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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 넥슨 인수전 승자들은 전리품을 어떻게 나눠가질까②

김정주 회장 결단 여하 따라 일대 분기점 맞을 한국 게임산업

서정근 기자2019/02/26 16:50

([앞과뒤] 넥슨 인수전 승자들은 전리품을 어떻게 나눠가질까①에서 이어집니다.
http://news.mtn.co.kr/newscenter/news_viewer.mtn?gidx=2019022118395187647)

최근 넥슨이 진행한 예비입찰은 입찰자 정보를 외부에 공표하지 않는 '깜깜이'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일단 참여자들간의 컨소시엄을 통한 '담합'을 허용하지 않는 개별입찰 방식으로 이뤄졌고, 텐센트는 독자적으로 참여하진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인수전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한 넷마블, 완주 의지를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부각됩니다.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내수시장 1차 성장기에 독주하며 성장했고, 엔씨와 제휴하며 '모바일 RPG의 고도화'를 이뤄내 정점에 올랐습니다. M&A로 북미 시장에도 교두보를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황금기가 너무 빨리 왔고 정점에서 상장한 후 추가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밤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넷마블의 이익규모는 꽤나 단촐한 수준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블소 레볼루션'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고, 넷마블과 제휴하며 모바일게임에 눈을 뜬 엔씨가 더 이상 IP를 줄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카카오는 메시징 서비스에 게임을 접목해 고속성장한 후 생활 저변의 각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상적인 사업모델인데, '이익'이 남질 않아 고민입니다. 로엔엔터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카카오 그룹은 매 분기 손익분기를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로엔엔터 인수의 1등공신인 박성훈 전 대표에게 김범수 의장이 두둑한 인센티브를 책정해 지난해 상반기 연봉킹으로 등극시켰던 것은, 이 M&A가 카카오에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카풀 서비스 등 신사업은 '기존 질서'와 충돌하며 진통을 겪어 돌파구를 찾기 어렵습니다. '땡빚'을 내서라도 넥슨을 살 수 있다면 카카오도 근심을 단숨에 해소할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 처럼 넷마블이나 카카오, 글로벌 PEF 등 인수 희망자가 과감한 '메가 베팅'을 하기 위해선 텐센트의 '연대 보증'이 필요합니다. 중국 시장의 특수성, 컨소시엄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가 넥슨 지분을 추후 되팔수 있는 대상이 텐센트 외에 없기 때문입니다.

텐센트는 넥슨과의 기존 계약만으로도 '던전앤파이터' IP 효용 가치 대부분을 누리고 있고, 누가 넥슨을 사간다 한들 이 지위는 훼손되지 않습니다. 텐센트가 다른 구매 희망자 뿐 아니라 김정주 회장 앞에서도 느긋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가장 '깔끔한' 그림은 김 회장이 보유한 넥슨 재팬 지분과 기타 주주가 보유한 지분까지 모두 인수해 넥슨재팬을 상장폐지 시키고 네오플을 물적분할해 텐센트에 넘기는 방향입니다. 이 안이 아니고선 텐센트가 현재 누리고 있는 '던파' IP 관련 기득권보다 '플러스 알파'를 줄 수 없습니다.

이 안은 넥슨재팬 '기타주주' 들의 지분 인수까지 전제한다는 점에서 비용도 막대하고, 물적분할 후 텐센트에 양도하는 절차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텐센트가 지불해야 할 비용도 큽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도 간단치 않고, 갑(甲)의 지위에있는 텐센트를 엮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과연 방준혁 의장이 이같은 고차방정식을 풀어낸게 맞을까?"라고 의구심이 나왔던 이유입니다. 그러나 그간 비즈니스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이변을 거듭 만들어낸 방 의장의 이력을 감안하면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김정주 회장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SI(전략적 투자자)들을 배제하고 FI들간의 연대에 손을 들어주면 어떻게 될까요? 이번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MBK는 맥쿼리 등과 함께 클럽딜 방식으로 유선방송업체 딜라이브의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2조원을 조금 웃도는 투자였는데, 이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시중은행 21곳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했습니다.

