만 아파트 공시지가 현실화율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목표"라고 답하는 것은 어땠을까?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 의지를 내보였다는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할 일이다. 다만 이 같은 의지가 얼마나 강력하고 흔들림없이 이행될지, 국민적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가 단독주택·토지의 현실화율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갈 길을 가야 할 것이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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