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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너지와 유지보수 계약에 발목 잡힌 수소발전소들...이대로가면 "다 망한다" 존립위기

포스코에너지, 경기그린에너지 유지보수계약금액 16억원까지 인상
수소 발전소 20여곳, 너무 높은 비용에 '난색'…원리금 상환 못해 도산 위기
포스코에너지 "비용 현실화 불가피…연료전지 사업 철수는 없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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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 발전소가 우리나라에 있는데, 바로 경기도 화성에 있는 경기그린에너지라는 곳입니다, 5년째 가동중인데 설비 유지보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자칫하면 다음달 문을 닫아야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설비 공급사는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인데 재계약 과정에서 비용을 60%나 올리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속사정이 있는지 박경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내용]
지난 2013년 설립돼 5년째를 맞은 경기그린에너지의 현재 설비 이용률은 채 50%가 되지 않습니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핵심설비는 '스택'인데 총 21기중 11기의 수명이 다 했기 때문입니다.

공급업체와의 장기서비스계약(LTSA)을 통해 설비를 교체하고 유지보수를 진행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공급업체인 포스코 에너지는 지난해 10월 경기그린에너지측과 재계약 협상을 벌여왔는데 두차례에 걸쳐 계약금액을 대폭 올렸습니다.

장기서비스는 5년 단위인데 지난해 12월 1차로 제시했던 금액은 스택 한기당 연간 10억원 기준으로 5년간 총 1,050억원입니다.

그런데 올 2월 들어선 이보다 60%나 뛴 1,680억원을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그린에너지 측은 "포스코에너지측의 당초 1차 제안은 고민 끝에 수용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60%나 더 올리겠다고 하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경기그린에너지는 올 4월까지 정부로부터 설비점검을 통과하지 못하면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는 상황까지 처했습니다.

포스코에너지 측은 사업초기에 연료전지사업 활성화를 위해 유지보수 비용을 낮게 책정했지만 적자 누적으로 비용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 사업 누적 적자는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생산시설 투자비까지 포함하면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그린에너지 외에 포스코에너지로부터 수소 연료전지를 공급받은 다른 20여곳 발전소들도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시장금액을 훌쩍 넘는 장기서비스계약 금액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 :
포스코에너지가 사업을 안하게 되면 유지보수 문제라든지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이 되는데 그 대안으로써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FCE사에서 유지보수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포스코에너지에서 (설비를) 공급한 모든 발전소가 지금 도산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천명했지만 정작 앞서 수소 발전을 시작한 발전소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박경민입니다.

◆ 앵커 >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이는군요. 수소발전소에서 과연 유지보수가 이렇게 필수적인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 기자 > 네. 수소 연료전지의 핵심은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스택이라는 설비입니다.

스택 안에서는 화학반응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배터리처럼 5~6년이 지나면 출력이 떨어집니다.

때가 되면 부품을 교체하거나 유지보수를 하는 게 필수인 셈인데 이걸 장기서비스계약, LTSA라고 합니다.

당연히 돈이 들어가니까 발전소들은 설비 공급사와 계약을 체결합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건 2013년 이후 전력생산을 시작한 발전소입니다.

당시 5년 계약을 체결한 뒤 발전소를 가동했고, 현재 사용연한이 다하면서 스택 출력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가 LTSA 비용 인상을 요구하면서 계약 갱신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지리한 협상이 지속되면서 설비가 방치된 곳들도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포스코에너지가 발전소에 공급된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발전소들로선 포스코에너지가 아니면 발전소의 핵심설비 유지보수나 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앵커 > 대기업인 포스코에너지가 갑자기 비용 인상을 요구하는 건 단순히 보면 갑질 아니냐? 이런 논라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포스코에너지측이 밝히는 사정은 이렇습니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007년 미국 퓨얼셀에너지의 MCFC 방식 기술을 들여와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핵심설비 국산화와 양산을 위한 생산공장까지 갖춰가며 우리나라 수소 연료전지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작은 면적에서도 24시간 가동되며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산업단지 등에서 수요가 늘면서 2013년 2,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는 듯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핵심설비인 스택에 결함이 발생한 겁니다.

불량 스택을 교체하고 고쳐줘야 하는 비용이 점차 늘면서 포스코에너지 입장에서는 수소 연료전지를 팔아서 번 돈보다 LTSA로 나간 비용이 더 높아졌습니다.

2014년부터 영업적자가 발생했고 현재 연료전지 사업의 누적 적자는 6,000억원인데 생산시설 투자비 등을 감안하면 총 누적적자는 1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계약을 그대로 유지되면 계속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LTSA 비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게 포스코에너지의 해명입니다.


◆ 앵커 > 현재 우리나라에 포스코에너지 설비가 들어간 수소 발전소가 20여곳 정도 된다고 하던데, LTSA 계약문제가 실마리가 풀리지 발전소들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 기자 > 포스코에너지가 수소 연료전지를 공급한 발전소는 전국 29곳, 설비용량은 180MW 수준입니다.

전체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의 60%를 점유하고 있어 포스코에너지의 문제는 국내 수소 발전소 전체의 문제나 다름없습니다.

LTSA 계약 연장이 미뤄지게 되면 수소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의 양이 줄고, 수익도 감소하게 됩니다.

수소 연료전지 설비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발전소들은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발전소를 운영했습니다.

설비용량에 따라 발전량을 예상하고 이자와 원금 상환계획을 세워놨지만 수명이 만료된 스택이 하나 둘씩 늘면서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발전소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겁니다.


◆ 앵커 >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늘리겠다는 목표까지 내놓은 상황인데, 벌써부터 사업이 삐그덕거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중재 역할도 필요해보이는데요?

◇ 기자 > 아직까지 정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연료전지를 수소차와 함께 수소경제의 핵심축으로 지목했지만 민간기업의 일인만큼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경기그린에너지의 경우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한국수력원자력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 규모가 커서 계약금액이 높은만큼 협상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KDB산업은행 등 대주단이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됩니다.

원리금 상환이 안될 경우 대주단이 발전소 디폴트를 선언하고 경영권을 대주단이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지속하기보다는 수익을 확보하는데 급급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연료전지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됩니다.


◆ 앵커 > 포스코에너지가 최대 스택 공급사라고 했는데 전망이 이렇게 불투명하면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도 우려되는군요?

◇ 기자 >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 사업 철수는 없다는 뜻을 밝혀왔지만 여전히 사업 철수 논란은 불거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포스코에너지는 현재 100MW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신제품 생산은 중단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적자를 보고 있는 포스코에너지에 무조건 사업 확대를 강요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국내 수소 연료전지 시장을 개척한 포스코에너지가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정부는 2040년까지 국내 수소 연료전지 발전 용량을 8GW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1년에 약 400MW에 육박하는 수소 연료전지 생산능력이 필요한데요.

현재 두산퓨얼셀의 연간 생산량은 63MW 수준입니다.

개점휴업상태인 포스코에너지의 100MW 설비가 가동된다고 해도 연간 163MW, 필요한 용량의 절반도 채 안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기업들은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블룸에너지 등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고 있고, 포스코에너지 수소 연료전지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퓨얼셀에너지 역시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주겠다던 목표는 외국 기업들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경민 기자 (pk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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