MBK는 딜라이브 지분을 되팔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했고, 자금 상환을 독촉하는 채권단을 설득해 가까스로 상환을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7월에 또 만기가 돌아옵니다. 지금처럼 국회가 딜라이브 인수를 타진하는 KT 그룹의 발목을 잡아 새로운 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야말로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채권단 중 단 한 곳이라도 상환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MBK와 딜라이브는 돈을 갚을 여력이 없어, '흑자 디폴트'를 선언하게 됩니다. 이 경우 딜라이브는 채권단의 돈을 갚기 위해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회사 자체는 작으나마 흑자를 내는데도, 이 회사를 무리해서 산 주주들이 '뒷감당'을 못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FI들로만 이뤄진 빅딜이 잘못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나쁜 예' 중 하나입니다. 넷마블이나 카카오, 텐센트 등 SI들이 1차 서류전형에 참여한 FI들과 어떻게 조합해 인수 후 청사진을 그려가겠다고 어필하며 판돈을 키울지 눈길을 모으는 대목입니다.

넷마블은 "사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M&A가 가장 시너지가 높은 M&A"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텐센트가 보유한 카카오 지분율(6.7%)보다 넷마블 지분율(17.6%)이 높기도 합니다. 텐센트는 CJ ENM이 보유한 넷마블 지분을 인수할 경우 '넥슨을 품은 넷마블'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습니다.

'태극기 컨소시엄' 뒤에 '오성홍기'의 실루엣이 짙게 드리우는 경우인데, 이 케이스의 경우 강력한 결합 시너지를 갖는 것은 분명합니다.

카카오가 확장해온 사업 영역들은 그간 김정주 회장이 내심 자신도 해보고 싶었거나, 검토해봤던 사업영역들이기도 합니다. 넥슨과 카카오의 연대는 '확장형 시너지'가 나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넥슨 임직원들이 보다 더 선호할 법 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연대는 양사간, 오너간 지분 맞교환을 통해서나 이뤄질법 한 일이며, '엑시트'를 바라는 김정주 회장이 선택하기에는 때늦은 방안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결국 전적으로 김정주 회장의 의중에 달린 일입니다. 입찰가가 다소 낮더라도 자신의 DNA가 심긴 넥슨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그런게 어딨냐. 많이 적어 내는 놈이 장땡이지!"라는 현실적인 인식이 여전히 대세감을 이루기도 합니다.

김정주 회장의 생각을 들여다볼길이 없으나, 넥슨을 내놓은 본질적인 이유는 세계 주요 게임 시장의 성장세가 멈췄고, 넥슨도 이같은 대세에서 벗어나 추가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계산'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방준혁 의장이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도 이같은 절박함 때문일 것입니다. CJ그룹이 넷마블 지분 매각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 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해외로 눈을 넓혀도, EA는 '에이펙스 레전드'의 흥행이 없었으면 곤경에 처했을 것입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넥슨, 넷마블, 엔씨는 90년대 후반부터 게임산업 내에서 지속된 군웅할거의 경쟁 속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쓰러뜨리고 살아남은 극소수의 과점업체들입니다. 이들 조차 자립이 쉽지 않다며 1등이 회사를 내놓고, 2등이 "1등을 먹어야 내가 계속 산다"고 뛰어듭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과 현실은 분명 밝고 경쾌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빅2' 체제로 재편해야 업종 전체가 공멸을 면할 수 있는 조선업종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넷마블이 '던전앤파이터 레볼루션'을 만들고 텐센트가 네오플을 소유하게 될지, 카카오 프렌즈에 다오 배찌가 합류하고 '카트라이더'에 라이언 카트가 등장하게 될지, 혹은 순수 해외 자본에 넥슨이 넘어가게 될지 내다보기 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점은, 김정주 회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게임산업이 일대 분기점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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