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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수소 경제 활성화'에 고민하는 포스코…업계 "뛰어난 노하우 버리지 말아야"

국내 최대 발전용 연료전지 업체 포스코에너지 '사업정리 수순' 관측
세계 최고 성능 수소 금속 분리판 사업 개발하고 판매엔 소극적
수소산업 제대로 키우려면 포스코 노하우 사장시켜선 안 돼
권순우 기자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이곳 저곳에서 ‘수소공부'가 한창입니다. 수소충전소, 수소선박, 수소플랜트, 수소법. 국회에서는 연일 수소 관련 세미나가 열리고 있습니다. 증시에서는 수소 관련 기술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기도 힘든 기업들이 수소차 테마주에 편승하기 위해 ‘나도 수소’를 외치고 있지요.

그런데 유독 수소와 거리를 두는 기업이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기업 포스코입니다. 포스코는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사업을 하고 있고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 발전소

포스코에너지가 처음 연료전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3년입니다. 포스코는 수소 연료전지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으로 선정하고 2004년 조선대학교와 서울탄천물재생센터 등 3곳에서 연료전지 실증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7년 연료전지 사업부를 포스코에너지에 이관하고 미국 퓨얼셀에너지와 사업 제휴를 통해 연료전지 생산 설비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발전용 연료전지 회사로 성장하며 2017년 말 현재 국내 전체 연료전지 발전 설비의 7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소사업 선두주자 포스코에너지 고민 거듭하는 까닭은?

그런데 정작 국내 최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자인 포스코에너지는 수소 업종에서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포스코에너지는 수소 발전 사업자에게 발전용 연료전지를 설치해주고 장기서비스계약을 맺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서비스계약은 전기 생산량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보장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포스코에너지는 계약에 따라 원격으로 모니터링을 하며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수리, 정비를 해주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매우 고비용인 연료전지 스택에 결함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비싼 연료전지를 자꾸 바꿔 주다보니 누적 적자가 6천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더구나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수익이 발생하기는 커녕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상황에 놓였습니다.

연료전지 업계에서는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 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걱정스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5년간 서비스 계약을 맺어놓은 발전사업자들은 계약 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 포스코에너지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설치한 경기그린에너지는 계약 연장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5년전 첫 장기서비스 계약을 맺을 때는 1기당 7억 7천만원, 5년에 총 808억원이었습니다.

연장계약을 해야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지난해 12월 포스코에너지는 1050억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경기그린에너지는 부담이 되긴 하지만 발전 사업을 계속 해야하니 포스코에너지의 요구를 수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달만에 60%를 더 올려 1680억원으로 또 다시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에너지가 사업에 소극적이다보니 서비스 단가를 턱없이 올려서 알아서 사업을 접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고 말했습니다.

경기그린에너지뿐 아니라 포스코에너지로부터 발전용 연료전지를 공급 받은 다른 20여 곳 발전소도 노심초사하며 포스코에너지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허가 취소라는 궁지에 몰린 경기그린에너지를 압박하는 포스코에너지를 보며 업계는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혹여나 포스코에너지가 연료전지 사업을 아예 정리하는 건 아닌지를 더 우려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전 이용률이 90%가 넘을 정도로 안정화가 되고 있다”며 “그동안 연료전지를 만들고 발전소를 세우는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가 서로 축적이 됐다”고 말합니다.

또 “국내에서 가장 개선된 연료전지이고, 발전소인데 여기서 중단을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정부가 수소 경제 활성화를 주창하고 있는데 가장 많은 발전용 연료전지를 보급한 포스코에너지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에서도 수소 산업을 지속할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취임 이후 100일 되던 날 향후 50년을 위한 100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100대 과제 중에는 LNG, 2차 전지 등 미래 에너지 사업에 대한 계획은 있었지만 '수소, 연료전지'라는 단어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 포스코의 컨퍼런스 콜에서 이전혁 비철강사업관리실장은 “조만간 연료전지 사업에서 획기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원천 기술사인 퓨얼셀에너지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연료전지 사업을 포스코 그룹 밖으로 내보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포스코 뛰어난 수소산업 노하우 사장시켜선 안 돼

포스코의 수소 경제 역행은 계열사뿐 아니라 본사 내부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용 금속 분리판을 개발했습니다.

포스코 금속분리판으로 만든 연료전지 스택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안에 들어가는 금속분리판은 굉장히 까다로운 특징이 있습니다. 수소는 매우 작은 기체이기 때문에 철을 파고 들어 부식을 시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식을 방지하는 ‘내식성’을 높여야만 합니다. 그러면서 수소와 산소가 만나 만들어진 전기를 잘 전달하는 ‘전도성’도 높아야 합니다.

문제는 내식성과 전도성이 반비례한다는 점입니다 내식성을 높이면 전도성이 낮아지고, 내식성을 낮추면 전도성이 높아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어서 수소전기차에는 단가가 비싼 흑연분리판을 사용하거나, 금속분리판 표면을 금으로 코팅을 해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포스코 연구팀은 내식성과 전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금속분리판 소재 Poss470FC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분리판 금 코팅에 비해 원가가 40% 낮고 부피는 50%, 무게는 30%를 줄였습니다. 무려 13년의 연구를 통해 만든 결과물입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10년 이상 장기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철강 소재를 책임지는 국가기업인 만큼 본 기술의 중요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가 수소전기차용 금속 분리판을 개발함으로써 한국 수소전기차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포스코가 만든 소재를 기반으로 우수한 성형 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 중견 기업들이 금속분리판 사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의 우수성은 세계적인 수소전기차 기술을 갖춘 현대자동차에서도 극찬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 소재를 찾기 위해 전 세계 특허를 뒤졌고 포스코가 엄청난 소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며 “다른 나라 자동차 회사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포스코는 수소 연료전지 금속분리판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분위깁니다. 전중선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은 “아무래도 수소 경제가 되고 수소차가 대중화가 되려면 공급망 구축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수소차는 궁극적인 단계고 일단 전기차가 대중화 될 경우를 대비해 부품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 집중하고 있다”고 전기차에 더 무게를 둡니다.

포스코는 수소 산업을 선도적으로 뛰어들면서 많은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수많은 적자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포스코 입장에서 수소 산업이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수소 산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10여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문재인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10년 전과 달리 수소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크게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일본,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수소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에너지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이용하고 있는 연료전지 발전소들은 초기에는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지만, 지금은 안정화 단계에 있는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를 사용하고 싶어 합니다.

포스코가 다시 수소 산업에 힘을 싣는다고 해도 당장 수익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태동하려고 하는 수소 산업에 있어 10년 넘는 경력이 있는 포스코의 수소 산업 노하우는 사장시키기 너무나도 아까운 자원입니다.

더불어 전기차 산업을 육성시키다며 보조금을 퍼줘가면서 자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키운 이웃나라와 수소산업을 활성화시킨다면서 정작 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이 적자에 빠져 사업을 접도록 방치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너무도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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