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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10년, 성과와 숙제]④신사업 발목 잡는 '인가 장벽'

M&A 본계약 체결 후 대주주적격 심사 대기만 1년째
차이니즈월 경직된 해석에 칸막이 늘어 자율성 후퇴
전병윤 차장

몸집을 키운 증권업계가 자본력을 앞세워 동남아는 물론 미국·유럽 등 선진 자본시장 안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조 5,000억원을 웃도는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빌딩 '20 타임스 스퀘어' 투자는 국내 증권사가 싹슬이 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IB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겠다는 자본시장법이 밑거름으로 작용한 결과다.


◇해외선 체급 올리며 도전…국내선 대기표만 1년= 해외 투자시장에서 체급을 올리며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금융당국의 '인가 장벽'에 막혀 신사업 진출이 좌절되거나 대형화를 시도하려는 M&A(인수·합병)가 발목을 잡히는 일이 적지 않다.

경영권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도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1년 넘게 '방치'되는가 하면 심사 중단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대기표만 뽑은채 하염없이 호출만 목을 빼기도 한다.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 인가가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초대형 IB로 지정한 뒤 발행어음 신규 업무 인가를 내주고 있다. 당초 발행어음은 정부의 대형화 유도 정책 취지에 따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맞추면 허용해주는 부수적 업무로 다뤄졌다.

그런데 은행권의 견제 등이 작용하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하는 인가 사항으로 바뀌었다는 게 증권업계의 불만이다. 발행어음 업무 시행을 위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늘린 증권사들이 예상치 못한 인가 장벽에 부딪힌 것이다.

실제 2017년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빅5' 증권사 중 발행어음 업무를 신청한 곳 중 인가를 받은 곳은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2곳 뿐이다.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체 신용을 토대로 어음을 발행(발행어음)하려면 금융사로서 건전성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위법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기관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거나 대주주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나머지 증권사는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최근 KB증권이 재신청에 나서며 '재수'에 도전 중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언제 가능할지도 모를 발행어음 사업을 위해 그동안 자본을 확충하고 조직을 구성한한 탓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M&A 장기표류·차이니즈월 경직된 해석=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하나금융투자도 답답한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17년 9월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 AG가 보유한 하나UBS운용 지분 51% 전량을 인수키로 했는데 이후 금융당국의 심사 중단 조치로 지금까지 대기 중이다. 심사 중단의 사유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검찰조사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검찰조사의 향후 일정을 예단하기조차 힘들어 하나금융투자의 입지가 궁색해지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대주주 변경이 장기 표류하면서 경영에 타격을 받고 있으며 하나금융투자의 당초 사업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DGB금융지주도 M&A 과정에서 인가 문턱을 넘느라 진땀을 뺐다. 원래 지주회사에 대해선 자산 1000억원 이상 금융회사 인수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외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당시 지주 회장의 채용비리·비자금 조성 혐의를 문제 삼아 사실상 적격성 심사를 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의 사퇴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지자 심사 재개가 이뤄져 M&A가 마무리된 바 있다.

여기에 이해상충이 있는 부서 간 정보 교류 제한 장치를 둬야 하는 '차이니즈 월'이 규제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의 자율성과 활성화를 옥죈다.

차이니즈 월이 당초 자본시장법에 경직된 해석을 토대로 반영된 탓에 통합과 융합을 유도하려는 법 취지와 달리 사실상 부서간 협업을 막고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은 "최근 금융위가 차이니즈 월 제도의 취지를 살리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원칙중심의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내부의 불필요한 칸막이가 걷히면 WM(자산관리)와 IB를 융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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